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자 들어가는 풀이 이렇게 많았어?

[갑천종주 여섯 번째 이야기] 오디 따먹는 6월의 하천 걷기

등록 2016.06.10 14:32수정 2016.06.1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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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 개불알풀, 개쏙새, 개머루, 남개연…. 모두 '개'자가 들어가는 풀들이다. 지난 8일 갑천종주에서 만난 꽃들이다. 이번 종주에는 대전환경운동연합과 월평공원 갑천생태해설가 6명이 함께했다. 흔히 못난 것이 붙여지는 '개'가 들어가 있어, 예쁘지 않다고 생각 할 수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생긴것도 특이하고, 자세히 보면 너무 아름다운 꽃들이었다. 아마 들풀을 잡초로 인식하면서, 여러 이름들이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추측해본다.


매달 진행되는 갑천종주는 구간별로 나눠 갑천을 답사하는 프로그램이다. 갑천 종주를 시작한지 벌써 여섯 번째다. 더운 여름 그늘이 없는 하천변을 걷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갑천 상류는 숲과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그늘이 많은 편이다. 6월 태양이 작열하는 가운데 진행된 종주는 더위에 힘들 것으로 예상된 것과는 다르게 그늘 터널을 걷기도 하며, 편안한 종주가 됐다. 그만큼 자연이 잘 유지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코스는 평촌동에서 봉곡교까지 약 4.5km를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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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조화를 이루며 그늘을 만들어준 모습 그늘이 만들어진 모습 ⓒ 이경호


6월, 벌써 먹을 것을 찾을 수 있었다. 뽕나무로 알려진 오디나무가 하천면에 검은색 열매를 자랑하고 있었다. 오디나무는 6월에 만날 수 있는 행운 같은 것이었다. 바쁘게 따는 손과 입에는 오디의 검은색 물이 들었지만, 달콤한 맛은 혀와 마음에 오래 남는다.

시력과 노화방지에 탁월하다는 안토시아닌이 블루베리보다 1.5배 많이 들어 있다니 더 열심히 먹는다. 젊게 살겠다는 욕심을 부리며…. 수많은 오디나무의 당도를 비교하듯이 종주하며 오디나무가 나타날 때마다 먹는 것은 6월의 하천이 아니면 느끼기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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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의 오디를 따고 있다. 오디를 따고 있는 모습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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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 건강에도 좋고 맛도 좋은 오디는 갑천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 이경호


모내기가 끝난 하천변 들판에는 하얀새 백로가 먹이를 찾고 있다. 쇠백로, 중백로, 중대백로, 왜가리를 만날 수 있는 갑천에서 벌써 네 번이나 쫓겨난 백로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풍요로운 하천에서 새를 쫓아낸 것은 못쓸 짓이라며 한마디씩 하고 간다. 배로들은 이런 고통에도 올해 갑천을 찾아와 새끼를 키우기 위해 먹이를 찾고 있는 것이다.(관련 기사 : 여름철새 백로가 왜 한국에?).

종주의 걸음은 더디다. 4.5km밖에 되지 않는 거리를 3시간 동안 걷는다. 느리고, 안전하게 걸으며, 하천을 자세히 살펴본다. 야실마을에 들어서자 갑천이라는 푯말이 나온다. 국가하천이 시작되는 봉곡동의 야실마을은 계룡산에서 발원한 두계천과 대둔산에서 발원한 벌곡천이 합류하는 곳이다.


그래서 이곳부터는 국가하천이다.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하천은 지방하천이고 국가에서 관리하는 하천은 국가하천으로 구분된다. 갑천은 국가하천으로 국토교통부에서 관리하도록 돼 있다. 여름이면 반딧불이를 흐드러지게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마을 중 하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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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의 물과 계룡산의 물이 합쳐지는 곳 사진 오른쪽에서 내려오는 물이 계룡산의 물이고 왼쪽에서 내료오는 물이 대둔산의 물이다. ⓒ 이경호


이번 종주는 코스가 길지도 않았지만, 3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수 없을 정도로 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꽃길을 건는 것이 마냥 기쁘다는 선생님들의 열정에 다시 한 번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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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천변의 꽃길 식제된 꽃과 자연스럽게 자란 꽃이 함께 있다. ⓒ 이경호


갑천을 걷다보면 아름다운 꽃과 함께 다양한 들풀을 만날 수 있다. 조뱅이, 고삼, 으름, 베풍등, 고추나무 새모래 덩쿨 등등 다양한 식물들은 하천 종주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이번엔 참 특이한 식물을 만났다. 생전 느껴보지 못한 마술 같은 나무였다. 나뭇입을 잘라도 떨어지지 않는 나무였다. 나뭇입을 반으로 쪼갰는데, 쪼개지지 않은 채 매달리는 신공을 보여주었다. 입을 찢을 때 작은 실이 나오면서 서로 연결을 해준다는 것이다. 만화에서 나오는 턱이 빠진 사람 같은 형상에 진짜로 입이 떡 벌어졌다. 두충차에 이용되는 두충나무입이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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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충나무 입 쪼개진 나무입이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다. ⓒ 이경호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이자 외국 반출 승인 대상 종인 쥐방울덩쿨도 만날 수 있었다. 열매는 동그랗게 열리지만, 꽃은 나팔모양이었다. 긴꼬리명주나비의 산란식물로 이용되는 쥐방울덩쿨은 쉽게 만날 수 없는 식물이다. 쉽게 만날 수 없다는 것은 긴꼬리명주나비 역시 감소 추세라는 것을 말한다. 아무튼 이런 귀한 식물까지 만나게 해주는 갑천종주길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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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방울덩쿨 쥐방울덩쿨의 꽃이다 꼭 나팔 같이 생겼다. ⓒ 이경호


갑천종주 벌써 여섯 번째다. 앞으로 여섯 번이면 종주가 마무리 될 것이다. 짧지 않은 긴 구간을 조금 씩 나누어 걷다보면, 하천의 새로움을 알 수 있다. 아마 갑천 전구간을 걸어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게다. 남들이 하지 않은 특별한 경험인 하천종주! 많은 분들이 함께 도전해 보기를 꼭 권하고 싶다. 새로운 생명과 함께한다면 더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다.
#갑천종주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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