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국정원 사건, 반드시 국정조사해야

[주장] '어버이연합 게이트' 국정조사는 선택 아닌 필수

등록 2016.04.26 09:28수정 2016.04.2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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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어버이연합과 전국경제인연합회 사이의 커넥션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초대형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JTBC는 지난 2014년 하반기 전경련이 차명계좌를 통해 어버이연합 측에 1억2000만 원을 지원한 사실을 폭로했다. 논란이 커지자 어버이연합은 전경련으로부터 우회적으로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자금은 노인무료급식과 탈북자들을 돕는 데 사용되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전경련의 지원을 받았지만 언론에 폭로된 것처럼 친정부 집회의 알바비로 사용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 결과,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의 차명계좌인 벧엘선교재단 계좌에 입금을 할 때마다 어버이연합이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어버이연합은 차명계좌에 돈이 들어온 직후에는 여지없이 집회를 열었다.

2012년 2월 21일 전경련이 1800만 원을 송금하자 어버이연합은 그날부터 한미 FTA 적극 찬성 집회를 열기 시작했다. 2013년 9월에는 어버이연합이 정부의 기초노령연금 축소 결정 찬성 지지 집회를 열자 그 다음날 1000만 원이 차명계좌로 입금되기도 했다. 2014년 3월27일 '간첩 증거조작 사건'으로 자살을 시도한 국정원 과장의 쾌유를 비는 집회를 열었던 다음날에도 1500만 원이 입금됐다.

이처럼 어버이연합은 전경련으로부터 거액의 돈이 입금된 직후에는 어김없이 친정부 집회를 열어왔다. 이 같은 사실은 전경련의 자금을 노인무료급식과 탈북자 지원에 사용했을 뿐이라는 어버이연합의 해명이 거짓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어버이연합의 거짓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애초 2014년 하반기 무렵부터 노인무료급식을 위해 전경련의 지원을 받아왔을 뿐 그 이전에는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역시 거짓이었다.

JTBC에 따르면 그들은 지난 2012년 2월부터 전경련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고, 지원금도 무려 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버이연합과 전경련이 꽤 오래전부터 수상한 거래를 해오고 있었던 셈이다.


청와대의 집회 지시 의혹과 관련해서도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이번 논란에 관여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허현준 행정관은 지난 21일 청와대가 어버이연합에 집회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을 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22일 어버이연합의 추선희 사무총장은 JTBC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에 청와대가 지지 집회를 부탁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지시가 아니다. 우린 협의를 했다. 한일 관계니까 수요집회 때 나가서 아베(규탄시위)를 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청와대와의 접촉을 시인했다.

추 사무총장의 인터뷰는 위안부 관련 집회에 청와대와 어버이연합 사이의 사전교감이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언이다. 그것이 지시든 아니면 협의든 상관없이 청와대와 어버이연합이 집회와 관련해 서로 접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이 거세질 전망이다.

의혹은 또 있다. 바로 국정원의 개입 여부다. 지금까지 어버이연합으로 흘러 들어간 전경련 자금은 무려 5억 원에 달한다. 그런데 정작 어버이연합은 전경련의 이해관계와 맞물린 집회가 아니라 주로 친정부 집회를 열었을 뿐이었다. 이를 통해 전경련은 단지 돈을 대주는 역할만 한 것일 뿐 실제 어버이연합을 움직이는 배후는 따로 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진짜 '몸통'은 누구인가

그런데 이와 관련해 국정원이 새삼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은 지난 2013년 5월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으로 세상을 깜짝 놀래킨 바 있다. 당시 문건에는 '자유청년, 어버이연합 등 범 보수진영 대상 박 시장의 좌(左)경사 시정을 규탄하는 집회, 항의방문 및 성명전 등에 적극 나서도록 독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물론 해당 문건은 검찰에 의해 국정원의 공식 문건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은 상태다. 그럼에도 각종 정치개입 논란에 휩싸여 왔던 국정원을 향한 세간의 의혹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어버이연합이 전경련으로부터 친정부 집회를 여는 대가로 거액의 지원금을 받았다는 점, 집회와 관련해 청와대와 어버이연합 사이의 사전교감이 있었다는 점, 전경련이 자금 지급의 창구일 뿐 직접적 배후가 아니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제 관심은 어버이연합 등 관변단체를 배후에서 조종한 실질적인 몸통이 누구냐에 쏠린다.

필자는 며칠 전 전경련과 어버이연합 사이의 수상한 거래 의혹과 관련해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그 사이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점점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로써 20대 국회가 해야 할 첫 번째 임무는 명확해진 것 같다. 20대 국회는 개원하는 대로 '어버이연합 게이트'를 철저하게 조사하고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청와대와 국정원, 전경련과 어버이연합이 얽혀있는 '어버이연합 게이트'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제2의 '국정원 사건'이라 불려도 무방할 초대형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는 청와대와 국가기관이 관변단체를 동원해 불법적으로 국내 정치에 개입한 것으로, 헌법질서를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한 국기문란 사건이라는 의미다. '어버이연합 게이트'에 대한 국정조사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국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어버이연합 게이트 #어버이연합 배후 #시사저널 어버이연합 #어버이연합 전경련 #청와대 어버이연합 집회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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