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지지층과 노무현 지지층은 하나 되어야

[주장] 김대중이 "내 몸의 반쪽을 잃은 것 같다"라고 말한 까닭

등록 2016.04.12 11:04수정 2016.04.12 11:27
0
원고료로 응원
a  지난 2009년 5월 29일 오전 경복궁 앞뜰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의 손을 잡고 오열하고 있다.

지난 2009년 5월 29일 오전 경복궁 앞뜰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의 손을 잡고 오열하고 있다.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장의위원회 제공


국회의원 투표를 불과 하루 앞둔 지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의 감정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문재인 전 대표의 광주 방문 이후 두 당 정치인들과 지지층 사이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솔직히 지금 모습만 본다면 원래 서로 같은 당 지지층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지금 나타나는 반목은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그 후유증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두 당의 정치인과 지지층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판단해야 한다. 특히 반노, 반문재인 노선을 강조한 국민의당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야권의 정체성과 기본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국민의당은 '친노' '친문' 패권주의 청산을 강조하며, 이와 동시에 자신들이 김대중 정신 계승에 정통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들의 정치 행태가 과연 김대중 노선의 충실한 계승인지는 매우 의문스럽다. 왜 그런가?

김대중은 야권의 연대와 통합을 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 "내 몸의 반쪽을 잃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장기간 신장투석으로 건강이 좋지 못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충격으로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어 3개월여 뒤 서거하고 말았다.

지금 국민의당 정치인들과 이데올로그들은 '대북송금 특검', '민주당 분당' 등 노무현 정권 초기 시절의 역사적 과오를 가지고 문재인 전 대표와 더민주를 공격한다. 그런데 두 사안에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을 인물은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실제로 김대중은 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물론 전직 대통령이고 민주 평화 세력의 정신적 지도자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차분한 어조로 비판을 했지만 그 강도는 매우 강했다. 그러면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기 동안 충고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사적인 감정을 떠나서 국민의 정부 뒤를 이은 참여정부의 성공이 역사적 관점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태도로 인해 친노 세력과 갈등하던 그의 비서 출신 정치인들과 후배 정치인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 여당에 투항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대중에게 중요한 것은 원칙과 정체성이었으며 이를 정치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야권 정치의 통합과 발전이었다. 그래서 그는 서거 직전 '민주주의 위기, 남북관계 위기, 서민경제 위기'의 3대 위기론을 강조함과 동시에 야권의 통합과 단결을 강조했다. 이는 김대중의 유지다.

그가 이같은 말을 한 이유는 노무현 정권 시절 여러 이유로 소외감과 불만을 느낀 정치인들을 달래고 이와 같은 감정적 분화가 야권의 분열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행동하는 양심은 증오를 넘어선 통합을 지향한다

a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영결식을 하루 앞둔 지난 2009년 8월 22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 마련된 빈소에 많은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영결식을 하루 앞둔 지난 2009년 8월 22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 마련된 빈소에 많은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필자는 김대중을 따르는 정치인이라면 이같은 김대중의 유지를 받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김대중은 신이 아니므로, 그가 말을 했다고 해서 모두 옳다고 단정하거나 그 말을 모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서거 직전 김대중이 한 말에는 어떠한 오류도 찾기 힘들다.

더군다나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얼마 뒤에 있었던 6.15 공동선언 9주년 기념 행사에서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매우 강력한 어조로 강조했다. 필자는 휠체어를 타고 그 날 행사장에 들어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생전 마지막 공식행사였던 이 날 행사에서 그는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강조했다. 보수 세력이 민주 정부 10년의 성과를 위태롭게 하는 당시 상황을 보고 그는 이와 같이 말한 것이다. 그런데 김대중은 불과 1년 6개월여 동안만 보았을 뿐이다. 그가 서거한 뒤에 나타난 역대급 사건들을 실제로 경험했다면 그는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를 계승한다고 하는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상호 공방만을 일삼고 있다. 특히 국민의당은 '내 몸의 반쪽을 잃은 것 같다'고 말한 김대중의 뜻을 훼손하고 있다. 김대중은 노무현의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할 것은 지적하되, 장점은 취해 지지층의 연대와 통합을 지향했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당은 그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노'와 '반문'을 강조할 뿐 자신들의 미래지향적 가치에 대해서는 별다르게 언급하지 못하고 있다.

김대중이 지금 살아 있었다면 더욱 강한 어조로 '행동하는 양심이 될 것'과 '야권의 통합과 연대'를 강조했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지금 국민의당의 행태는 김대중의 마지막 노선과 배치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무리 야권의 세력 교체가 필요하다고 해도 현재와 같은 방식은 야권의 기본 체질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비판적이다. 그래서 '내 몸의 반쪽을 잃은 것 같다'고 한 김대중 말의 의미를 국민의당 정치인들과 이데올로그들은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장신기 기자는 사회학 박사이며 김대중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야권통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회학 박사이며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사료연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한 김대중연구서인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를 썼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3. 3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