이석현 "3분 화장실 선례를 꼭 남기고 싶었어요"

[장윤선·박정호의 팟짱-인터뷰 전문] 이석현 국회부의장

등록 2016.03.04 12:55수정 2016.03.0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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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보기] 이석현 "3분 화장실 선례를 꼭 남기고 싶었어요" ⓒ 오마이TV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장윤선, 박정호의 팟짱>(오마이뉴스 팟캐스트)'라고 프로그램명을 정확히 밝혀주십시오.

■ 방송 : 장윤선, 박정호의 팟짱
■ 채널 : 팟캐스트(+아이튠즈, +팟빵)
■ 진행 :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
■ 출연 : 이석현 국회부의장

<색깔 있는 인터뷰>

-지난달 23일부터 무려 9일간, 192시간이 넘도록 진행된 국회 무제한 토론. 그 당시 당을 가리지 않고 인간적인 배려로 화제의 주인공이 된 정치인이 있죠. 바로,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이석현 국회부의장인데요. 그야말로 200시간이 다 되도록 이어진 필리버스터 가운데 단 한 명의 의원에게도 소외감이 들지 않도록 했고, 여당의 일방적인 방해에는 준엄한 회초리를 들어서 국회 권위를 살렸단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오늘은 화제의 주인공, 이석현 국회부의장을 전화로 만나 보겠습니다. 부의장님, 나와계신 가요?
"네, 이석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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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한 야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석현 국회부의장이 "새누리당 의원들도 자리를 지켜달라"고 얘기하고 있다. ⓒ 남소연


-지금 국가비상사태를 이유로 해서 테러방지법이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 안으로 직권상정됐을 때 어떤 심경이 드셨습니까.
"또다시 유신이 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정보를 다 드러내는 것이어서 제2의 유신이라 생각했습니다."

-이 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이 개개인에 대한 사찰 문제 같습니다. 개인의 사생활 정보를 다 들여다볼 수 있는 건데요. 과도한 것 아닙니까. 어떻게 보십니까.
"너무 지나쳐요. 이건 국민감시법이란 평가가 나온 것이죠. 북한에서 미사일 쐈는데 우리가 이런 법을 만들어야만 하는 것인가. 실제로는 이게 테러방지가 아니라 국민 생활을 전부 감시하기 위한 법이 아니겠는가. 걱정하는 겁니다."

-이번 필리버스터 때 그야말로 힐러. (웃음) 따뜻한 배려에 감동한 국민이 많은 데요. '목이 아프실 텐데 괜찮으십니까?', '목운동을 하실까요?' 이런 말씀을 해주셨는데... 국민의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누구라도 제가 서 있는 위치에 있었으면 그런 안쓰러움을 느꼈을 거에요. 앞에서 발언하는 분들이 몇 시간씩 (필리버스터를) 하는데 얼마나 힘들어요. 김광진 의원 처음 연설할 때 보니까 목을 콜록콜록하기도 하고. 그래서 참 안쓰럽고. 안 됐다 싶고. 앞에 서서 그렇게 장시간 (필리버스터를) 하는 걸 보면 내가 미안한 생각이 들 때도 있고 그랬어요.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으로 '목 좀 축이고 해라', '잠시 몸 좀 푸십시오'라고 말하기도 했죠. 그 사이 (시간을) 벌어 주느라고... 여러 날 지난 뒤에는 내가 쉬게 해주는 시간에 무슨 말을 해야겠다고 앉아서 생각하다 말하고 그랬죠. 처음에는 생각도 없이 브레이크 타임을 준 거죠."

-나중에는 앉아서 어떤 생각을 하시고, 준비하셨습니까. 
"앉아 있을 때 '이 말을 하면 어떨까?' 궁리해서 말하곤 했어요."

-그때 궁리해서 말한 게 어떤 건지 궁금하네요.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해서 생각이 잘 안 나는데... 예를 들면 '국회가 성스러운 것도 아니고 속된 것도 아니고 사람 모인 곳'이라고 하고. 또 제가 무슨 얘기를 했죠? 화장실 얘기를 몇 차례 했던 것 같아요."

-'화장실 좀 다녀오는 선례를 남겼으면 좋겠다는 게 이석현 부의장의 아이디어였다' 들었습니다. 지금 국회법에는 화장실에 갈 수 없게 돼 있나요? 
"상당히 어려워요. 필리버스터를 규정하는 국회법 106조에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다고만 돼 있어요. 그런데 미국 상원에서는 어떻게 되냐면 자리를 뜨면 그 의원의 발언이 종료되는 거로 돼 있어요. 예전에 1957년, 가장 긴 필리버스터가 제임스 서먼드 상원의원이라고 해요. 24시간 (필리버스터를) 했는데. 그 양반이 발언할 때 미국은 그런 법이 있으니까. 자리를 뜨면 끝나니까. 보좌관한테 큰 양동이를 갖다 두라고 해서 소변을 발언대에서 봐가면서 했다고 합니다. (웃음)

우리 법은 어떻게 되냐면 자리 떠나면 안 된다는 말이 규정돼 있지 않아요. 해석에 따라서는 한 3분 화장실 다녀오는 건 허용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선례를 남기는 게 중요하다고요. 법에 규정돼있지 않으면 선례를 남기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몇몇 의원들에게 화장실 다녀오라고 권했죠. 마지막에 소원이 이뤄졌어요. 안민석 의원이 화장실 가라고도 안 했는데. '제가 화장실 좀 다녀오면 안 되겠습니까?' 해서 다녀오라고 했죠. (웃음) 선례를 남겼습니다."

-새누리당에서는 이걸 비판하기도 했어요. 국회법의 절차를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겠네요. 
"나중에 보완하고 법 밑에 규칙을 만들 수 있잖아요. 거기에 '발언대를 떠날 수 없다. 그러나 짧은 시간 내에 부속 건물이나 본회의장에 딸린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은 가능하다'고 예외 조항을 넣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그럼 명확해지죠. 5분 내로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다고 못 박아 놓으면 해석의 여지가 없죠."

-이목희 정책위의장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화장실 문제가 의원들이 어려울 텐데. 남성 의원의 경우 여성 의원보고 나가 있으라 하고. 위에도 여기자들은 나가 있으라 하고. 남성들끼리 있을 때 거기서 좀 소변을 보면 어떻겠냐'고 하셨다는데.
"아마 농담으로 하셨을 텐데. (웃음) 우리는 다행히 규정이 안 만들어져 있는 상태라 그런 해석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생리적인 문제에 관해서 예외를 넣어 주면... 10분 동안은 문제지만, 5분 내로는 의장 허가를 받아서 할 수 있다고 하면 좋겠죠."

-새누리당의 방해도 짚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국회 무제한 토론이라는 것은 국회 본회의가 계속 진행 중인 상황이잖아요. 그렇게 자리를 떠도 됩니까?
"본회의 때 자리 안 지키는 의원님들이 평소에도 많이 있지만, 필리버스터는 지연 전술로 하는 거잖아요. 의원님들이 많이 (자리에) 없는 것이 이해도 되죠. 그런데, 실제로는 의원들이 하는 말을 경청하면서 반성할 점은 반성하고, 개선할 점은 개선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가장 우리가 신경 쓴 것은 국민이 많이 시청해주느냐였는데. 그 점에서는 가슴 뿌듯하게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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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한 야당의원들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8일째인 지난 1일 오후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있다. 의장석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석현 국회부의장이 앉아 있다. ⓒ 권우성


-앞서 준비하신 말씀, 인상적이었는데요. '국회는 성스러운 곳도 아니고, 속된 곳도 아니다. 그저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평소 가치관이나 철학을 담고 있는...
"제가 평소에도 이런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회든 청와대든 어떤 기관에 대해 억지로 권위를 갖다 붙이면 안 된다. 성스럽다는 표현, 고결한 것처럼 인식되는 표현은 그 자체가 거짓에 가깝거든요. 참권위가 아니고. 진정한 권위는 사람이 소중하다는 것을 진정성 있게 이해해줘야 국민에게 신뢰를 받고, 권위를 받을 수 있는 거죠.

말하자면 국회가 인본주의적인 입장에서 사람의 소중함을 안다는 진정성이 느껴질 때 (국회의) 권위에 생기는 건데. '어떻게 발언 중에 화장실을 다녀오나' 이런 생각은 잘못됐다고 봐요. 국회나 주주총회나 일반 회사 회의나 모든 곳이 다 사람 모인 곳이니까 사람의 본성에 맞게 소변도 보고, 밥도 먹을 수 있게 해주는 배려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래서 일부러 그런 표현을 한 것입니다. '국회도 사람 모인 곳이다'."

-최근에 보면 사람들이 사람 취급을 잘 못 받고 살지 않습니까. 사람을 등급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모든 사람은 다 똑같이 귀하고 소중하다' 이런 인본주의 내용을 강조해주셨다는 것에 저도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국회에서 하는 일이 모여서 법을 만드는 일이라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성스러운 일은 아니고. 그렇다고 속된 곳은 아니고, 사람들 모인 곳이라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번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의원이 무려 38명이나 되는데요. 개개인이 모두 뛰어난, 빛나는 필리버스터를 보여 주셨지만, 부의장님 판단에 '저분 연설은 내 가슴을 쳤다', '저 언어는 정말 감동의 언어였다' 꼽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이번에 '힐러리'란 별명을 얻게 됐는데요. (웃음) 힐러가 힐링해주는 사람이란 뜻과 제가 성이 이 씨니까 '힐러리'가 됐는데요. 실은 제가 거기 앉아서 힐링이 됐어요. 발언하시는 분들 보면서 막힌 가슴이 뚫리기도 하고, 어떨 땐 전기 통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전부 의원들 발언이 자기 체험에서 겪었던 일을 많이 말씀하시니까 생생하게 감동을 주더라고요. 은수미 의원도 자기가 고생한 일을 얘기해주니까 감동을 주고...

이학영 의원님이 하실 때 말입니다. 이학영 의원님이 10시간 했나요? 7시간쯤 됐을 때 걱정이 되더라고요. '이렇게 길게 해도 몸이 괜찮을까'. 그 양반은 중간에 요령이 없더라고요. 아주 꼼꼼하게 자기 말로. (문서를) 읽지도 않고. 그래서 걱정되길래 '이학영 의원님, 괜찮으시겠습니까. 뒤에 있는 분들이 계시니 짐을 나눠서 지시죠' 이렇게 했는데. 뜻밖에 이학영 의원이 뭐라고 하냐면 '이 부의장님, 양해 좀 해주십시오. 제가 평생에 이런 기회가 또 있겠습니까.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라서 말을 좀 더 하고 싶습니다'해서 '그러십시오' 했는데 가슴이 찡하더라고요.

정말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하는 그 마음. 과거에, 역사적으로 자신의 생생한 체험과 증언을 세상 사람들에게 남기고 싶어 하는 욕구와 사명감이 대단하다는 거죠. '이야, 이게 보통 자리가 아니구나. 역사적으로 국민 앞에 증언하는 자리구나' 하는 감동이 왔었어요. 그 양반이 말을 다 토해내지 않았다면 가슴에 속병이 났을 겁니다."

-이번에 눈물을 흘린 의원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강기정 의원이 눈물을 흘릴 때 '외로워 보인다. 고독해 보인다'고 위로를 했는데. 강 의원 경우 현역 하위 20% 컷오프에 걸려서 그 통보를 받은 다음에 (단상에) 올라간 거였거든요. 실제 의장석에서 바라본 강기정 의원은 어땠습니까. 
"강 의원이 현역 20%에는 안 걸렸는데. 그 뒤에 광주에 (강 의원이 있는) 그 구역을 당에서 전략구역으로 선포하면서 강 의원이 밀려나게 된 거죠. 그런데 강 의원 말씀하실 때 눈물로 얘기하는데. 가슴이 찡하더라고요. '과거에도 이런 필리버스터 연설이 있었더라면 내가 폭력의원으로 낙인찍히지 않았을 겁니다'. 정말 그렇구나. 제가 미안한 생각이 들었어요. 필리버스터 하기 전에 강 의원이 몸으로 많이 막았잖아요. 실은 이래요. 국민께서는 폭력을 한다고 나무라기도 하시지만, 다수결로 하는 국회라서 도저히 통과되면 안 되는 나쁜 법이라도 놔두면 통과되거든요.

그러니까 마치 강가에 가서 어린애가 빠졌어요. 그럼 앞뒤 생각 안 하고 뛰어드는 것이 참 마음이잖아요. 그런 식으로 몸으로라도 법안이 통과 못 되게 막고 싶은 거죠. 그 법을 막아야만 국민이 산다는 간절한 생각에서 그런 거거든요. 내가 강에 뛰어들면 내가 죽을지도 몰라 이런 계산 하면 (강에) 못 뛰어들죠. 그때 우리가 변호해줬어야 하는데 온 언론, 국민이 '폭력의원'이라고 욕했습니다. 우리 당도 '표 떨어진다'고 입을 다물고 있었어요. 그래서 '섭섭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하나는 이번에 공천 못 받으니까 '얼마나 서러울까'하는 강기정 의원의 아픈 마음이 전해져 오면서... 저도 평소에 용기도 없고, 계산도 많이 하는 사람입니다. 메마른 땅처럼 가슴이 굳어져 있는데 그 땅에 눈물이 고일 수 있는 틈새가 생겼다는 느낌이 든다는 말한 적도 있어요."

-대부분 컷오프에 걸리거나 당이 전략공천해서 공천을 못 받게 된 경우에는 탈당해서 다른 당으로 가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하는데. 강 의원이 이런 말을 했어요. '나는 당인이다. 당을 떠날 순 없다. 그래서 당인의 자세로 이 당을 위해서 뭐가 됐든 역할을 하겠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저도 감동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세상 여론이 무서워서 강기정 의원에게 한마디 변호를 못 해줬는데. 강 의원은 우리를 위해 헌신적으로 당을 지키겠다고 하는 것이 본받을 점이 많습니다."

-지금 국회 의장석에서 여러 정황을 객관적으로 보셨을 텐데... 새누리당도 참여할 수 있었을 텐데 참여하지 않았어요. 원래는 이철우 의원이 신청했던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근데 취소했다고 그래요. 
"(새누리)당에서 취소하라고 한 겁니다. 말하자면, 필리버스터 빨리 끝나길 원했던 거죠. 발언할 사람이 없으면 필리버스터는 끝나게 돼 있거든요."

-토론을 방해하고 항의하는 일들이 오마이TV 카메라에도... 조원진 의원을 준엄하게 꾸짖는 장면이 명확하게 잡혔는데요.
"참, <오마이뉴스>에서 세세하게 찍었더라고요. 제가 호통치는 장면만 찍어서 사정을 모르는 국민은 '이 사람이 왜 이렇게 친절하지 못하냐'는 오해도 생기는데... 조 의원이 나와서 (항의) 했을 때 제가 부드럽게 말렸잖아요.

'여차여차하니까 들어가시라'니까 '발언자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 허위입니다'라고 해서 '뭐가 허위입니까?' 했더니 '어떻게 그게 (박근혜 대통령) 아버지 따라 하기 법입니까'라고 하길래 '발언자의 얘기는 그렇게 말하는 분도 있다고 하면서 소개하지 않습니까. 세상 사람 생각이 조 의원과 똑같지 않지 않습니까' 라고 설득 과정이 있었는데. 그분이 '제가 분명히 말했습니다' 이러길래 제가 욱했어요. '나도 경고했어요. 앉으라면 앉으세요'. 사회 보는 사람이 저렇게 하는 건 좋은 건 아니죠. 제가 잘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새누리당을 향해서 이런 얘기도 했습니다. '지금 야당 부의장이 의장석에 있습니다. 새누리당 긴장하십시오'. (웃음) 그렇게 약간 약도 올리셨어요.
"너무 좌석이 비어 있길래 제가 농반진반으로 얘기도 했어요. (웃음)"

-국회 방청석도 붐볐습니다. 그중에는 손뼉 치다가 끌려나가는 분도 있었는데요. 국회는 민의의 전당입니다. 모든 분이 국민을 대신해서 가 계신 건데. 시민이 끌려나가는 장면, 어떻게 생각하세요?
"먼저, 국회 앞에서 테러방지법을 방지하는 연구원이 피케팅 하다가 끌려갔단 얘기를 은수미 의원이 말하길래 그 자리에 있는 행정자치부 장관께 말씀드렸죠.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민의의 정당에 아무나 의사 표현할 수도 있고. 심지어 현역 의원 비난하는 피케팅도 허용한다. 왜 국민이 의사 표현하는 걸 끌고 가냐'고 하지 않았습니까.

나중에 보니 경찰서에 갔다가 훈방을 했더라고요. 다행인데. 국회 방청석에서 손뼉 치다가 끌려간 얘기를 나중에 들었는데 제가 있었으면 끌려나가게 안 했겠죠. 주의만 주고, 조용히 (필리버스터를) 듣게 하시거나 했겠는데. 안타까워요. 규칙은 손뼉 치거나 소리 못 내게 돼 있어요. 아마 경호원이 끌어냈을 텐데. '실은 국민이 주인이다'. 우리가 조금 더 이해를 구했을 필요가 있죠."

-은수미 의원이 '나눔 문화 연구원이 피케팅 하다가 경찰에게 잡혀갔다'는 얘기를 해주셨는데. 끝내 경찰이 부의장님 지시에 따라서 훈방조치를 했다는 거군요? 
"물어봤더니 그렇게 들었어요. 당연히 할 일이죠."

-'(필리버스터가)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김종인 대표가 이종걸 원내대표를 향해서 '선거 지면 책임질 거냐'고 말하면서 즉각적인 (필리버스터) 중단 요청을 했다고 (언론에) 나왔는데요. 이건 어떻게 보십니까.
"당시에도 그런 결정을 한 것은 그런 점입니다. '이로 인해 선거법 처리를 못 하게 되면 그것도 큰 문제다'. 선거구 획정을 못 하는 게 선거법 처리를 못 해서였잖아요. 이번에 그것까지 테러방지법 하는 날 처리했는데. 선거가 지연되고, 법을 위반하는 사태가 오래가면 야당 책임으로 돌아올 거란 우려를 지도부가 하신 거에요.

그래서 필리버스터를 중단해야 한다. 왜냐하면, 필리버스터가 본회의거든요. 선거법 통과도 본회의입니다. 양쪽에서 두 개 못 해요. 그래서 중단해야 한다고 판단하신 것 같은데. 나를 포함해서 (필리버스터에) '3월 10일까지는 (필리버스터를) 할 걸 그랬다'는 아쉬움을 갖는 분들도 있었죠."

-지금 안양 지역구 선거를 뛰고 계시는데 실제 필리버스터가 선거에 악영향을 미칩니까.
"제가 안양 인덕원역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다가 마치고 통화를 하는 건데요. 아주 반응이 좋네요. 이번 필리버스터를 (국민이) 많이 보신 것 같아요. 20, 30대 젊은 분들이 누가 나왔는지 보지도 않는 경향이 있었는데 오늘 와서는 악수도 해주시고, '수고했다'고 해주시고. '국민과 소통에 필리버스터가 큰일을 한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거가 어려울 거다'는 지도부 우려는 그거였겠죠. 선거법을 처리하지 않으면서 오는 비판을 의식한 거였고. 필리버스터는 필리버스터대로 크게 이바지한 것이고. 큰 효과도 보겠죠."

-이번 필리버스터가 4.13 총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 보십니까.
"특히, 젊은층의 투표 참여를 대폭 높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무관심한 분이 많았어요. 정치에 대해 냉소적이고. 이번에 정치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제가 이런 얘기도 했었죠. '필리버스터는 애초에 지연전술이었습니다. 그런데, 테러방지법을 비켜서서 오솔길로 들어섰더니 거기서 뜻밖에 국민을 만났습니다'는 얘기를 했잖아요.

그리고 '국민이 정치를 미워하는 줄만 알았더니 소통을 목마르게 갈구하고 있었다'는 얘기도 했는데. 실제로 그래서 국민과 소통과 아울러 감동이 일었잖아요. 의원이 절절하게 실토하는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진심을 느끼면서 감동이 일어나서 총선 투표율이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올 거라 봅니다.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뉴스만 봐서는 모르거든요. 근데 진실을 알게 된 거죠."

-이번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을 한 지도부의 판단을 잘못된 것 아닙니까.
"그걸 명쾌하게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양면성이 있습니다. 만일 저라면 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웃음)"

-테러방지법이 통과는 됐지만 여러 전문가가 비판하고 있습니다. 인권침해 요소가 많다는 건데요. 이런 독소조항 때문에 위헌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없는가도 짚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준비하고 계신 게 있습니까.
"준비한 게 없지만, 국민 여론에 따라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고요. 실은 총선에서 야당이 제1당이 되면 이 법에 대해 손을 볼 가능성도 열려 있겠죠."

-끝으로 이번 선거를 앞두고 부의장님이 당부하고 싶으신 거 있으면 한 말씀 부탁합니다.
"이번 필리버스터 중단으로 실망하시는 분이 많이 계세요. 위로 삼아서 말씀드린다면은 길이 끝난 곳에 새로운 길이 있습니다. 길이 끝난 곳, 내비게이션 안내조차 안 나오는 그런 곳에서 우리가 새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 민주주의의 행진이 끊임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국회가 노력하겠습니다."

<끝>
#이석현 #힐러리 #팟짱 #장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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