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달라는 금천구민 눈물, 정권교체로 닦겠다"

[장윤선·박정호의 팟짱-인터뷰 전문] 이훈 서울 금천구 당선인

등록 2016.04.21 13:06수정 2016.04.2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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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 서울 금천구 당선인 ⓒ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장윤선, 박정호의 팟짱> (오마이뉴스 팟캐스트)'라고 프로그램명을 정확히 밝혀주십시오.

■ 방송 : 장윤선, 박정호의 팟짱
■ 채널 : 팟캐스트(+ 아이튠즈 http://omn.kr/adno + 팟빵 http://omn.kr/fe10)
■ 진행 : 박정호 오마이뉴스 기자
■ 출연 : 이훈 서울 금천구 당선인

아래는 박정호 오마이뉴스 기자와 이훈 서울 금천구 당선인과의 일문일답이다.

<색깔 있는 인터뷰>

- 오늘은 이훈 더불어민주당 금천 당선인을 모시고 말씀을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팟짱>에는 첫 번째 출연이시죠? (웃음) 사실 이번에 금천 지역에 가신 지 얼마 안 되셨죠? 얼마나 되셨죠?
"네, 처음 명함 들고 거리 나서서 당선까지 2달 반 걸렸습니다."

- 당선인들 만나면 지역에서 14년, 20년 말씀하시는데 두 달 반 만에 당선되셨네요. 천운인가요?
"사실은 운도 있었겠죠. 저한테 특별한 무엇이 있어서 그렇게 됐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저도 궁금했던 게 이목희 정책위의장을 경선에서 이겼습니다. 어떻게 이기셨나요?
"일단은, 경선도 당내 선거니까. 선거에서 제가 '이겼다'고 표시는 되는데 엄격히 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내에서 선수를 바꿔야겠다는 의지가 강하셨던 것 같아요. 그걸 알고 간 건 아니고요. 당내 경선이었지만, 안심번호로 국민여론조사를 했는데…. 가기 전에도 조금 알았어요. '이 지역을 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위해 간단한 사전조사를 해봤는데 '아예 못할 곳은 아니다'라는 판단을 했었어요. 항상 그 판단이 옳지는 않지만, 가서 (지역민과) 얘기해보니 '해볼 만 하겠다'.


결선투표제가 있다는 걸 아니까 '일단, 2등만 하자.' 그 당시 세 사람이 경선하게 됐습니다. 후보는 4명이 등록했었는데 3명이 경선했어요. 대부분은 이목희 의원님에 대해 비토감을 가진 분이 많았어요. '결선 투표만 가면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선 투표까지 가는 게 어려웠어요. 한 분은 이목희 의원님, 한 분은 최규엽 교수님이라고 민주노동당 출신인 분인데 이분이 민주당에 들어온 지는 제법 되셨어요. 중간에 다른 당으로 서울시장 후보까지 하신 것으로 압니다.

지역에서 30년 이상 터를 닦은 분이라 저로서는 넘기 어려운 벽이었는데 간신히 넘었습니다. 그분을 넘기가 어려웠어요. 최규엽 교수님께 '도와달라'고 말씀을 드렸어요. 제가 폭넓게 지역을 아우르면서 정치할 수 있다는 걸 많이 보여 드리려 했어요. 3위 지지층에도 제가 호소할 수 있었던 게 있어서 (경선에서) 간신히 이길 수 있었어요."

- 본선도 쉽지 않았죠?
"상대가 지역에서 구청장도 하시고, 시의원도 하셨던 분이셔서 시흥 지역 토박이라 합니다. 금천구는 크게 독산동 지역과 시흥동 지역이 있습니다. 독산동은 아시다시피 외지에서 들어오셔서 사시는, 고향은 다른데 보통 30~40년 사신 분이 많고. 시흥동은 토박이분들이 많고. (상대 후보가) 4대째 사신다고 주장을 하셨죠."

- 그동안 선거 운동하시면서 발로 뛰시고, 호소하신 게 많을 것 같은데 어떻게 지역주민의 마음을 얻으셨나요?
"두 달 반이면 지역을 몇 바퀴 돌기도 부족합니다. 당선되고 나서 제 얼굴 처음 보시는 분이 훨씬 많습니다. 당선 인사하러 다니는데 '저 당신 얼굴 보지도 않고 찍었어요'하는 분들 많습니다. 결국, 후보 선택 기준 자체가…. '이 친구가 일할 만한 친구인가' '최소한 한 분야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해온 친구인가'에서 기본 점수를 주시면서 전체 선거 구도를 보시는 것 같아요."

- 박근혜 심판론이 큰 영향을 줬다?
"줬죠. 금천에도 큰바람이 불었죠. 크게 두 가지 바람이 불었습니다. 하나가 박근혜 심판론이 불었고, 하나가 국민의당, 녹색당 바람이 불었고요. 금천구는 서민 분들이 많이 사는 곳이에요.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포함해서 그 지역에서 시·구의원 하시는 호남분이 많으세요. 그렇다고 호남 출신 인구수가 제일 많은 건 아닙니다. 충청도 출신도 많으신데…. 지역에서 목소리를 내고, 지역에서 활동 열심히 하시고, 단합 잘 되시는 분들이 호남분들이셔서 녹색 바람이 안 불 수가 없었습니다. 정당 지지도도 금천에서 국민의당이 1등을 했습니다."

- 야권이 분열된 상황이란 말이죠. 저희가 총선 투표 전에는 '야권 분열로 인한 새누리당 어부지리'를 많이 우려했습니다. 우려하셨나요?
"당연하죠.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하는 분들도 많이 우려하셨고, 저도 출생을 전남에서 해서 호남분들이 많이 호의적이셨지만…. 걱정도 많이 하셨어요. '갈라져서 쓰겠느냐. 그래서 이길 수 있겠냐' 하시는 분이 많았어요. '어쨌든 중앙당 차원에서 연합이나 연대가 안 되는 상황에서 지역에서 단일화라도 해보려 애를 쓰는데 쉽지 않습니다. 안 되면 새누리당, 국민의당 둘 다 제가 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도와주십시오' 그랬죠.

어느 순간 교차 투표 아젠다가 나오던데... 이게 정당이나 정치권이 만든 아젠다라기 보다는 새누리당을 심판하기 위한 국민의 선거 아젠다가 아닌가... 대단하다. 국민의 선택이 무섭다. 스스로 이런 정치 아젠다도 만드시고…. 현재 선거 결과를 만든 게 국민이라는 생각을 절실하게 했습니다."

- 첫 선거이신가요?
"네, 벽보라는 걸 처음 붙여 봤죠."

- 출구조사부터 앞서가셨잖아요? 당선 확정은 몇 시부터인가요?
"언론에서 확정한 건 새벽까지 넘어갔는데 개표 참관인 갔던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12시 전에 확정된 것으로 압니다."

- 당선했을 때 어떤 생각을 하셨어요?
"사실 대단히 기쁠 줄 알았어요. 사람들이 당선 확정되면 너무 기쁠 줄 알았는데 하나도 안 기뻤어요. 눈물까지 나진 않았는데…. 무거웠어요. 엄청나게 무거웠습니다. 꽃다발도 무거웠고, 착잡함도 있었고요. 착잡함이라 하면 선거 때가 되다 보니까 자신 있게 말씀드리고 다 할 것처럼 얘기한 적이 많았습니다.

유세 때 그랬어요. '제가 하는 공약이 정권교체가 안 되면 어렵습니다' '지역 현안은 제가 애를 써야겠지만, 정권을 바꾸지 않으면 공약을 지키기 어렵습니다' '제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정권을 바꿔야 하니 최선을 다하겠다' '만에 하나 정권교체를 못 하면 제 거취 문제까지 지역민께 여쭈려 한다'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정권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절박한 문제인지에 대해 선거 운동을 하면서 잘 알게 됐어요.

독산동은 봉제 공장이 많아요. 간판도 없어요. 돌아다녀 보면 1층에 샷시문 같은 게 달려 있어요. 똑똑 문을 두드려 보면 봉제하시는 분들이 매우 힘들어 하세요. 단순히 봉제여서 힘들기보단 소상공인들, 가게를 하시면서 힘든 분이 많아요.

한 분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낮에도 주민들이 술을 많이 드세요. 가게 앞에서 술드시는 분이 많고…. 인사를 드렸더니 한 분이 위축감을 느낄 정도로 덩치도 크고, 살집도 있으시고…. 머리도 짧고, 40대 초반 같고, 추운 날에 반팔도 입고 계시고. 깍두기 같은 인상이었어요. 제가 인사드렸더니 '얘기 좀 합시다'라고 하시는 거에요. 본인께서 봉제해서 먹고 사는데 그 큰 양반 눈에 눈물이 고이더니 '꼭 좀 살려 달라'(고 했어요). 힘들었어요. 그런 분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말로 하는 게 아니고. 진짜 (이분들이) 억울하구나. 금천 지역 분 중에 그런 분이 많아서 그런지…. 그분을 위해서도 '정권을 바꿔야 한다'. 당선 소감도 그랬어요. '그분들과 끝까지 하겠다'고. 그 생각 때문에 하나도 안 기뻤어요. 그분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대안을 내서 정권을 바꾸면 진짜 기쁠 것 같아요.

그분들도 자식이 있잖아요. 인서울한 청년도 취업 못 해서 힘들다고 하는데 그렇지 못한 90% 청년들은 어떻겠어요. 3포 세대, 6포 세대 많이 이야기하지 않습니까. 제가 만난 그분들은 희망을 포기했어요. 포기할 게 더 안 남았어요."

- 주민분들 만나시면서 많이 느끼신 것 같아요. 지금도 눈물을 보이시고…. 그만큼 정권 교체가 절실하고, 희망만이라도 되찾기 위해서는…. 정치인들, 잘해서 정권을 바꿔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씀이신데요.
"진짜 단순히 권력을 잡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 그래도, 많은 분이 힘들고, 희망도 없고, N포 세대며, 헬조선 얘기가 나와도 야권이 예뻐서 표를 준 건 아니거든요. 이번 선거에서 국민이 보여준 뜻을, 민심을 해석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어떻게 보십니까?
"많은 주류 언론에서 정치권을 싸잡아 욕하는 경우가 많아서…. 개인적으로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지역 다니다 보면 그런 분도 계십니다. '국회의원 뽑아도 아무 소용없더라'고 하시는 분이 많아요. 걱정도 했는데, 실제로는 대단히 현명하게…. 1차적인 책임은 박근혜 정부가 져야죠.

그분들이 능력이 없거나 시도를 안 하고가 아니라 그건 무한 책임이지 않겠어요? 정권을 담당했다는 것은 누구한테 책임을 미루기 어려운, 무한 책임을 지는 자리라 생각합니다. 거기에 대해 국민이 먼저 평가하신 게 아닌가 싶고요. 두 번째는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 번 반사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은 기회를 얻은 거죠. 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 만약에, 20대 국회가 시작돼서 계파 싸움이나 정책적 대안을 내놓지 못하면 민심이 돌아설 수도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계파싸움이라…. 제가 이번에 처음 (선거를) 해봤는데 정당 생활은 20년이 넘었어요. 그때부터 정치를 봐왔는데 계파싸움... 할 수도 있어요. 그게 정치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거나 그게 정치의 전부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이 어우러져서 일 열심히 하려는 국회의원이 있었는데도 그분들이 힘을 갖고 일하기 어려운 환경이 문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계파는 사람이 모이면 이견이 생기고,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날 수 있다고 봅니다. 그게 메인이 아닙니다. 어쨌든 성숙하게 서로 의견을 모아 나갈 수 있어야 하는데..."

- 아무튼 그런 민심을 잘 알고 의정 활동을 하셔야 하는데 당선 인사 하실 때 주민분들이 어떤 말을 많이 하시던가요?
"금천구는 작습니다. 구로구였다가 분구된 지역인데, 서울의 끝머리고. 금천에는 가산디지털벨 리가 있는데 국가 산단입니다. 사실, 금천구 주민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요. 행정 구역상 금천구에 들어 와있고, 사회 기반 시설이 들어서 있긴 하지만 금천구에 크게 기여하는 바가 없습니다.

제 숙제 중 하나에요. 국가 산단이 지역에서 많은 땅을 차지하고 있고, 지역의 많은 사회 기반시설을 사용하는데도 금천구에 기여하는 바가 별로 없습니다. 산단 법을 살펴볼 생각도 있습니다. 금천구라는 지역에 산단이 제일 큰 게 있는데 지역에 기여할 바를 찾아야 하지 않겠어요?"

- 어제 당선자 대회를 저희가 생중계로 방송했었는데요. 보니까 최운열 당선자가 '우리 모두 친기업인이 돼야 한다'는 말을 해서 보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최 당선자를) 띄우고 있던데 걱정이 되더라고요. 친기업 쪽으로 돌아서면 더불어민주당이 내세웠던 서민들, 중소상인들, 노동자를 위한 정책이 적어지고, 중요도에서 밀려 나는 게 아닌가. 어떠십니까?
"저는 당의 정책이나 당론이 한 분이 새로 들어오셨다고 해서 좌우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번 총선에 제일 내세운 건 '경제'였고, '더불어 잘사는 경제'에 대해 호소를 많이 했고요. 그 핵심이라는 게 경제 정책에서 항상 소외됐던 도시 서민들, 중산층들, 노동자들에 대한 경제 정책의 방점을 바꿔야 하는 건데…. 그렇다 해서 반기업이 돼서는 안 되겠죠. 반기업적 정서를 가진 거는 문제가 있겠지만요.

특히나, 수출 대기업은 스스로 살기 위해서 자기 혁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것을 정부가 보조하는 과정, 경제 정책에서 효과가 크지 않았다. 기업이 잘살게 됐다고 해서 국민이 잘사는 건 아니라는 것은 경험에서 알게 된 것 아니겠습니까? 국가 정책이나 경제 정책에서 우선순위를 점하지 못했던 중소상공인이나 도시 서민을 위한 정책이 하루속히 중심을 잡아 줘야 한다. 거기서부터 풀어나갈 줄 알아야지. 국민에 약속한 바를 지키는 과정이지 않겠어요?"

- 어제 당선자 대회에서 당의 단결을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어떠셨어요?
"해야죠. 사실 금도를 지키면 그런 이야기가 안 나오는데 유독 단결을 강조하는 건 그간 금도를 넘어 서는 불편한 잡음이나 다툼, 갈등이 있지 않았나 해서 그런데…. 단결을 강조하는 것이 당내에서 활발한 토론이나 이견을 조율해나가는 걸 무시해선 안 되겠죠. 유독 강조하는 그분들의 뜻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이당이 당장 해야 하는 숙제로 느끼는 건 과하지 않나 했어요."

- 20대 국회에 가시면 상임위를 가셔야 하는데 생각해둔 곳이 있나요?
"사실 제가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워 왔다기보다 정무적으로 능력을 키워온 사람이어서 어느 상임위를 가든 잘하기보단 열심히 할 자신이 있어요. 경제 정책이나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를 대외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예산과 법으로 합니다. 그중 실질적으로는 예산으로 드러나게 돼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와 더불어서 경제 정책의 방점을 바꿔야 한다는 측면에서 싸워야겠다는 생각으로 기재위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초선한테는 기재위가 재미없다는 분들도 있고. 여당 기재위는 해낼 수 있는 게 있는데, 야당 기재위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얘기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금천구에 산단이 있고, 산단이 금천구에 기여할 부분을 찾아야 하고, 산단이 활력을 찾아야 하는 측면에서 다른 곳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 의원으로서 입법 1호 법안을 생각해두신 게 있나요?
"아직 없어요. 솔직히…. 좀 찾아보고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일차적으로는 법안의 중요성도 있지만, 어쨌든 시행령은 정부가 만들고 있는데 그 시행령을 가지고 정부와 이야기를 많이 해볼 생각입니다. 모법과 시행령의 미스매치가 많아서 모법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를 19대 국회에서 얘기를 많이 했잖아요. 그런 것들도 있고, 법 이상으로 시행령이 가진 구체적인 영향력이 있습니다. 서민과 중산층의 삶과 관련된 시행령을 살펴볼 생각도 있습니다. 법을 만드는 것도 있지만, 시행령과 관련해 정부에 제안할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습니다."

- 정부가 모법을 벗어나서 시행령으로 통치하려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바로 잡아야겠죠. 이번 당선인 경우 젊은 축에 속하는 의원 아니십니까? 청년 문제에도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으시겠습니까?
"어휴, 저도 놀랐어요. '후보 중에 나이가 제일 어리네요'라고 받아 들였는데…. (웃음) 제가 금천구 갈 때는 '나이 50이 넘었으니 나에겐 마지막 도전이겠구나'라고 젊다는 생각을 안 했어요. 가보니까 남들이 젊다고 해서 '그런가보다' 하는데 그런 생각은 안 하고 있었어요.

요새 (청년 문제를) 다 들여다보지는 못했습니다. 가장 긍정적인 것은 여야를 불문하고 (청년 문제를) 문제라 생각하고, 솔루션을 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졌다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여기서 어떤 솔루션을 낼 것인가, 당장 급한 곳은 어딘지는 논의하고, 협의해야 할 것 같아요. 취업준비생에 대한 문제, 일자리 자체에 대한 문제, 주거에 대한 문제 다양하지 않습니까? 예전에는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기존에 시스템화돼있는 사회에 편입해 들어가는 것 자체가 어렵다. 자꾸 주변을 맴돌지 않습니까?"

- 그래서 청년 투표율이 높았던 것 같아요. 우리가 아무리 해도 안 된다. 우리가 사회를 바꿔야겠다는 열망이 커지고 있어요.
"네, 느낍니다. 지역에서 그런 분이 있어요. '이번에는 자식들이 어른들을 설득하더라. 절대 1번을 찍으시면 안 된다', '투표 한번도 안 하던 놈이 1번 찍으면 안 된다'는 말을 했다고... 단순히 투표로 말해달라고 이야기하고, 저도 투표가 가장 큰 무기라 얘기했었는데요. 청년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본인들의 무기를 과감하게 사용하셨고, 그 무기를 저를 비롯해 모든 분이 깊게 새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잘못하면 맞아 죽는다고 생각해야죠. 그분들이 가진 절망의 깊이를 제가 다 알지는 못합니다. 당사자도 아니고…. 저희 때는 저같이 학교 잘린 놈도 취직할 때가 있었으니까. 운동하다가 구속된 것으로 학교 잘려도 받아주는 곳도 있는데... 너무 스펙이 좋아도 지금은 받아 주는 곳이 없다는 상황이라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거죠."

- 요즘은 기업에서 면접을 보면 사상검증을 한다는 거 아닙니까? 정말 힘든 사회고, 생각을 통제받는 사회가 되고 있어요.
"박근혜 대통령 발언을 빌리자면 정상이 아니죠."

- 이훈 당선인은 '동교동계 정치인'이란 수식어를 달고 있어요.
"동교동계 선배들이 들으시면 기분 나빠하실 수도 있어요. 사실, 김대중 대통령이 현역 시절에 같이 활동하신 분들을 동교동계라 부르고요. (제가) 그 당시 활동했던 김대중 총재님 시절의 비서였던 사람이고. 물론, 동교동계 선배들과 가깝고 그래야 하는 입장이라는 것. 그분들이 정치적으로 저한테 정치적으로 훈수해도 되는 위치에 있으시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보면 '동교동계'라는 게 크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엄격히 따지자면 '김대중 총재 비서 출신'이라고 말씀하시는 게 맞습니다."

-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거의 석권하다시피 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과 영남에서 득표해서 전국정당으로 가고 있어요. 그래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힘을 모아야 정권교체가 된다는 생각을 하는 분이 많습니다. 국민의당과의 연대, 단합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일단은, 국회 개원하고 나면 여러 법안이 올라오고, 현안이 논의될 텐데... 아이디어는 서로 다를 수 있어요. 방점을 찍고, 어디에 주력하겠다는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저쪽에서 얘기하는 '공정 성장'이나 우리의 '더불어성장론'이나 기존의 패러다임인 지금의 서민들과 대다수 중산층이 먹고살기 힘든 것에서 바꾸자는 건 같은데 방식과 전문가 사이에선 다르게 이야기할 수도 있어요.

제가 볼 때는 크게 다르지 않다. 어쨌든 기존의 가진 자를 위한 정책에서 바꾸자는 건데 그 부분에서 생산적 논의를 할 수 있지 않으냐. 함께 할 수 있는 측면이 많다. 정책적으로 연대하고, 합의하고, 협의해 나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두 번째는 정권교체라는 것이 대통령 후보를 만들어 내서 그 사람을 통해 정책을 실현하는 건데 그 부분이 다를 수도 있어요.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서 이것도 희망이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 자연스럽게 국민이 또다시 아젠다를 만들 것 같아요.

그게 바로 아주 준엄한 명령이라 생각하고요.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분들도 그것을 반할 수 없으실 거다. 근거 없는 낙관론이라 생각될 수도 있는데, 낙관하게 됐어요. 대선이 아니라 그 과정이... 당이 달라져 있고, 이런 모습이 정권교체를 하는데 물리적 장애가 되지 않을까 하는데 저는 국민이 그걸 넘어설 거라 봅니다."

- 이번 선거 결과에서 나타났듯 전략적 투표 같은 걸 통해서 국민이 넘어서실 거다. 구도의 문제가 아니다?
"구도의 문제였으면 저는 떨어졌어야 했어요."

- 이훈 당선인의 분석이 맞을지 지켜보면 좋을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동교동계 쪽에 계셨으니까 동교동계 인사들이 국민의당으로 많이 갔단 말이죠. 그런데, 왜 이훈 당선인은 안 갔을까? 하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저도 호남 출신이고, 호남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가진 사람이고.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 그전에는 민주통합당. 호남에서 정치하는 분들, 호남민이 제1야당에 갖는 애증을 조금은 이해하는 사람 중 하나라고 스스로 생각해요. 호남에 직접 발을 디딘 분들이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선택하는 과정이 가슴이 아프고. 한편으로는 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도, '저것도 불가피한 선택이 아닌가'를 저도 조금 알고 있습니다.

감히 그 결단과 과정에 대해 평가를 하지 않아요. 어쨌든 결과가 드러났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번 선거 결과가 '1초 기쁘고 앞으로는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듯이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국민의당에서도) 앞으로 걱정이 많으실 거란 생각이 들어요. 당이 갈라지기 전부터 호남분들이 소위 야당, 중앙 정치, 지도부, 중앙 주류 세력으로부터 소외당하고 정치를 해야 하나. 그러지 말고 우리끼리 (정치를) 하자는 분위기가 나타난 게 오래됐어요. 그게 안철수라는 분의 탈당으로 계기가 만들어진 거죠. 현실적으로 그럴 힘이 생기겠다는 게 생긴 거죠. 바닥에 깔려 있던 게 안철수가 나오면서 생긴 거고."

- 녹색 바람이 계속 갈지는 알 수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앞으로 거기도 위기일 거라고 얘기한 겁니다."

- 현안 하나만 여쭤 볼게요. 지금 장안의 화제입니다. '어버이연합의 돈줄이 전경련이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충격받지 않으셨나요? 그럴 거로 생각하셨나요?
"누군가는 도와주지 않았을까 생각했고요. 차라리 개인 독지가였으면 좋았을 텐데…. 나름대로 자신의 생각이 있는 분이…. 사람이 생각이나 사상이 다를 수도 있는 거라서... 그런데, 그게 전경련이어서…. 거기에 본인들 이익이 걸렸다고 생각하셨나? 어버이연합과 전경련의 이해관계가 일치된 부분이 있었나 생각하니 답답합니다."

- 경실련은 '전경련을 검찰에 수사하겠다'는 말을 했는데요. 국회에서도 진실 규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사실은 그 배후가 진짜 있다면, 진실 규명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청와대에서 일해보고 이런 제 경험에서 보면 짐작 가는 바는 있지만, 확정이 안 돼서 말씀은 못 드려요. 그걸 드러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못 일어나게 할 수는 있겠죠. 어쨌든 전경련이란 단체가 자발적으로 했든, 누구의 사주를 받았든 어버이연합에 지원했다는 건 국민이 보기에 좋아 보이진 않잖아요."

- 어버이연합이 어떤 단체입니까? 세월호 유가족에 막말하고, 친정부적인 집회만 귀신같이 알고 열더라고요.
"옛날에는 법적으로 하지 않았습니까? 과거 5, 6공화국 시절에 관변단체의 기세등등한 집회를 기억하시는 분들은 알 겁니다. 그때 비하면 어버이연합은 뭐…. (웃음) 어쨌든 그런 분들이 사회적으로도 지켜야 할 선들이 있는데, 그 선들을 못 지키실 때 벌어지는 사회적 물의가 걱정되기는 하죠. 거기에 전경련이 개입했다고 생각하니 이건 뭐…."

- 끝으로 인사 말씀 들어 보겠습니다.
"제 가슴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해드릴 수 있어서 감사한 자리였고요. 이런 자리가 마련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끝>

#이훈 #박정호 #팟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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