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알리, 트럼프에 강펀치... 마지막 공식 발언 부각

인권 행보 극명한 대비, 힐러리·샌더스 일제히 트럼프 겨냥

등록 2016.06.06 15:18수정 2016.06.0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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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전설적인 복싱선수 무하마드 알리의 별세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행보에 예상치 못한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이슬람교도이자 인종차별에 강하게 반대해 온 알리와 극단적인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인기를 얻어온 트럼프가 극명히 대비되며 알리에 대한 추모 여론이 트럼프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두 인물은 생전에 특별히 사이가 나쁘지는 않았다.

알리는 2004년 트럼프와 멜라니아의 결혼식에 참석했으며, 트럼프도 알리가 주최한 자선행사에 몇 차례 모습을 비췄다.

트럼프는 또 알리를 '나의 친구'라고 언급하며 기념사진을 찍는가 하면 2007년에는 무하마드 알리상 수상자로 선정돼 알리로부터 직접 상을 건네받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지난해 12월 '이슬람교도 입국 금지' 발언을 하면서 둘 사이에 불협화음이 관측됐다.

트럼프는 당시 "오바마가 우리 스포츠 영웅이 이슬람교도라고 연설했다. 오바마는 어떤 스포츠를 말하는 것이고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1964년 이슬람으로 개종한 알리는 트럼프의 이슬람교도 입국 금지 발언 직후 성명을 내고 "우리 이슬람교도는 이슬람을 자신의 개인적인 이해를 위해 쓰는 사람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를 직접 거명하는 대신 '이슬람교도 이민 금지를 제안한 대선 후보들'이라는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했으나 트럼프를 겨냥한 것이 명백한 성명이었다.

알리의 당시 발언은 숨지기 직전 언어 능력을 잃은 알리의 생전 마지막 공식발언으로 기록되면서 사후 다시 한 번 조명됐다.

인권운동가로서의 알리의 면모가 다시 한 번 부각되는 것도 인종차별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에게는 타격이 될 수 있다.

알리는 생전에 흑인 인권운동가 맬컴 엑스와 교류하며, 노예였던 조부로부터 물려받은 성씨 '클레이'를 개명할 정도로 미국의 인종차별에 맞서 싸운 인물이었다.

가뜩이나 트럼프가 5일 "이슬람교도 판사가 자신을 불공정하게 대우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무슬림을 자극해 공화당 지도부를 '속앓이'하게 만드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이 더욱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알리의 별세 소식이 알려진 직후 추모 과정에서 경쟁자들은 트럼프를 직간접적으로 비판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무하마드 알리를 추모하는 이날은 우리가 사는 나라가 사람들이 각자의 신을 믿을 수 있고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고르며 자신의 꿈을 좇을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고 추모했다.

이어 "나는 언제나 미국에서는 어느 부모님 밑에서 태어났는지와 피부색이 어떤지가 문제 되지 않는다고 믿는다"며 "우리는 인종이나 종교가 아니라 말과 행동으로 판단 받는다"고 강조하며 인종차별적이고 거친 언사를 쏟아내는 트럼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버니 샌더스도 "알리는 멋진 복싱 실력뿐만 아니라 놀라운 용기로 미국인의 심금을 울렸다"고 고인을 추모하며 "당신이 얼마나 알리를 사랑하는지 우리에게 말하지 마라. 당신은 여전히 미국내 이슬람교도에 반감을 품고 있다"고 트럼프에게 '잽'을 날렸다.

오는 10일 알리인 고향인 켄터키 주 루이빌에서 열릴 장례식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추도사를 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을 검토 중인 것도 트럼프에겐 달갑지 않은 일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칼럼을 통해 "운명의 장난으로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한 번 위대하게' 캠페인 한중간에 알리가 숨졌다"며 "트럼프는 링 위에서 알리의 유령을 쫓으면서 단 한 대라도 명중하길 바라며 거칠게 스윙을 날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알리 #트럼프 #샌더스 #힐러리 #멜라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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