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가 '극소수 인원'으로 선거운동 하는 이유

[인터뷰] 박성필 정의당 천안을 후보

등록 2016.04.06 10:32수정 2016.04.0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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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를 소개하는 기사입니다. 기사에 나오는 지역의 다른 후보를 알리는 글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4.13총선이 그야말로 코앞이다. 여야 할 것 없이 모든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들은 자신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천안을에 출마한 박성필 정의당 후보는 예외다. 다른 후보들처럼 당원과 언론사 기자들을 대거 불러 모아 출정식을 가진 것도 아니고, 선거 운동원을 앞세운 거리선전도 하지 않는다. 소규모 정당 소속 정치인이라는 한계는 인정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지지자에겐 불만족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지난 5일 오전 박 후보의 유세현장을 찾아 조용히 선거를 치르는 속사정을 들어봤다.

"우리나라, 이대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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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을에 출마한 정의당 박성필 후보 ⓒ 지유석


- 치과의원을 운영한다고 알고 있다. 정치입문을 결심한 계시는 무엇인가?
"그렇다. 난 치과의사다. 그러나 의사이기에 앞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리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관심을 갖는 차원을 넘어 사회단체에 속해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사회적 책임감이랄까?

그리고 정치에 발을 들여 놓게 된 사건이라면 2009년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였었다. 고인을 지지하고 존경했었는데, 돌아가시고 난 뒤 우리나라가 이대로는 안 된다고 인식했다. 그래서 정치에 입문하기로 마음먹었다."

- 고 노무현 대통령이 이유라면 제1야당을 선택해야 하지 않았나? 굳이 정의당을 택한 이유는?
"지난 2009년, 지금은 사라진 국민참여당에 입당했다. 기성 정당은 당원이 주인이라기보다 상명하복으로 짜여 있다고 보았다. 이에 비해 국민참여당은 아래로부터 위로 올라가는, 말 그대로 상향식 민주주의 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이런 정당이라면 내 뜻이 존중되고 반영되는 곳이라 판단해 입당을 결심한 것이다."

- 아무래도 선거에 출마했으면 공약으로 승부해야 한다. 다른 후보들과 확실히 구별되는, 본인만의 특별한 공약이 있다면?
"몇 가지 공약을 냈는데, 의료인으로서 '어린이 건강 주치의' 제도를 꼽고 싶다. 이 공약은 중앙당의 방침과도 일치한다. 무슨 제도냐면 내가 일정 행정단위의 어린이 담당 치과의사라고 가정하자. 관내 주민들은 나를 주치의로 지정해 아이들의 의료상태를 점검한다. 그리고 정부는 주민 1인당 일정액의 예산을 주치의에게 지원한다.

지금 의료는 치료 위주인데 이제는 예방 위주로 가야한다. 이렇게 주치의 제도를 시행하면 관내 주민들의 건강상태를 관리해 질병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 의료인도 정부지원을 받기에 의료인끼리 과당경쟁이나 과잉의료 서비스의 여지가 없어진다. 따라서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여긴다."


- 지역 공약 외에 우리사회의 민감한 의제들, 이를테면 세월호 참사, 개성공단 폐쇄, 한일위안부 합의 등과 같은 쟁점현안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개성공단 폐쇄 조치는 결과적으로 북한에 대한 타격은 미미하면서 오히려 남한에 큰 악영향을 미친 악수라고 생각한다. 개성공단을 가동하면서 우리 기업은 상당한 이득을 얻었다.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이 월 15만 원 수준이라고 알고 있는데, 중국이나 베트남을 가도 임금수준이 이 보다 높다. 실제 개성공단 입주기업 가운데 중국에 조차 진출하기 힘든 업종이 많았다. 이런 업체들이 개성공단 폐쇄조치로 큰 손실을 입었다.

안보 문제도 거론할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이 운영되는 동안 북한군 진지가 공단 배후로 물러났는데, 공단 폐쇄조치로 군병력이나 미사일 무기 등이 전진배치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렇게 되면 서울은 물론 그 이남까지 안보위협을 받게 된다. 패트리어트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도 이 같은 위협에 무용지물이다."

선거는 승패가 아닌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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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거리에서 박성필 후보가 선전활동을 벌이고 있다. ⓒ 지유석


- 선거 캠프에 전담인력이 없어 보인다. 사무장도 생업에 종사하는 와중에 시간을 내 선거캠프 업무를 수행한다고 들었다. 밖에서 보면 '선거에서 이길 의지가 없는 거 아니냐'고 지적할지 모른다. 이에 대한 입장은? 
"선거는 종종 전쟁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러나 난 이기고 지는 차원 보다 캠페인으로 접근하려 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려다 보니 극소수의 인원만으로 선거를 치르게 됐다. 이전과는 달리 공보물과 현수막, 그리고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인적 열세는 만회하지 않을까 하는 판단이다.

유권자들도 시끌벅적하게 이뤄지는 유세활동에 질리지 않았을까? 꽃이 피면 바람을 타고 향기가 퍼지듯 잔잔하지만,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정치인 박성필을 알려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아무래도 대한민국 선거는 지역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천안을은 어떤가? 
"지역 공약을 원하는 유권자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천안을 지역구는 대체적으로 지역연고가 미약한 유권자들이 많다. 외지에서 오신 분들이 많아 사실상 지역연고의 의미가 없다는 의미다."

- 정의당 후보로는 충청지역에서 유일하게 출마했다. 그런데 이 지역구뿐만 아니라 선거판세가 전반적으로 '새누리 대 더민주' 구도로 굳어가는 양상이다. 이 와중에 지역구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마련한 나름의 전략이 있는가? 
"최근 시대흐름이 바뀌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많아졌다. 천안 역시 마찬가지다. 이분들을 위한 맞춤 공약을 준비했다.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된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은 동물보호 차원에서 '생명체'로 법제화됐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생활폐기물일 뿐이다. 나 스스로 동물은 '생명을 가진 존재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품어왔다.

봄을 맞아 시민들이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을 데리고 나오는데, 이 동물들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원을 마련하는 한편, 동물 사체를 생활폐기물이 아닌 생명체로 인정하도록 동물보호법을 개정하고자 한다.

유기동물들의 경우도 보호소에서 보호기간 10일이 지나면 안락사 시킨다. 그런데 천안의 경우는 다르다. 유기동물보호소를 운영하는 분이 안락사를 시키지 않고 계속 보호하고, 중성화수술을 해 다른 가정에 입양시킨다. 보호소 운영자는 이 일을 사재를 털어 해오고 있는데, 국회에 들어가게 되면 정책적으로 지원해주고자 한다. 또 반려동물을 키우기 희망하는 분들에게 입양을 장려하는 법안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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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필 후보는 승패가 아니라 캠페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 지유석


- 야권의 이슈는 단일화 여부였다고 본다. 그런데 지난 4일 투표용지가 인쇄에 들어가 단일화 효과는 반감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아직 단일화 여지는 남아 있다고 보는가? 만에 하나,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누가 후보 자격이 있다고 보는가? 
"확실히 단일화 효과는 반감된 상황이다. 7일까지는 그나마 여지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많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극적으로 단일화 합의가 이뤄진다면 깊이 고민하고 따라야 하겠지만 말이다.

단일화 후보 선정은 당연히 지역민심을 잘 대변할 후보가 나서야 한다. 천안을의 경우, 이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지지하는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지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선거에서 목표한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계속 정치활동을 할 계획인가? 끝으로 천안을 유권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치는 계속할 계획이다. 정당 소속이고 지역위원장 직책을 맡고 있어 나름의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결과 지지율이 낮게 나온다면, 지역위원장 활동과 다음 총선 출마는 재고하려고 한다.

그리고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유권자들에게 '정치가 더럽다고 외면하지 말라'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말을 전하고 싶다. 정치가 더럽지만 바꾸려 시도해야 한다.

내가 속한 정의당은 소금 같은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정치판에 소금이 적고, 이러다보니 혼탁해져 버렸다. 소금이 더 많아지면 정치는 덜 썩고, 오히려 맛깔나게 바뀔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유권자 여러분들이 주인으로서 한 표를 행사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그러니 유권자 여러분들은 꼭 투표하시기 바란다."
#박성필 #천안을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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