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네팔, 히말라야 7번이나 간 이유

[인터뷰] '네팔의 바람'을 넘어 '히말라야의 숨결'까지, 성애경 사진작가

등록 2016.04.08 12:26수정 2016.04.08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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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에게 로망인 곳이 있다. 인도, 히말라야, 네팔이 그곳이다. 범접하기 힘든, 신비한 기운이 감도는 그곳에 가면 뭔가 일상을 사는 이곳과는 다른 숨결을 느낄 것 같은 기대 때문이리라. '히말라야의 숨결'이라는 제목으로 사진전시를 한다는 말에 관심이 생겨 지난 3월 28일 전시장을 찾았다.

3년간 네팔과 히말라야를 일곱 번이나 갔다는 사진작가 성애경(35)씨는 초등학교 때 동네 야산에서 굴러 죽을 뻔한 기억이 있다. 성 작가의 삶과 작품, 네팔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의 얘기도 좋았지만, 작품과 전시장도 금상첨화였다. 3월 26일 시작한 전시는 5월 31일까지 열린다.


네팔의 바람을 넘어 히말라야의 숨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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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애경 작가 ⓒ 김영숙


성 작가는 2014년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한 전시장에서 1년간 전시회를 했다. 그녀의 첫 전시회 '네팔의 바람'이었다.

"우리가 네팔 히말라야에서 느끼는 맑은 바람(wind)과 그들(네팔인)의 바람(hope)을 보여주고 싶어서 이중적 의미의 '바람'이라는 제목을 지었어요. 이번 전시회 제목인 '히말라야의 숨결'은 그들에게 더 다가가 감정과 숨결을 느끼며 소통하고 싶었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첫 전시회 때의 작품 37점에 6점을 추가한 확장전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산악인 엄홍길 씨의 사진도 있다. 그를 어떻게 알았을까?

"사람 인연이 참 신기해요. 예전에 인터뷰 촬영을 한 적이 있어 새해 안부 문자를 보냈는데, 며칠 뒤 연락이 왔어요. 네팔 다녀오느라 바로 연락 못했다고, 조만간 등산할 때 같이 가자고요."

엄홍길씨는 지인들과 하는 도봉산 등산에 성 작가를 불렀다. 엄씨와의 동행이었지만 그녀는 망설였다. 어릴 때 산에서 크게 다친 적이 있어 그 트라우마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산악인인 엄씨가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에, 가기로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빠와 집 근처 산에 올랐어요. 빈혈이라 내려가는 것에 공포가 있어서 안 가려 했죠. 날씨가 풀려 눈도 녹아 질퍽할 때였는데 신발이 미끄러져 7미터 이상 굴렀나 봐요. 가속도가 붙어 다른 등산객들도 못 잡을 정도였다니까요. 그후 경사만 보면 정신적 충격으로 힘들었어요."

엄씨와의 도봉산 등산은 어릴 때부터 고생했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게 했다. 그 인연으로 엄홍길휴먼재단에서 네팔 팡보체 마을에 학교를 짓는 기공식에 참가했다. 그 후에도 휴먼재단에서 진행한 준공식이나 의료봉사 등, 행사 때마다 성 작가는 함께했다.


엄홍길씨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의 봉우리 16개(16좌)를 완등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능력이 아닌 산과 네팔 덕분이라 생각하며 그 고마움으로 네팔에 학교 16개를 짓고 있다. 성 작가는 그렇게 3년간 일곱 차례 네팔과 히말라야를 찾았고, 네팔인들의 따뜻한 눈빛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사람들은 네팔이라는 나라를 히말라야 산맥이 있는,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한 나라로만 알고 있어요. 그들이 얼마나 소박하게 옛 모습을 지키며 사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자꾸 보니 정이 들고 그립더라고요. 특히 오지나 시골에 사는 사람들과 수다 떨면서 찍은 사진을 좋아해요. 정서가 한국인들과 많이 닮았어요. 다른 나라에 가면 여행자들한테 거리감을 느끼는 현지인도 많은데, 이들은 따뜻하게 다가와요. 우리가 시골에 가면 느낄 수 있는 그 느낌으로요."

3월 26일 전시회 오픈식 때 꺼만 싱 라마 주한네팔 대사가 다녀갔다. '사진으로 네팔인들의 정서와 감정을 잘 보여줘 전시장에 오니 네팔에 온 것 같다'고 했단다.

머무르지 않고 흐르다 인연을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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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산맥을 배경으로 산악인 엄홍길(오른쪽)씨가 현지인과 나마스떼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 김영숙


대학에서 무역과 경제를 전공한 성씨는 취업할 때가 되자 다른 게 하고 싶었다. 아이들과 소통하며 배우고 가르치는 게 좋아 학원 강사를 했다. 영재를 가르치기도 하고 장애가 있어 위축된 아이를 가르치기도 했다.

공부보다는 소통을 하며 자신감을 찾는 아이들의 모습에 보람을 느꼈다. 강사로 일하면서 건축 설계 캐드(CAD)나 3D-max 프로그램을 배웠는데 무척 재밌었단다. 배우고 나니 지인이 같이 일을 하자고 해, IT 업체에서 일했다.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그때는 3D 모델링(3D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물체를 입체적으로 만드는 것)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연구원에서 일을 했어요. 여기까진 사진과 관계없었는데, 희한하게 또 인연이 생기더라고요."

연구원에 들어가기 전에도 틈틈이 사진을 찍었던 그녀는 취미가 사진 찍기인 소속 부서 팀장과 친해졌다. 해외에서 손님이 오면 홍보팀이 담당하는 관행과 달리, 2006년에 고속철도 사업 관련해 브라질 정부 관계자가 방문했을 때 대외협력팀 소속인 그녀가 수행을 하면서 촬영했다. 그들은 '성 작가 덕에 편하게 머무르다 가게 됐다'며 그녀에게 브라질 이름인 '사브리나'를 선물했다.

그후 브라질에서 온 손님은 모두 '사브리나'를 찾았다. 퇴사 후인 2008년에도 브라질 손님 촬영을 부탁해 나갔더니 지금의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었다. 그 인연이 다양한 자리에서 사진을 찍게 했고, 엄홍길씨와 인연을 맺어 네팔과 히말라야로 이어졌다.

전시를 하고 있는 곳은 갤러리 겸 카페인 '모노그램'(인천 중구 선린동)이다. 해안성당 교육관으로 사용된 이곳은 100년 전에 건축됐다. 원형을 최대한 보존해 리모델링한 뒤 올해 2월 오픈했다. 최광열 모노그램 대표는 이곳이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게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첫 전시회 '히말라야의 숨결'로 손님과 관람객을 맞았다.

"차이나타운에서 화교들의 삶을 기록하는 서은미 작가와 네팔에서 인연을 맺은 민경찬 작가와의 인연으로 좋은 곳에서 전시회를 할 수 있어 고맙다"는 성 작가는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향수를 달랠 수 있는 전시를 고민하고 있다.

여자라서 안 된다고 하면 더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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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성당 교육관을 민간인에게 매각해 갤러리로 이용하고 있다. 보수한 흔적이 남아있다. ⓒ 김영숙


"어릴 때 성격이요? 내성적이었어요. 학교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으면 집에서 말도 안 했죠. 사춘기 겪으면서 성격을 바꾸려고 일부러 말도 하고 밝아지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어릴적 남동생과 놀다가 문이 잠기면 담을 넘기도 하고 골목에서 동네 오빠들과 다투기도 했죠. 제가 복합적인 성격인가요?(웃음)"

큰 눈과 수려한 외모에 조단조단 말하는 본새가 곱지만, 거침없이 살아온 것 같아 성격을 물었다. 양면성을 지닌 그녀는 열정적인 사람임에 틀림없다.

"네팔에 갔을 때 일행이 혼자 돌아다니지 말라고 걱정하더라고요. 저는 새벽이고 늦은 밤이고 예쁘고 안정적인 곳보다는 오지나 화장터, 시장처럼 꾸미지 않은 날 것 그대로 있는 곳이 좋아요. 화장터에서 고인을 보내드리는 의식을 몇 시간 보기도 했어요. 도축장이나 화장터를 찍는다고 혼나기도 했죠. 여자니까 예쁘고 좋은 것만 찍으라고 주위에서 충고하기도 해요. 그건 징그러운 게 아니라, 우리의 삶이고 문화잖아요. 우리도 돼지머리 올려놓고 절하는 것처럼요."

요즘은 '108 암자 순례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다. 아는 스님이 제안한 3년 프로젝트인데 한 달에 사찰 한 곳과 암자 세 곳을 다니며 사진을 찍는 일을 3년간 할 생각이란다.

"20대 후반부터 등산복만 입고 다녔어요. 어느 날 옷장을 열어보니 다른 옷이 없어서 충격이어서 다른 옷을 입기도 했죠. 청바지를 입고 암자에 가니 불편해 다시 등산복을 꺼내 입었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거요? 남극이나 툰드라 지역을 가보고 싶어요. 여자라서 안 된다는 게 싫어요. 히말라야 다닐 때도 그 소리가 싫어 몸이 아파도 이 악물고 다니기도 했죠. 편견을 깨고 싶습니다."

'자신에게 사진이란 무엇인가'라는 마지막 질문에, 그녀는 '내가 살 수 있는 삶'이라고 답했다. 상대의 눈을 바라보면서 사진을 찍을 때 행복하다는 그녀는 소중한 것들이 사라지고 변하기 전에 찍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기억에 남기고 싶어서, 자기 욕심 때문에 찍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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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회 메인으로 성애경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네팔의 새벽 풍경인데 빛을 받아 사진 전반이 주홍빛을 띈다. ⓒ 김영숙


덧붙이는 글 <시사인천>에 실림
#성애경 #히말라야의 숨결 #네팔의 바람 #엄홍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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