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억 새마을공원, 박정희 신격화의 끝판왕

[박정희 기념사업 파헤치기①] 비를 그치게 하는 박정희 대통령? 우스꽝스러운 우상화

등록 2016.06.07 18:21수정 2016.06.0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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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에 열렸던 박정희 등굣길 걷기 체험행사 계획
2015년에 열렸던 박정희 등굣길 걷기 체험행사 계획구미시

경북 구미에 있는 '구미초등학교'와 '정수초등학교' 학생들은 지난해 11월 '박정희대통령 등굣길 걷기 체험행사'에 동원됐습니다. 박정희 생가 앞에서 출발해 '박정희로' 등을 거쳐 구미초등학교까지 6.3km를 2시간 넘게 걷는 행사였습니다.

당시 학생들은 박정희 생가에 있는 거대 동상을 시작으로 중간에 있는 여러 개의 소년 박정희 동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스탬프를 받았습니다. 마지막은 구미초등학교에 있는 박정희 동상에서의 단체 기념촬영이었습니다.

구미초등학교 학생이 동원된 이유는 박정희가 다녔던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정수초등학교'는 박정희의 '정'자와 육영수의 '수'를 따서 건립된 학교입니다.

현대사에서 논란이 되는 인물을 마치 위인처럼 초등학생들을 동원해 등굣길을 걷게 했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구미초등학교와 정수초등학교 학생들의 '박정희 등굣길 걷기 체험 행사'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탄신제·추모제는 기본, '박정희 밥상'에 '박정희 소나무'까지

경북 구미시는 박정희가 태어난 고향이라는 이유로 별의별 '박정희 기념사업'이 벌어지는 도시입니다. 박정희 생일에는 '탄신제'가, 김재규에게 사살된 10월 26일에는 '추모제'가 열립니다. 박정희 생가에는 지난 2009년 건립된 높이 5m 박정희 동상도 세워져 있습니다. 해당 동상은 동상건립추진위원회에 의해 세워졌고, 위원회는 남유진 구미시장의 건의로 설립됐습니다.

 경북 구미시 열린시장실 포토앨범에 올라온 박정희 기념 행사 사진들
경북 구미시 열린시장실 포토앨범에 올라온 박정희 기념 행사 사진들구미시

지난 2013년 남유진 구미시장이 마을을 방문해서 박정희와 육영수의 영정사진을 기증하고, 마을 회관에서는 제막식이 열린 바 있습니다. 현직 대통령도 아닌 죽은 독재자의 사진이 마을회관에 걸립니다.


2015년에는 감이 열리는 시기에 박정희 생가에서 '박정희 생가 감 따기 및 곶감 만들기 행사'가 대대적으로 벌어졌습니다. 2014년 11월 25일에는 박정희가 먹었던 밥상을 중심으로 '박정희 역사 테마 밥상 발굴 용역 평가 보고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2015년 11월에는 박정희가 어린 시절 다녔던 등굣길을 기념하는 걷기 행사가 열린 후에 일명 '박정희 소나무'에 막걸리 98리터를 붓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박정희 소나무'는 박정희가 어린 시절 소를 데려와 풀을 뜯게 하고 밑에서 책을 읽었다는 나무를 말합니다. 박정희 탄신 98주년이라고 건강을 기원하며 막걸리 98리터를 이 나무에 붓는 행사였습니다.


문제는 바로 옆에 있는 '경북 새마을회관'조차 이용객이 적었는데, 과연 제대로 운영이 될 수 있느냐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가 사업 타당성을 조사해봤더니 비용(B) 및 편익(C) 비율이 0.850%로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한 지역경제 활성화 지수도 낮아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 보고서 링크).

박정희를 가리켜 '반신반인'이라 칭하고, 비가 그친 이유가 '위에 계신 박정희 대통령이 멈추신 것'이라는 말은 레닌, 스탈린, 김일성과 같은 공산주의 독재자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공산주의를 타도를 외치며 반공을 국시로 내세웠던 나라에서 나올 만한 얘기는 아닙니다.

구미시의 박정희 기념사업을 보면 북한이 벌이는 김일성, 김정일 신격화와 너무나 흡사합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행사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외국인은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는 궁금증이 들기도 합니다.

110억원짜리 새마을회관이 웨딩홀과 스크린 골프장으로

2008년 경상북도와 구미시는 110억(도비·시비 60억)을 들여 '경상북도 새마을회관'을 건립합니다. 새마을운동 활성화와 상징을 위해 지하 1층, 지상 4층, 전체면적 7372㎡의 큰 건물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외곽에 위치한 점과 부실한 관리 등의 이유로 이용객이 거의 없었습니다.

 2008년 110억을 들여 건립된 경북 새마을회관은 현재 대부분 웨딩홀과 스크린골프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2008년 110억을 들여 건립된 경북 새마을회관은 현재 대부분 웨딩홀과 스크린골프장으로 이용되고 있다구미참여연대

준공 이후 7년 동안 방치됐던 '경북 새마을회관'은 2015년 리모델링을 해서 웨딩홀과 스크린 골프 연습장으로 임대가 됩니다. 당시 건물 임대를 위한 개조 비용 6억 원은 경상북도가 지원했습니다.

구미참여연대가 지난 5월 28일 현장을 확인해 보니, 새마을회관이지만 건물 위에는 'SM 컨벤션 웨딩'이라는 간판이 크게 걸려 있고, 웨딩홀에 손님이 있는 날에는 아예 본관 출입구를 봉쇄한다고 합니다. 구미참여연대는 명색이 새마을회관이지만 2층에 있는 새마을 역사관은 먼지가 쌓여 있고 장기간 방치된 흔적이 역력했다고 했습니다.

110억 원의 건립비용과 6억 원의 리모델링 비용이 국민의 세금으로 지출됐지만, 웨딩홀과 스크린골프연습장에서 나오는 수익은 모두 '경상북도 새마을회'로 귀속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새마을회관 건립은 세금으로 하고 수익은 새마을회가 갖는 구조입니다.

500m 떨어진 곳에 800억짜리 '새마을 테마파크' 조성?

110억을 들인 새마을회관이 제대로 그 역할을 하지 못하면 감사 등을 통해 부실 관리의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하지만 구미참여연대에 따르면, 경상북도와 구미시는 오히려 '경북 새마을회관'에서 불과 500m 떨어진 곳에 '새마을테마 공원'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박정희 동상 뒤편으로 800억을 들여 조성되고 있는 '새마을테마 공원', 110억을 들인 '경북 새마을회관'과 불과 500m 떨어진 곳이다.
박정희 동상 뒤편으로 800억을 들여 조성되고 있는 '새마을테마 공원', 110억을 들인 '경북 새마을회관'과 불과 500m 떨어진 곳이다.구미참여연대

'새마을 테마공원'은 2014년부터 총사업비 866억 원(국비295억 원, 도비148억 원, 시비423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입니다. 주요 시설로는 '새마을 체험마을', '새마을운동 박물관', '글로벌 새마을관', '녹색 새마을관', '새마을운동 명예의 전당', '글로벌운동 연수관' 등이 조성됩니다.

문제는 바로 옆에 있는 '경북 새마을회관'조차 이용객이 적은데, '새마을 테마공원'이 과연 제대로 운영이 될 수 있느냐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가 사업 타당성을 조사해봤더니 비용(B) 및 편익(C) 비율이 0.850%로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한, 지역경제 활성화 지수도 낮아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사업성도 없고, 지역 경제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800억 원짜리 '새마을 테마공원'은 유지비만 연 40억 원이 넘을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결국, 죽은 자를 기념하는 사업 때문에 경북 도민들과 구미 시민들은 수십억 원의 세금을 갖다 바치는 셈입니다.

'반신반인 김일성'과 '박정희의 신격화'

 북한 응원단은 비가 오자 장군님 상이 젖는다고 오열했으며, 남유진 구미시장은 새마을공원 기공식 도중 비가 그치자 '위에 계산 박정희 대통령이 멈추신 것'이라 말했다.
북한 응원단은 비가 오자 장군님 상이 젖는다고 오열했으며, 남유진 구미시장은 새마을공원 기공식 도중 비가 그치자 '위에 계산 박정희 대통령이 멈추신 것'이라 말했다. 임병도

존 에버라도가 지은 <영국 외교관 평양에서 보낸 900일>이라는 책을 보면 '김일성의 개인숭배는 스탈린식 개인숭배를 만들어내려는 소비에트의 시도와 공산주의 이전 조선 시대 통치자의 전통이 결합한 결과물로 이것이 조선 왕의 반신반인 존재로 김일성을 격상시키는 효과를 발휘했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박정희를 가리켜 '반신반인'이라 칭하고, 비가 그친 이유가 '위에 계신 박정희 대통령이 멈추신 것'이라는 말은 레닌, 스탈린, 김일성과 같은 공산주의 독재자들에게서 나오는 현상입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며 공산주의를 타도해야 한다는 반공을 국시로 내세웠던 나라에서 나올 만한 얘기는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돈으로 아버지를 찬양하는 기념관을 짓는다면 개인의 자유이기에 가능합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이제는 이마저도 허용하지 않는 국가입니다. 지난 1월 중국 리싱 그룹의 쑨칭신 회장이 자비로 마오쩌둥의 동상을 세우려다가 비판 여론이 일자 중국 당국이 철거했던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독일에서 세금으로 히틀러 동상을 세우고, '히틀러 등굣길 걷기 행사'를 벌인다고 하면 어땠을까요? '히틀러가 먹었던 밥상'을 역사 테마 사업으로 만들고, '히틀러 영정 사진'을 보급하고, '히틀러 나무'에 건강을 기원하는 와인을 붓는 등 기념 사업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왜 중국과 독일이 독재자들의 동상과 기념 사업을 불허하는지 우리도 알아야 합니다.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에서나 벌어지는 '대를 이은 우상화'가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서는 버젓이 벌어지니 참 황당하고 답답한 노릇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박정희 기념 사업 #경북 구미시 #신격화 #남유진 #반신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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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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