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천 싱크홀서 700여m 떨어진 학교 수십 곳 균열

인천시교육청 "제2순환고속도로와 무관"... 학부모 불안감 여전

등록 2016.04.15 17:33수정 2016.04.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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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 균열은 2003년에 지어진 본관 뒷건물에 심했다. 뒷건물 1층은 급식실로 사용되고, 그 위층은 1ㆍ2학년 교실로 사용되고 있다. 현장 점검 당시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균열현상이 발생했고 다른 건물에서도 약 3~4m의 균열이 발생한 게 확인됐다. ⓒ 시사인천 자료사진

지난달 28일 동인천역 인근에서 대규모 싱크홀(땅 꺼짐) 사고가 발생해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사고현장에서 700여 미터 떨어진 한 초등학교 건물 수십 곳에 균열이 발생해 학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 A초교 지하에는 동인천역 중앙시장 사고현장과 마찬가지로 수도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 구간 지하터널이 지난다. 인천시교육청과 시공사인 포스코 등은 현장점검 후 '안전상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냈지만,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A초교 4층짜리 본관을 비롯한 본관 뒷건물 교실 내부와 복도 벽 등, 건물 수십 곳에 균열이 발생하자, 시교육청은 지난 11일 사고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포스코와 함께 현장점검을 했다. 본관과 뒷건물 외에도 체육관, 병설 유치원 건물 등도 조사했다.

균열은 2003년에 지어진 본관 뒷건물에 심했다. 뒷건물 1층은 급식실로 사용되고, 그 위층은 1ㆍ2학년 교실로 사용되고 있다. 현장점검 당시 건물 정면에는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균열현상이 발생했고, 다른 건물에서도 약 3~4m의 균열이 발생한 게 확인됐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건물에 발생한 균열은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지하 발파 공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발파 작업으로 인한 진동 허용 기준이 0.3카인(kine)인데 실제 측정치는 기준보다 훨씬 낮았다"며 "갈라짐 현상은 칸막이벽 일부가 수축하면서 생긴 것으로 미장마감 균열로 보여,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수십 곳에 발생한 벽면 균열의 원인이 건물 증축 공사 당시 부실시공에 있다고 했다. 이어서 매해 실시한 건물 안전 진단에서 A등급을 받아 안전에 지장이 없다고 학부모들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지하터널 발파 공사 현장이 이 학교와 100미터가량 떨어져있고, 지난달 28일 이 학교에서 700여 미터 떨어진 중앙시장에서 지름 6m, 깊이 5m의 싱크홀이 발생한 터라 학부모들은 불안한 심정이다(관련기사: 동인천역 인근 싱크홀 사고 후 '건물 균열' 불안 가중).

그리고 눈으로 보기에도 금이 발생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 학부모들은 시교육청에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게다가 11일 현장점검을 하기 전인 지난 6일에 시교육청과 포스코가 점검을 실시했던 것으로 드러나, 시교육청에 대한 불신은 더했다.

시교육청과 함께 현장점검에 나선 한 학부모는 "균열이 발생한 지 수 개월이 지났는데도 학교에선 아무런 공지가 없었다. 자연발생적인 현상이라고만 할 게 아니라, 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게 발생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안전조치를 취해야한다"고 말했다.

포스코 쪽은 발파 공사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학부모들의 불신이 드러난 만큼 학교 주변에 지하수 계측기와 건물 경사도 계측기 등을 설치하고 주 1회 모니터링하며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교육청 설명에도 불안 여전, 26일 설명회 열기로

균열 균열은 2003년에 지어진 본관 뒷건물에 심했다. 뒷건물 1층은 급식실로 사용되고 그 위층은 1ㆍ2학년 교실로 사용되고 있다. 사진은 균열이 발생한 교실이다. ⓒ 시사인천 자료사진

학부모들의 시교육청에 대한 불신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지난 6일 1차 점검을 하고도 11일 합동 현장점검 전까지 상황을 학부모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하터널 발파 공사와 무관하다'는 점검 결과다.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 구간 지하터널 공사는 (주)한라가 시공하는 구간(신흥동~ 송현동)과 포스코가 시공하는 구간(송현동~북항)이 수문통로에서 만나게 돼있다. (주)한라는 신흥동에서 송현동으로 터널공사를 진행했고, 포스코는 북항 쪽에서 송현동으로 터널공사를 진행했다.

A초교 밑은 포스코 시공 구간으로 지하터널 발파 공사를 이미 마친 상태고, 지난달 싱크홀 이 발생한 곳은 (주)한라의 시공 구간이다. 발파 공사로 연약지반이 붕괴하면서 싱크홀이 발생했다.

지하터널 공사에 따른 주민 안전문제에 대응하는 중ㆍ동구평화복지연대의 김효진 사무국장은 "우선 지하터널 공사와 상관없이 학교 건물 증축으로 균열이 발생했다고 해도, 이를 방치한 데 대한 책임이 크다. 학교와 시교육청에 그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지난해부터 일부 학부모가 소음과 안전 대책 마련 후 공사를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번번이 묵살됐다. 싱크홀 사고 지점 이후로 (주)한라 시공 구간에 발파공사가 남아 있는 만큼, 정확한 안전 진단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의 불신이 가라앉지 않자, 시교육청과 포스코, 학부모회는 오는 26일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학부모회는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피해 지역 주민들과의 연계 움직임은 그 목적이 달라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있음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한 뒤 "방송이나 언론을 통해 아이들이 직접적인 상처나 두려움을 갖지 않게 학부모님들의 관심과 주의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28일 발파 공사 중 연약지반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주)한라는 발파 공사를 중단하고 29일부터 이달 12일 오후까지 그라우팅(=지반 보강) 공사를 진행했다. 그라우팅 공사는 물과 섞인 시멘트를 고압으로 토양 속에 집어넣는 공사로, (주)한라는 이번 공사에 시멘트 약 400톤을 사용했다고 주민들에게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씽크홀 #제2순환고속도로 #인천시교육청 #동구 #인천김포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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