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에 맨발로 입수... 이런 맛이군요

[갑천 종주 세 번째 이야기] 유난히 많이 만들어진 가동보, 어떻게 봐야 할까

등록 2016.03.14 11:06수정 2016.03.1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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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추워진 꽃샘추위에 걱정이 앞선 세 번째 종주였다. 지난 9일 오전 안영동 하나로마트에서 집결해 출발지인 논산시 검천리로 이동했다.


종주를 출발한 대전환경운동연합 월평공원갑천 생태해설가 선생님 여덟 분은 한껏 움츠린 채 발걸음을 옮겼다. 늘봄쉼터까지 약 5.8km를 걸어가야 끝나는 3번째 종주였다(관련 기사 : 교과서에서나 보던 우산이끼를 여기서 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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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종주코스 약 5.8km종주를 진행했다. ⓒ 이경호


최근 안보상황을 긴장관계로 유도하고 이끌어가는 정부의 탓일까? 군용헬기가 쉴 새 없이 천둥소리를 내며 낮게 비행하고 있었다. 낮게 비행하는 헬기가 연이어 지나가면서, 조용하기만한 시골마을이 굉음으로 가득 찼다. 주민들의 정주 환경에도 문제가 있을 것 같아 걱정이다. 매일 이런 상황이라면 개선이 필수인 듯하다.

헬기 소리의 방해에도 하천의 자연은 우리의 걸음거리를 움츠림을 여유로 이끌어주기 충분했다. 제방길을 따라 이동하며 걷기에는 쌀쌀한 날씨였지만, 풍요로운 자연은 따뜻한 어머니의 품처럼 우리를 반겨주는 듯했다.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인 흰목물떼새가 네 마리를 확인 했고, 삑삑도요, 대백로, 왜가리, 참매, 말똥가리, 되새, 콩새, 쑥새, 노랑턱멧새, 참새, 오목눈이 등의 다양한 새들이 봄을 알리는 듯 지저귀고 있었다. 다음 달에는 제비도 만날 수 있을 듯 했다.

새소리와 함께 만난 복수초는 꽃망울을 피우고 있었다. 눈속에서 핀 복수초는 아니었다. 깊은 산에서나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가졌던 게 참 바보 같았다. 집 앞 하천에서 이렇게 만날 수 있는 복수초 꽃망울을 놓칠세라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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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에 핀 복수초 복수초가 꽃을 피우기 위해 준비 중이다. ⓒ 이경호


흔히 볼수 있는 냉이, 꽃다지, 민들레는 꽃을 피우고 있었다. 봄까치 꽃도 천변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냉이는 캐다가 국을 끓여 먹으면 참 맛있겠다는 상상을 했다. 다음에는 국 끓일 준비를 해서 냉이를 캐다 점심을 먹으면 좋겠다는 꿈 같은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이번 구간에는 유독 가동보가 많이 있었다. 2000년대 후반으로 기억한다. 수문이 개방되기 때문에 친환경 보라며 대전환경운동연합에 찾아와 홍보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전국 곳곳의 작은 하천에 엄청나게 많이 설치된 것을 목격해야 했다. 세 번째 종주코스로 잡은 곳에서 총 여섯 개의 가동보를 만났다. 채 1km가 되지 않는 지점에 하나씩 설치된 물막이 시설은 어떻게 봐야 할까?

이렇게 설치된 가동보 중 일부는 바닥보호공이 이미 유실돼 있는 구간도 있었다. 가동보의 경우 물의 소통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나, 보 상류의 지형 변화가 수문의 개방 여부에 따라 급변하게 돼 서식하는 생물군이 안정감을 해칠 수 있다. 예를 들면 수문을 닫고 있을때는 토사가 쌓여 모래톱 등이 형성되지만, 수문을 일시에 개방할 경우 모래가 하류로 모두 유실되면서 생태계가 급변하게 된다. 때문에 수문의 운영 시에 이런 생태계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하지만, 이런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물놀이 금지'가 무색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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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편의 가동보와 안내판이 보인다 안내판에는 물놀이 금지라는 표시가 있는데, 파란색 수문 위엔 뗏목이 떠 있다. ⓒ 이경호


또한 보 상류의 수심이 깊어 물놀이를 금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우습게 생각하는지 버젓이 펜션과 물놀이 배가 놓여 있었다. 배는 사람이 뗏목 형태로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이번 여름 다시 운영을 기다리는 듯한 형국이었다. 과연 관련 부서인 농어촌공사에서 이번 여름 물놀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꼭 체크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걸음을 옮겼다.

사정리에 도착했을 때 넓은 평상과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가 보였다. 우리는 싸온 간식으로 배를 채우기 위해 평상에 자리를 잡았다. 물놀이 철이 되면 이 평상도 누군가에 의해 돈을 내고 이용하게 되겠지! 하천은 엄연히 국가소유이고, 이를 점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지자체와 관련기관등은 여름철이면 평상등의 물놀이 시설에 대해 허가를 내주고 시민들은 이를 이용하기 위해 돈을 내야 하는 구조를 만든다. 그곳에 터를 잡은 생명들에게도, 시민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돈을 받는 누군가는 도움이 되겠지만….

아무튼 평상에서 맛있게 준비한 빈대떡과 탁주 한잔을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주부님들의 수다는 참 다양하고 끝이 없다. 참 놀라운 능력이다. 나는 가질 수 없는 능력을 부러워하며 수다를 정리한다. 갈길이 바쁘기 때문이다. 배낭에 채워진 음식물이 없어지자, 발걸음은 더 가벼워 진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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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간식을 먹는 모습 항상 먹는 시간은 즐겁다. ⓒ 이경호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동하다 이상한 나무를 만났다.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 자란 나무를 보고 논란이 일었다. 무슨 나무인지 짐작을 못하는 눈치다. 이미 생태해설가로서 나름 자부심들이 높으신 여덟 분은 잠시 패닉에 빠졌다.

감나무 같기도 하지만 가지 끝이 다르고, 떨어져 있는 입 모양도 다르다. 이윽고 인근 주민에게 물어보기에 이르렀다. "돌배나무"라는 주민의 답에 모두 "아~~" 감탄사를 길게 뱉는다. 그제야 패닉이 정리되고 평정심을 되찾는다. 참 놀라운 분들이다. 모르는 나무에 저렇게 열정을 보이다니, 요즘말로 '오덕'이 확실하다.

쓰러질듯 말듯... 넌 이름이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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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사의 사탑처럼 쓰러질 듯한 돌배나무 ⓒ 이경호


나무 이름도 알았으니 이제 종주를 이어간다. 그런데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산에 가로막힌 물길로 인해 길이 끊긴 것이다.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하천 종주를 하다보면 종종 발생하는 일이다. 우리는 과감하게 양말을 벗고 물을 건넌다. 꽃샘추위에 발은 시리지만, 물을 건너는 맛이 있다. 정신도 차려지고, 건너고 나면 느껴지는 따뜻함이 있다. 한겨울 얼음을 깨고 들어가는 사람들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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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물을 건너는 모습 물을 건너는 참가자들 ⓒ 이경호


물을 건너자 멀리 도착지인 늘봄쉼터가 보인다. 늘봄쉼터는 인터넷 지도상에만 나오는 이름으로 생각됐다. 같은 자리에는 OO여관이 위치해 있었다. 이 여관의 벽에는 담쟁이가 있었는데, 주인이 너무 굵게 자라서 잘라냈지만 죽지 않고 다시 자라는 중이라고 했다. 담쟁이의 생명력이 놀랍게 느껴졌다. 여관의 담쟁이 전설을 들으며 세 번째 종주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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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넝쿨 잘린 담쟁이가 다시 자라고 있다고 한다. ⓒ 이경호


하천은 생명을 품는 곳이다. 어머니의 자궁처럼…. 이런 하천을 종주하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할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자연에 대한 개발욕망에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하천 종주 모든 사람에게 추천한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과 월평공원 갑천 생태해설가의 갑천 종주는 2016년 쭉 계속된다(관련 누리집 : 갑천종주).
#갑천종주 #가동보 #물을 건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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