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성공해서 문제, 노동절 축제가 남긴 숙제

매년 5월 1일, 독일 베를린에서 벌어지는 축제 '마이페스트'

등록 2016.05.01 08:57수정 2016.05.0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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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역에서 축제 구역으로 몰려오는 사람들 ⓒ 신희완


매년 5월 1일 노동절. 독일의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에서는 '마이페스트(5월을 의미하는 독일어 Mai의 발음과 유사한 영어 My와 축제를 의미하는 Festival의 약자를 합성한 단어)'라는 이름의 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는 저녁에 있는 대규모 노동절 시위와 함께 노동절 베를린을 뜨겁게 만드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마이페스트 축제가 단기간에 유명해질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마이페스트와 같은 날 열리는 노동절 시위 때문이다. 지역의 역사적 전통을 잇는 노동절 시위의 폭력성을 완화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축제였다.

지역 주민과 상인 그리고 지역 관청이 함께 만든 마이페스트는 지난 2003년 처음 축제를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베를린 정부에서 수여하는 범죄 예방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마이페스트 축제는 이후 크게 성공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성공했기 때문에, 얼마 전까지 만해도 '올해 마이페스트를 정상적으로 개최할 수 있을지 없을지' 불투명했다. 노동절 시위를 완화하려는 목적뿐만 아니라, 수십만 명이 찾아오면서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이 축제가 지역의 큰 문젯거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거리마다 쌓여있는 쓰레기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 신희완


통제 불가능한 규모로 확장, '축제 변질' 지적도

2015년에는 동시에 4만 명의 사람들이 축제 구역의 작은 거리를 가득 채웠고, 이날 하루 총 2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축제를 찾았다. 축제 구역뿐만 아니라 주변 일대에 너무나 많은 사람이 몰려, 근처를 지나는 열차는 안전 문제로 통과 운행을 하였다. 좁은 지역으로 밀려드는 군중으로 인해 혼란스러웠다. 공원은 훼손됐고, 쓰레기는 곳곳에 방치되었다.

지난해의 축제 이후, 한 지역 주민이 '공공의 의견이 전혀 수렴되지 않는 상업적인 거리 축제를 금지해 달라'고 행정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놀랍게도 과거 마이페스트 창립 멤버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마이페스트가 더 이상 통제가 불가능한 규모로 커졌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운영 중단 소송을 하면서 앞으로 제대로 된 축제로 운영될 수 있길 바란다고도 밝혔다.


'소음이 심하다', '축제 구역을 변경해 달라', '사람이 너무 많아 응급 상황 시 구급 요원이 제대로 진입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진행된 노동절 시위를 방해하려는 축제의 성격이 의심스럽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지역 주민들의 개인적인 걱정과 지역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은 다양한 소송이 지난 1년간 이어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과 토론이 필요했다. 하지만 기존 운영진과 지역 관청 그리고 베를린 정부의 입장에선 잡음은 많지만 분명 성공한 축제라고 보았다. 그렇기에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덕분에 실제로도 비교적 큰 어려움 없이 올해 축제를 개최할 수 있었다.

먹고 마시는 것이 축제의 전부처럼 보일 정도로 축제의 정체성은 변해가고 있었다. ⓒ 신희완


'지속 가능한 축제'에 대한 고민

마이페스트 운영위는 앞으로 상업적인 면을 축소하고, 좀 더 정치적인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 축제 무대 내에서 최소 2시간 이상 정치적 고민을 다루는 행사를 계획하였다. 행사의 주제는 임대료 상승, 그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 동성애 혐오, 인종차별 등 지역 사회의 크고 작은 문제들이다.

여기에 4만 명 이상이 동시 출입해 통제를 할 수 없던 참가 인원의 규모를 최대 3만5천 명이 참가하는 수준으로 제한하며, 이를 위해 각 출입구에서 출입 인원을 통제할 예정이다. 또한, 작년에는 18개였던 무대를 8개로 줄인다. '과도하게 상업화된 축제'라는 지적에 대한 응답으로 300개가 넘어가던 음식 및 음료 가판대는 100개 정도로 축소 운영하고, 화장실은 더 늘려 무분별한 노상 방뇨를 예방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축제는 오후 10시에 완전히 종료된다. 이는 밤늦게까지 무분별하게 진행되어 참가자들이 주택가 일대(마이페스트 축제 구역 일대는 대부분 일반 주택가다)에서 새벽까지 크고 작은 사건 사고와 소음을 일으켰던 문제에 대한 대응책이다. 하지만 여전히 거주민 입장에서는 완전한 해결책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리 넓지 않은 거리와 도로엔 사람들이 가득했다. ⓒ 신희완


완전한 대안이라 볼 수 없지만, 최소한의 변화를 준 축제는 베를린 정부에 새로운 어려움을 안겼다. 기존 마이페스트는 정치 집회가 아닌 '일반 축제'로 등록된 상태였기에, 경찰이 아닌 사설 경비업체가 축제 보안을 담당했다. 하지만 정치적 성격이 강화된 이번 축제는 '정치 집회'로 등록되었고, 이에 경찰 병력이 투입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축제 기획을 하며 축제 운영위와 지역 관청 그리고 경찰측 간의 책임 공방이 4월까지 이어졌다. 작년에 약 2만 명이 참가한 노동절 시위를 통제하기 위해 베를린 경찰뿐만 아니라 독일 전역에서 약 6500명의 경찰이 투입되었다. 올해에는 마이페스트가 정치 집회로 등록되면서 최소한 작년만큼 대규모로 경찰이 투입될 예정이다.

여기에 노동절 시위대가 '마이페스트 축제 구역을 가로지르며 자신들의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겠다'며 경찰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시위대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이 축제에 관한 그들의 생각을 표출해왔다.

크로이츠베르크의 클럽 에스오36(SO36)에서 있었던 아래로부터의 동네축제 행사 ⓒ 신희완


마이페스트 논란이 지속되던 올해 초, 노동절 시위 관계자와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아래로부터의 동네 축제'(Kiezfest von unten)라는 새로운 조직이 꾸려졌다. 상업화된 축제와 불투명한 마이페스트 운영 방식에 대한 대안으로 '좀 더 민주적인 축제 운영을 기획해보자'는 움직임이다.

이들은 기존의 마이페스트 조직, 지역 관청 그리고 베를린 정부의 간섭 없이, 지역 주민 스스로 운영하는 대안의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마이페스트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채 또다시 문제가 불거진다면, 내년에는 이들과 주민들이 만드는 새로운 축제가 시작될 수도 있다.

이번 마이페스트 운영위는 넘치는 인기를 적절한 수준으로 줄여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서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임시 해결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분명 지속 가능한 지역 축제를 위한 잘 준비된 대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것은 비단 마이페스트 축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카니발 축제, 러브 퍼레이드 등 베를린의 수많은 행사와 그 행사가 벌어지는 주요 지역들이 겪어왔던 일이다. 베를린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고통도 받고 있다.
#독일 #베를린 #도시 #지역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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