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놀이동산보다 이곳을 추천합니다

[포토에세이] 여러가지를 느낄 수 있는 골목여행의 묘미

등록 2016.05.04 11:00수정 2016.05.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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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동재개발지구 거여동재개발지구의 골목길, 좁은 골목길은 가로등 하나만으로도 따스하다. ⓒ 김민수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황금연휴가 시작된다.

황금연휴가 다가오면 저마다 여행을 꿈꾸지만, 여행지마다 넘쳐나는 인파와 오가는 길의 교통체증과 막대한 여행경비 등으로 인해 여행 뒤에 추억이 남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만 남는 경우도 많다.


사람들이 북적거려야 여행맛을 느끼는 경우가 아니라면, 호젓한 골목여행은 어떨까?

아직도 골목길이라고 불리는 길을 간직하고 있는 경우라면, 재개발지구처럼 조금은 낙후된 지역이기도 하므로 옛 추억을 돌아볼 수 있는 풍광들이 제법 남아있다. 게다가 예술가들의 손길이 닿은 골목길은 벽화들을 감상하는 맛도 쏠쏠하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골목길'만이 가진 내밀한 매력들이 숨바꼭질하듯 좁은 골목길에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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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무진의 어느 골목길에서 만난 벽화 ⓒ 김민수


골목여행은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골목여행은 경쟁사회에서 여행조차도 빨리빨리 속도전으로 해치우는 것과는 다른 '슬로우 라이프'의 한 형태이다. 경쟁사회에서 한 걸음 물러나 관조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면 우리는 비로소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보아도 우리 삶이 변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천천히, 느릿느릿 걸어가면서 만나는 것들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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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철길마을에서 골목여행은 소소한 것들이 주는 아름다움을 만나는 여행이다. ⓒ 김민수


개인적으로 아이들에게는 놀이공원보다 골목여행이 훨씬 더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황금연휴라 골목길은 더욱 더 한산할 것이므로, 놀이기구 앞에서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까지 있다. 게다가 비용도 절감된다.

편리한 문명이기에서 살던 아이들이라면, 다소 불편한 골목길의 살림살이를 보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이들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골목여행이 주는 유익함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돈을 주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충분히 있으며, 그것이 의미없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골목여행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 물론, 이런 마음을 품고 살아가려면, 물질만능주의적인 사고방식에 빠진 이들에게 고난을 받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결국 그런 이들이 이 세상의 빛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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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골목을 걷다보면 내밀한 삶의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 ⓒ 김민수


골목여행이 주는 유익함은 또 있다.

어떤 시선으로 골목길을 바라보는가에 따라 수많은 예술작품 못지 않은 작품들을 발견할 수 있다. 마치 숨바꼭질하듯 숨어있는 골목비경들, 그저 평범한 모습이라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그 평범함 속에 숨어있는 그 무엇을 보는 눈을 골목여행을 통해서 뜰 수 있는 것이다.

사진가들이 종종 골목을 찾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본다. 그저 그런 일상의 풍경이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볼 수 없지만, 그 일상이 평범한 일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단 한 사람만을 위한 단 하나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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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동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오밀조밀 살아가는 이들의 삶은 풍족하지 않아도 정이 넘친다. ⓒ 김민수


게다가 골목길은 수시로 변한다. 무엇이 하나 더해지고 빠짐에 따라 전혀 다른 풍광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골목길은 내밀하다. 은밀하다. 그래서 적당히 나도 숨을 수 있으며, 내가 잘 드러나지 않기에 조금은 더 편하게 사진작업을 할 수 있다. 물론, 몰래카메라를 찍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골목이 간직한 아주 특별한 풍광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누구도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내밀하고, 은밀하게 숨겨진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다는 것은 '특별한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특별한 눈'을 가진 이를 필요로 한다. 아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일뿐 아니라 특별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데 골목여행은 아주 좋은 방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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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동재개발지구 재개발지구는 수시로 변해서 한번 사진으로 기록하면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경우도 많다. ⓒ 김민수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재개발지구는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그런 경우에는 단 한 장의 사진 외에는 허락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모든 사진의 속성이긴 하지만, 그런 속성들이 아니더라도 재개발지구의 골목길은 늘 우리에게 열려 있지 않다.

옥바라지골목으로 알려진 서대문 구치소 건너편의 골목길, 그곳은 개발에 들어가 더는 걸을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옥바라지골목의 역사적인 의미들이 재조명되고 있으며, 재개발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미 그곳은 개발의 광풍이 잠식해 버렸다. 그럴 줄 알았으면, 골목길을 걸을 수 있었을 때에 한 번이라도 더 걸었을 것을 하는 후회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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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 작은 골목길을 따라 그려진 벽화들은 골목여행길을 즐겁게 한다. ⓒ 김민수


아마도 지금과 같은 형태의 개발이 지속된다면 머지 않아 우리는 서울 근교에서 골목길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성냥갑 같은 아파트에 갇혀 살아갈지도 모를 일이다.

아직은 골목여행을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서울은 물론이요, 서울 근교에 제법 걸을 만한 골목길들이 많다. 백사마을을 비롯하여 개미마을 같은 유명한 곳이 아니더라도 걸어볼 만한 골목길은 많다. 물론, 골목길이라고 할지라도 북촌이나 서촌 같이 휴일이면 북새통을 이루는 곳은 피하는 것이 골목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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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여행 아주 작은 단편 속에 들어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 골목길이다. ⓒ 김민수


골목길에선 별 것도 아닌 것이 예술작품이 되기도 한다. 보는 눈만 있으면 된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놀이기구의 짜릿한 맛을 보여주는 것보다 골목길에 숨바꼭질하듯 숨어있는 것을 발견하는 짜릿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부모들은 잊혀진 추억들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며, 아예 골목길에 대한 추억이 없다고 하더라도 '여기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다양한 삶에 대한 반추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골목여행을 추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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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마을 골목길을 산책하는 사진가, 좁은 골목길에 숨바꼭질하듯 숨어있는 사진의 소재들은 무궁무진하다. ⓒ 김민수


그러나 골목여행을 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그 골목은 그들의 삶의 터전이라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물론 그들의 초상권이나 사생활을 침범하지 않도록 각별하게 주의를 해야 한다. 제법 유명세를 탄 마을 주민들 중에는 골목길을 어슬렁거리는 이들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이들도 많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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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여행 낡고 오래된 것을 만나면 더욱더 깊은 여행이 된다. ⓒ 김민수


이번 황금연휴에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숨바꼭질하듯 숨어있는 골목예술을 보러가는 것은 어떨까?

어린이날이면 수많은 아이들이 같은 놀이공원에서 같은 놀이기구를 타고, 같은 장난감 선물을 받는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물론, 어버이날도 그렇다. 한결같이 이런저런 선물보다 자녀들이 건네주는 돈봉투가 가장 좋다고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이런 이상한 일들로 얼룩진 5월의 황금연휴가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지금도 여전히 골목길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야만 하는 이들의 삶의 단편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을 권하고 싶다.
#골목여행 #혜화동 #개미마을 #거여동재개발지구 #강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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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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