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ISA 가입자 모으기 '혈안'... 고객보호는 '인색'

미온적 은행, 어정쩡한 금융위... 소비자만 '혼란'

등록 2016.03.24 19:37수정 2016.03.24 19:37
0
원고료로 응원
a

시중은행들의 ISA 관련 전단지. 대다수 은행들은 1장짜리 설명서만 보유하고 있었고 그마저 없는 곳도 있었다. ⓒ 전은정


은행업계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가입하는 고객을 보호하는데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리하게 가입자 유치를 하면서 불완전판매 정황은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모니터링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자체적으로 모니터링뿐만 아니라 미스터리쇼핑(mystery shopping)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은행업계는 기존 상품에 실시했던 모니터링을 도입하는데 그치는 미지근한 대응을 보여줬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각 금융회사의 경영사항에 대해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며 발을 뺐다.

미스터리 쇼핑은 일종의 '암행어사' 제도다. 점검 직원이 고객으로 가장해 불시에 금융회사의 지점을 직접 방문한다. 이들은 지점에서 고객이 알아야 할 상품정보와 손실여부를 고지했는지 파악한다. 미스터리쇼핑은 금융상품에 대해 잘 모르는 고객의 권익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문제가 발견되면 제재를 가할 수도 있는 수단이다.

은행권, 현장 감찰은 'NO' 모니터링만 '분주'

삼성·한국·신한금융투자 등 대형 증권사들은 당장 오는 4월부터 미스터리쇼핑을 실시한다. 하지만 은행업계는 기존의 상품들에 해왔던 모니터링을 ISA에 도입하는데 그쳤다. ISA 가입자 수가 가장 많은 농협은행은 물론 국민·하나·신한·우리은행 등 5곳의 대형 은행 중 미스터리 쇼핑을 계획 중인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농협은행은 ISA 가입이 안 되는 지역 단위 농·축협 고객의 대부분을 흡수해 월등한 격차로 선두에 올라서는 저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ISA에 대한 대응책은 초라했다. 금감원과 금융위의 기준점이 없기 때문에 미스터리쇼핑을 실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농협은행 쪽은 "펀드나 ELS(주가연계증권)의 경우 미스터리쇼핑에 대한 금융당국의 기준이 있어서 여기에 맞춰 미스터리쇼핑을 하고 있지만 ISA는 아직 당국의 기준점이 없다"며 "임의로 기준을 정할 수 없기 때문에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기자가 증권사는 임의로 항목을 만들어 실시하고 있다고 말하자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는 "항목을 만들어도 당국과 다르기 때문에 명확하지 않은 점이 있다"며 "내부적으로 만든 항목에서 불완전판매가 아니라고 판단해도 당국은 불완전판매라고 하는 등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ISA의 상품 중 펀드에 편입한 고객들에게는 모니터링콜(계약 체결 후 고객에게 전화)을 실시해 해당 상품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원금손실 여부에 대한 이해도를 파악하고 있다"며 "영업점에는 자체적으로 감사를 실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했다. 

a

진웅섭 금융감독원장(가운데)이 지난 15일 KB국민은행 여의도영업부에서 신탁형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가입한 후 윤종규 KB국민은행장(왼쪽), 'KB국민 만능 ISA' 광고모델 김연아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제공] ⓒ 연합뉴스


국민은행은 미스터리 쇼핑에 대한 추진 계획을 검토 중이지만 시행 시기나 세부사항 등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농협은행과 마찬가지로 기존에 있던 모니터링콜을 ISA에도 실시하고 있었다.

국민은행 쪽은 "신탁상품 판매 후 실시하던 모니터링콜을 ISA로 확대해 불완전판매를 점검하고 있다"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동영상교육과 특별연수를 실시하는 등 직원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신한·우리은행도 사정은 비슷했다. 하나은행 쪽은 "사내게시판에 ISA에 관련된 공간을 만들어 주의사항을 당부하고 있다"며 "PB(자산운용 전문가)들로 구성된 세일즈 코치팀을 만들어 전국 지점을 돌며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연수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직원교육과 공문을 통해 ISA에 대한 불완전판매를 단속하고 있었다.

금융위 "일률적 규제 어려워"…티 나는 '두둔'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점검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미스터리쇼핑을 실시하고 있지만 정작 당국은 손을 놓고 있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당국이 미스터리쇼핑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당국은 금융회사에 대한 비판을 해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금융기관별로 고유의 영업전략과 마케팅 방식이 있어 당국이 일률적으로 규제하기는 어렵다"며 판매경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유지했다. 그는 "일부 금융회사는 자체적으로 미스터리쇼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안정화가 될 것"이라며 "ISA가 도입된 지 얼마 안됐고 교육도 필요한 상황이라 시간을 두고 미스터리 쇼핑을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했다.

또 불완전판매 우려가 불거진 소액계좌와 관련해서는 "금융회사의 적극적인 영업을 꼭 불완전 판매로 간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금융회사를 배려했다. 그는 "1만 원짜리 계좌는 (강제 할당 등으로 생성된) 청탁계좌일 수 있지만 신중한 투자자가 만든 대기계좌일 수도 있다"며 "적립계좌처럼 매월 예금을 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두둔했다.

이와 관련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당국은 ISA를 시행하기 전에는 시행하고 나서 감시를 한다고 했는데 시행 후에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바꾸면서 일관되지 않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시장 감시를 해야 할 당국이 금융회사의 입장에 서서 편향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고 일침을 놨다.

그는 "ISA를 시행하기 전과 후에 시장에 대한 감시를 하는 일은 당연한 것"이라며 "임종룡 위원장은 ISA 시행초기라 미스터리 쇼핑을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ISA #은행 #금융위 #미스터리쇼핑 #임종룡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감정위원 가슴 벌벌 떨게 만든 전설의 고문서
  2. 2 "김건희 여사 접견 대기자들, 명품백 들고 서 있었다"
  3. 3 유시춘 탈탈 턴 고양지청의 경악할 특활비 오남용 실체
  4. 4 윤 대통령이 자화자찬 한 외교, 실상은 이렇다
  5. 5 그래픽 디자이너 찾습니다... "기본소득당 공고 맞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