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은 호남 자민련인가, 평민당인가

등록 2016.04.11 16:24수정 2016.04.1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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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선거운동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여론조사마다 반대의 결과를 내놓고 있어 오히려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여러 판세 예측들 나오고 있지만 확실하게 믿을만한 것은 없는 상태다. 박빙의 경합과 혼전에 혼전을 거듭하고 있는 선거구가 아직도 많은 양상이다. 다만 호남에서는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을 이길 것이라는 점, 영남지역에서 생각보다 많은 무소속이 당선될 것이라는 점, 새누리당이 과반을 넘기겠지만 180석을 차지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 국민의당이 완전하게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일치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경우 공천과정에서 드러난 친박과 비박의 극한대립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이슈가 없다. 극심한 공천갈등으로 인해 텃밭인 대구가 흔들리고, 심각한 민심이반으로 인해서 수도권에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다보니 야권분열로 인해서 쉽게 이기리라 생각했던 선거구가 혼전의 양상을 거듭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보수성형의 표를 결집시키기 위하여 과반득표도 어렵다는 엄살을 피우면서 읍소작전으로 나가고 있다.

야권의 경우 선거 전부터 예견했던 야권연대의 문제가 별다른 결말을 보지 못하고 있어서 지지층이 동요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으로는 당선가능성이 높은 야권후보에게 표가 집중되도록 하는 방법 밖에 없을 듯하다. 그러기 위해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을 야권 분열세력으로 몰아붙이면서 새누리당을 도와주고 있다면서 국민의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하더라도 호남 자민련으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난을 퍼붓는다. 야권의 표를 자신들에게 집중시키려는 전략이다.

국민의당은 여권에서 이탈한 표를 잡아올 수 있는 세력은 자신들 뿐이며,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을 기득권 정당으로 매도하면서 제3당이 있어야만 정치권의 기득권을 깨뜨릴 수 있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SNS에서도 야권의 표를 한 곳으로 결집시키기 위하여 격렬한 논쟁들이 전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자들은 국민의당이 야권이 아니라 여권 세력이라면서 총선이 끝나면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합당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까지 일삼고 있다. 국민의당 지지자들 또한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에서 지지를 상실하여 선거가 끝나면 분열이 가속화될 것이라면서 국민의당은 과거 평민당의 길을 걷게 될 것이고 결국 야권은 국민의당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이러한 주장을 정리하면 국민의당이 '호남 자민련'으로 전락할 경우에는 교섭단체를 구성하더라도 과거 충청을 기반으로 한 자민련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야권의 재편과정을 통해서 사라질 것이며, '평민당'의 모습을 할 경우에는 야권재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고 강력한 힘을 갖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렇다면 국민의당이 어느 모습에 가까운지 살펴보기로 하자.

신군부 세력이 제13대 총선에 의해 형성된 여소야대의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1990년 3당 합당을 통해서 민주자유당이 탄생한다. 노태우 대통령의 민정계(민주정의당 출신), 김영삼의 민주계(통일민주당 출신), 김종필의 공화계(신민주공화당 출신)가 합당한 것이다. 그 후 김종필은 1992년 5월의 민자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김영삼 진영에 가담했고, 결국 김영삼은 김종필 등 공화계의 지지를 바탕으로 민정계의 정치적 저항을 딛고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어, 1993년의 제14대 대선에서 민주당의 김대중 후보를 누르고 집권에 성공한다.


그러나 당내 주류인 김영삼의 민주계는 1994년말부터 '개혁'과 '세계화'를 내세워 김종필의 일선 후퇴를 요구했고, 이로 인해 김종필과 김영삼 사이에 갈등이 촉발됐다. 마침내 김종필은 1995년 1월 당 대표위원직을 사임한데 이어 2월 민자당을 탈당하고 3월 30일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을 창당했다.

자민련은 1996년 4월 12일 치러진 제15대 총선에서 50석(지역구 41, 전국구 9)을 획득해 제3당의 위치에 올랐다. 당시 자민련은 대전과 충남에서 거의 싹쓸이를, 충북과 대구에서도 대다수의 의석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2000년 4월 14일 치러진 제16대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3석이 모자란 17(지역구 12, 전국구 5)석을 기록했다가 그 후 DJP연합을 통하여 김대중 정권을 탄생시켜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등의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2004년 노무현 대통령탄핵발의에 동참함으로써 국민적 지지를 잃었고, 그 직후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지역구 4석(비례대표는 2.8%에 그쳐 얻지 못함)을 얻는 데 그침으로써 사실상 그 역할이 소멸된 것이다.

평민당(평화민주당)은 1987년 5월 1일 김영삼과 함께 신민당을 와해시키고 통일민주당을 창당한 김대중이, 대내외의 대통령후보 단일화 압력을 뿌리치고 제13대 대통령후보로 출마하고, 같은 해 10월 29일 민주당 내 동교동계 의원을 탈당시켜 분당을 선언한 다음, 11월 12일 창당대회를 열고 출범한다. 창당대회에서 김대중을 총재 및 대통령후보로 추대하여 제13대 대통령선거전에 임하였지만 그해 12월 16일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 후보는 민주정의당의 노태우, 통일민주당의 김영삼 후보에 이은 3위에 그친다.

대선패배 후 위기에 빠진 평민당은, 1988년 2월 목사 문동환 등 재야인사 98명을 영입하여 당을 재정비한 후 4월 26일 13대 총선을 치렀고, 호남지방의 37개 선거구를 석권하고, 서울에서도 다른 당을 압도하는 17석을 획득하여 전국구 16석을 포함, 모두 71석을 차지함으로써 제1야당으로 부상한다. 13대 국회의 '5공청산' 후, 1990년 1월 통일민주당과 신민주공화당이 민주정의당과 3당합당을 통해 '민자당'이라는 거대야당으로 탈바꿈한 후 어려운 국면을 맞게 되지만 1991년 4월 신민주연합당(약칭 신민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그 해 9월에는 민주당 잔류파인 이기택과 재야입당파인 이부영 등의 민주당과 합당하여 '민주당'을 출범시키고 평민당은 건설적으로 해체된다.

자민련은 충청을 중심으로 한 지역정당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소멸한 반면, 평민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했지만 전국정당을 지향하면서 야권의 큰 축을 형성하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맥이 흐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당이 호남 자민련이 될 경우에는 조만간 그 한계를 다하고 사라질 것이며, 평민당의 모습일 경우에는 영속적으로 정권교체를 위하여 야권의 한 축을 형성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현재 진행중인 국민의당 모습을 중심으로 한번 검토해 보기로 한다.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50석을 차지했던 자민련은 충청지역 이외에도 서울 46개 선거구 모두 후보를 내세워 대부분 10% 안팎의 득표율을 보였고, 후보의 역량에 따라서 20%의 득표율을 넘기는 곳도 있었다. 그리고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후보를 출마시켰는데 심지어 광주의 경우에도 비록 득표율이 1%에 이르지 못했지만 모든 지역에 후보가 있었다. 그 결과 대전 충남은 거의 싹쓸이, 대구와 충북에서도 과반이상, 강원과 경북지역에서도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에 평민당은 호남과  서울, 경기에서만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6였을 뿐이었다. 그리고 영남지역이나 충청지역, 강원지역에 있어서는 후보를 내지 못한 선거구도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비교해 보면 자민련이 평민당보다 더 전국 정당화의 가능성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민당과 자민련이 반대의 길로 갔던 것은 결국 정치적 지도자의 자산이 달랐기 때문이다.

평민당을 이끌었던 김대중의 경우 강력한 대선주자로 자리하였고, 또한 호남세력을 중심으로 강력한 지지기반이 있었기 때문에 현상을 유지하면서 외부 인재들의 확충을 통해서 지지기반을 넓혀갔던 것이다. 그러나 자민련의 김종필은 대선주자로 자리매겨지기 어려운 위치에 있었고, 이렇다 할 인재수혈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그러다 보니 강력한 지지기반인 충청에서 마저도 지지세가 축소되는 경향이었다. 뿐만 아니라 충청 이외의 지역에서 거주하는 충청세력에게서도 강력한 지지를 얻지 못하였다.

이번 총선을 통하여 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국민의당은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날까? 현재의 모습만 놓고 보면 과거 평민당의 모습에 가까워 보인다. 우선 강력한 대선주자인 안철수가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호남 출신이 아닌 대선주자를 호남에서 지지하고 있으니 호남지역의 고립화에서 벗어날 개연성이 더 크다.

호남에서의 지지세가 평민당보다는 부족하지만 경쟁구도인 더불어민주당을 압도하여 호남뿐만 아니라 수도권에 있는 호남세력들에게도 상당한 지지를 받을 것임도 자명하다. 평민당에 비해서 의석수에서는 부족하지만 과거 평민당과 비슷하게 지역적인 지지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그러나 김대중에 대한 호남의 지지가 절대적이었다면 안철수에 대한 지지는 상대적인 것이고, 아직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반감에서 나오는 반사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지금의 상태에서 국민의당이 호남 자민련이냐, 아니면 평민당이냐 하는 논쟁은 상대를 폄하하려는 의도에서 나오는 것일 뿐이다. 국민의당이 어떤 모습으로 정당을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어느 길로 들어설 것인지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폐쇄적인 정당구조로 패권화를 지향하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갈 경우에는 호남 자민련으로 언제든지 사라질 것이며, 외부의 다양한 세력에게 문호를 개방하면서 끊임없는 인재수혈과 소통의 정치를 이어간다면 평민당의 모습으로 야권재편의 큰 축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로스쿨 겸임교수)
#호남자민련 #국민의당 #평민당 #안철수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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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겸임교수(기업법, 세법 등)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범입니다. 공정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더불어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배치되는 비민주적 태도, 패거리, 꼼수를 무척 싫어합니다. 나의 편이라도 잘못된 것은 과감히 비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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