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뚫었는데 '금배지'인들 못할쏘냐

새누리 비례 1번 송희경 '창조경제' 총대, 더민주 양향자에 '맞불'

등록 2016.03.30 21:19수정 2016.03.30 21:19
8
원고료로 응원
a

20대 총선 새누리당 비례대표 1번으로 배정된 송희경 전 KT 전무 ⓒ KT 제공


"앞에 말씀하신 분이 전국구 1번이시라..."(김준근 KT 기가IoT사업단장)

새누리당 비례대표 1번인 송희경 전 KT 전무가 29일 오전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KT 소물인터넷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송 전 전무는 얼마 전까지 KT 기가IoT사업단장으로 지내다 지난 22일 20대 총선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깜짝 발탁됐다. KT 평창동계올림픽지원단장,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장 등 KT 안팎에서 ICT(정보통신기술) 분야 여성 전문가로 활약해 박근혜 창조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로 꼽혔다.

KT 전무 출신 송희경, 민병주-권은희 이어 '창조경제 전도사' 예약

비례대표 후보 발탁 뒤 KT를 그만둔 송 전 전무가 공식석상에 나타난 건 처음이다. 송 전 전무는 이날 인사말에서 그동안 자신이 준비한 소물인터넷 사업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대중소기업 상생과 창조경제 기여라는 정치적 의미도 부여했다.

송희경 전 전무는 얼마 전 이세돌 9단을 꺾은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를 언급하면서 "알파고는 최근 생기거나 단편적인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 중심의 융합 ICT가 어떻게 혁신을 일으켜 전통 산업을 바꾸고 재편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면서 "국가적으로도 미래 먹거리, 창조경제를 어떻게 만들지 시급하다"고 밝혔다.

송 전 전무는 KT 'LTE-M' 전국망을 활용한 소물인터넷 사업을 언급하면서도 "LTE-M 기술은 (지금까지 소물인터넷 기술과 달리) 글로벌 표준을 따라, 글로벌을 지향하고 창조경제를 만드는 강력한 기반이라 확신한다"면서 "KT가 그동안 구축한 LTE 전국망을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인프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물인터넷은 모든 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가운데서도 데이터 전송량이 적고 전력 소모가 적은 물건에 활용되는 전송 기술로 자전거 위치 추적이나 전기·수도 검침기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각 당 비례대표 후보들 가운데도 1번의 상징성은 크다. 당선 가능성이 100%인 만큼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지난 2012년 4월 19대 총선에도 과학계를 대표해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위원 출신인 민병주 의원을 비례대표 1번으로 내세웠다. 송 전 전무와 마찬가지로 ICT와 과학기술의 융합이라는 '창조경제' 상징성 덕분이었다.

민 의원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으로 과학기술계를 대변하면서 올해 초 <머니투데이 THE 300> 국회의원 의정활동 다면평가에서 '동료의원 및 보좌진, 국회 수석전문위원·기자가 뽑은 최고의 국회의원' 1위로 뽑히기도 했다. 민 의원은 그 여세를 몰아 대전 유성갑에서 재선을 시도했지만 결국 당내 경선에서 패하고 말았다. 경선 과정에선 같은 당 후보들에게 대덕과학단지가 있는 '유성을'을 피해 유성갑에 출마하려 한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지역구 의원이지만 송희경 전 전무와 같은 KT 출신(KT네트웍스 전무)인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도 새누리당 대구북갑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권 의원도 국회 미방위 소속으로 ICT 업계뿐 아니라 당 대변인으로도 활약했지만, 친박-비박으로 나뉜 계파 갈등을 넘어서진 못했다. 권 의원은 ICT업계 사람답게 페이스북 등 SNS를 적극 활용했지만 세월호 참사 직후 세월호 유가족을 비하하는 조작 동영상을 올렸다 비판을 받고 사과하기도 했다.

삼성 전무 출신 양향자, 천정배 벽 넘어야 '창조경제 저격수'

a

양향자 삼성전자 상무, 더민주 입당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출신 여성 임원인 양향자 전 메모리사업부 플래시 개발실 상무가 지난 1월 12일 더불어민주당 7호 외부인사 영입 케이스로 입당했다. ⓒ 남소연


20대 국회에선 송 전 전무가 민병주, 권은희 의원을 이어 '창조경제 전도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KT는 지금까지 KT 사장을 지낸 이용경 전 창조한국당 의원(비례)을 비롯해 많은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KT가 한때 공기업이었던 탓에 역대 정부의 ICT 인재풀 역할을 톡톡히 해온 셈이다.

송 전 전무도 지난해 12월 KT 기술 개발 부문 첫 여성 전무로 승진해 관심을 끌면서 눈에 띄었을 가능성이 높다. 마침 더불어민주당이 삼성전자에서 '첫 상고 출신 여성 임원'으로 화제가 됐던 양향자 전 삼성전자 전무을 영입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두 사람 모두 대기업에서 '유리 천장'을 뚫었지만 정치권에서 출발점은 다르다. 송 전 전무는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의원 당선이 확정적인 반면, 양향자 전 전무는 더불어민주당 광주 서을 후보로 전략 공천돼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란 큰 산을 넘어야 한다.

만약 양 전 전무가 당선한다면 20대 국회에서 '박근혜표 창조경제 저격수' 역할을 피할 수 없다. 양 전 전무는 이미 지난 개성공단 폐쇄 때도 박근혜 대통령은 중소기업을 살리겠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동안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여성 ICT 전문가'의 행보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송희경 #양향자 #새누리당 #KT #삼성전자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4. 4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5. 5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