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팩트] '강도상해 전과 후보' 현수막의 진실

[총선기획-현수막 팩트체크 2탄] '네거티브'에 '민주화 유공자'로 맞서다

등록 2016.04.12 22:01수정 2016.04.12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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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을 후보들의 현수막 신경전 11일 오후 경기도 군포 산본역 인근에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군포을에 출마한 금병찬 새누리당 후보,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후보, 정기남 국민의당 후보의 선거 현수막이 걸려 있다. 금병찬 새누리당 후보는 '강도상해 전과자는 두 번은 안됩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했다. 이에 이학영 더물어민주당 후보는 '국민을 위해 감옥을 간 사람 민주화유공자'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유송화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이학영 후보의 강도상해 전과는 박정희 유신독재정권과 부패재벌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생긴 전과이다"며 "사건 내용에 대해 알면서도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후보를 낙선시키고자 하는 정치공작이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강도상해 전과자 두 번은 안 됩니다"(금병찬 새누리당 후보)
"국민을 위해 감옥에 간 사람-민주화유공자"(이학영 더불어민주당 후보)

4.13 총선을 이틀 앞둔 지난 11일 경기도 군포시 곳곳에는 금병찬 새누리당 군포을 후보와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새 현수막이 나란히 걸렸습니다. 금 후보가 현역 국회의원인 이학영 후보의 '전과'를 공개적으로 거론하자, 이 후보가 바로 반박하고 나선 겁니다. (관련기사: [오마이포토] 군포을 후보들의 현수막 신경전)

이 후보는 자신의 강도상해 전과가 과거 박정희 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발생했는데도 거두절미하고 '단순 형사범'으로 몰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금 후보는 선거 공보에도 이미 나온 사실을 알렸을 뿐 허위사실이 아니라면서, 오히려 이 후보 쪽에서 현수막 교체를 방해했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어느 쪽 현수막에 진실이 담겨 있을까요? <오마이팩트>에서 두 후보 현수막을 검증했습니다.

30여 년 만에 결백 드러났어도 '파렴치범' 취급받은 '민주화 유공자'

사실 군포시민들에겐 이 광경이 낯설지 않습니다. 바로 4년 전 19대 총선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당시 군포 지역구에 출마한 유영하 새누리당 후보가 시민운동가(YMCA 사무총장) 출신인 이학영 민주통합당 후보의 '남민전 사건 관련 강도상해' 전력을 문제 삼았습니다. 이는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이에 맞서 당시 이 후보도 검사 출신인 유 후보의 개인적 약점을 비판하는 네거티브 전략으로 맞섰지만 이번엔 좀 달랐습니다.

이학영 후보 캠프 관계자는 12일 "캠프 안에선 우리도 똑같이 (네거티브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후보가 (유권자들 사이에) 정치 혐오가 팽배한데 우리까지 그러면 되겠느냐고 말렸다"고 밝혔습니다. 


이 후보는 비록 지난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선거 운동은 '네거티브'로 얼룩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남민전 사건 이후 30년 넘게 간직해온 비밀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은 지난 1976년 조직된 반독재, 반유신 학생운동단체로, 1979년 4월 당시 활동 자금을 마련하려고 최원석 동아건설 회장 자택에 침입하던 이학영 후보가 체포되면서 세상에 알려집니다.

당시 징역 5년형을 받은 이 후보를 비롯해 고 김남주 시인, 임헌영 전 민족문제연구소장, 이재오 의원(전 새누리당 소속) 등 남민전 사건 관련자들은 국가보안법, 반공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고 당시 외국 근무 중이던 홍세화씨는 프랑스로 망명합니다. 이들 가운데 이 후보를 비롯한 29명은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 민주화 운동 유공자로 인정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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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2006년 9월 14일 오후 서울 경찰청 브리핑룸에서 보도연맹·남민전 사건 등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오마이TV 문경미


4년 만에 다시 등장한 '네거티브'에도 맞대응 안한 까닭 

다만 이 후보는 최 회장 집을 터는 과정에서 경비원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강도상해죄)로 3년 6개월 징역이 추가됩니다. 그런데 지난 19대 총선 당시 실제 경비원을 다치게 만든 건 이 후보가 아니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실제 당사자인 차성환씨의 고백으로 33년 만에 이 후보의 결백이 밝혀진 것이죠. 당시 이 후보도 "사건 당시 현장에서 나만 붙잡혔기 때문에 도망친 다른 동료들을 보호하려고 모두 내가 한 일이라고 했던 것"이라고 뒤늦게 사실을 인정했습니다.(관련기사: "33년 전, 이학영은 칼로 찌르지 않았다")

결국 군포 유권자들은 지난 총선에서 이 후보를 선택했습니다. 당시 이학영 후보는 51.3%(6만5506표)를 얻어 2위 유영하 후보(48.7%)를 2.6%포인트 차로 앞서 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됩니다. 그런데도 이번 선거에서 또다시 이 후보의 전과가 거론된 것이죠.

선거 초반만 해도 상대 후보들은 이 후보의 전과를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이 후보도 선거공보물에 전과 기록을 모두 밝히면서 "강도상해,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은 '남민전' 사건이 분리 기소된 것으로 박정희 유신독재정권과 부패재벌에 대항한 사건"이라고 소명했습니다.

그런데 금 후보 쪽에서 선거를 사흘 앞둔 지난 10일 밤 이 후보의 전과를 거론하는 현수막을 군포 시내 곳곳에 내걸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현수막 게시를 막으려는 이 후보 지지자들과 실랑이가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습니다. 새누리당은 이 지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최진녕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부대변인은 12일 "선거 현수막을 교체하고 있던 도중,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후보 측 10여 명이 들이닥쳐 작업하는 크레인 앞을 역주행하여 차로 막아서고, '법보다 주먹이 앞선다'는 등의 위협을 하며 현수막 교체를 방해한 사실이 있었다"면서  "이 사건이 남민전 사건과 병합되고 노무현 정권 시절 평가를 달리 받았다 해도 강도상해 사건의 실체마저 뒤바뀌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금병찬 후보 캠프 관계자도 이날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강도상해 전과 기록이 선거 공보물에 있지만 많은 유권자들이 모르고 있어서 현수막으로 알린 것"이라면서 "이 후보 본인이 경비원을 직접 칼로 찌르진 않았다고 해도 공범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네거티브 선거 운동'이라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선거 운동 과정에서 이 후보 문제를 지적한 언론 기사를 인용했더니 이 후보 쪽에서 먼저 명예훼손 혐의로 우리를 선관위에 고발해 감정 싸움이 불거졌다"면서 "현수막 문구가 사실인지는 선관위에서 결정할 문제지, 저쪽에서 달지 말라고 할 권리는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학영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날 "강도상해 전과는 박정희 유신독재정권 시절 부패재벌에 대항한 사건으로 정부가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했다"면서 "그런데도 마치 이 후보를 파렴치범으로 몰아간 건 허위사실이고 네거티브 선거 운동"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10일 밤 지지자들에게 연락을 받고 바로 선관위와 경찰에 불법 현수막으로 신고했고 현재 검찰에서 후보자 비방과 명예훼손 혐의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금 후보도 지난 1992년과 2008년 도로교통법 위반과 음주운전으로 각각 벌금 100만 원을 냈습니다. 이 후보 쪽에서도 "음주운전이야말로 살인미수와 마찬가지 행위인데 이 후보를 비방할 자격이 있냐"고 따졌지만 '음주운전 현수막'으로 맞대응하진 않았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상대 후보에 맞서 똑같이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벌인 게 큰 생채기로 남은 것이죠.

네거티브 현수막에 '민주화 유공자' 현수막으로 대응

이 후보 쪽에선 이번엔 상대방 후보의 약점을 비판하는 대신 자신의 전과 기록을 해명하는 현수막을 걸었습니다. "국민을 위해 감옥에 간 사람", 즉 '단순 형사범'이 아닌 '민주화 유공자'란 점을 강조한 것이죠.

군포시 선관위 관계자는 "이 후보 쪽에서 선관위와 검찰에 동시에 고발해 현재 검찰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금 후보 현수막이) 선거법상 금지된 후보자 비방에 해당하는지 결론을 내리진 못했지만 수사기관에서 위법이라고 판단하면 당선 무효형까지 나올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뒤늦게 이학영 후보를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했고 결백이 일부 밝혀졌지만 법적으로 강도상해 전과는 존재합니다. 따라서 금병찬 후보 현수막이 완전히 거짓이라고 볼 순 없습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전과가 민주화 운동과 관계돼 있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감춰 유권자에게 진실을 왜곡 전달했습니다. 더구나 금 후보가 이미 4년 전 선거에서 같은 당 후보가 검증한 상대 후보의 '약점'을 다시 건드렸기 때문에 '네거티브 선거'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습니다

[오마이팩트 총선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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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총선 #현수막 팩트체크 #이학영 #금병찬 #오마이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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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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