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외침 "사람답게 살고 싶다"

아이들 생각에 끼니 굶은 총파업 학비노조, 단기파업으로 급식차질 최소화

등록 2016.06.10 15:14수정 2016.06.10 17:45
0
원고료로 응원
a

6월 9일 경기도교육청에서 열린 학비노조 총파업 집회에는 5천여명의 노조원이 참가했다. ⓒ 유병욱


"급식이 먹고 싶다."
9일 경기도 수원의 한 초등학교 교실. 급식 대신 빵을 받은 한 학생의 울부짖는 듯한 외침이 들렸다.

이 글은 민주노총 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이하 경기학비노조)가 6월 9일 진행한 총파업에 대한 한 언론의 기사 도입부이다. 이 언론은 어린 학생이 빵과 음료, 아이스홍시를 먹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함께 보도했다.

진짜 울부짖음은 이날 경기도교육청 앞을 가득 채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철폐" 외침이었다. 무더운 날씨에 그늘 한 점 없는 경기도교육청 앞 보도와 아스팔트를 가득채운 5천여명(주최측 추산)의 노동자들은 땀보다 서러움의 눈물을 더 많이 흘렸다.

경기도교육청 앞 총파업 집회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단 하루의 파업이지만 아이들에게 급식을 해주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에 스스로 점심을 걸렀다. 오전 11부터 시작된 집회는 오후 3시가 돼서야 마무리 됐지만 집회참여 노동자들은 음료를 제외한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았다. 이들은 지금 학교에서 교육 받는 아이들에게 비정규직의 설움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른들이 나서 비정규직 철폐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a

학비노조원 모자에 둘러진 비정규직 철폐 문구. ⓒ 유병욱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은 총파업을 통해 차별철폐와 정규직전환을 요구했다.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급식 조리 중 화상을 입은 노동자는 1천만원이 넘는 병원비를 본인이 부담했다. 한 교무실무원 노동자는 청소는 본연의 업무가 아님에도 "너는 청소부다"라는 인격모독성 문자를 학교관리자에게 받았다.

급식비 징수에 반대하며 도시락을 싸가던 한 노동자에게 학교 측은 "급식비 징수에 반대하면 많이 다칠 것", "학교물로 도시락을 씻어가지 말라" 등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한 학교에서는 돌봄전담사 노동자를 부당해고 하기 위해 3개월에 걸쳐 징계를 남발했다. 중노위는 이를 '해고를 위한 징계남발'로 판단, 부당해고로 판결했다.

a

경기도교육청 정문에 학비노조의 갑질경고 스티커가 붙어있다. ⓒ 유병욱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액급식비와 상여금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 정액급식비의 경우 정규직이 월 13만 원을 받는 반면, 비정규직은 8만 원 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이 연평균 200만원 가량 받는 성과상여금도 비정규직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명절상여금도 정규직 77만원~167만원, 비정규직 70만원으로 차별 받고 있다.


경기학비노조는 이 같은 불평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공무직법을 제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누리과정예산은 정부가, 학교노동자 인건비는 교육청이 전액 지급하는 원칙적 예산 편성도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경기학비노조 박미향 지부장은 "오늘 모인 5천명의 파업대오는 전국 어느 조직에서도 만들어 내기 힘든 경이로운 규모"라며, "우리는 노동자 스스로의 힘으로 차별철폐와 처우개선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a

경기청년연대 김식 의장이 학비노조 투쟁을 지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유병욱


파업집회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경기도교육청 앞 집회를 마친 후 경기도교육청에서 수원종합운동장까지 "못된 갑질 끝장내자"라는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노동자들의 행진이 지나가는 곳곳에서 시민들의 응원이 이어졌고, 진보연대와 경기청년연대, 민중연합당 등도 파업을 지지하며 집회와 행진에 참여했다. 경기학비노조 안성지회 허제욱 지회장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응원해준 연대단체와 수원시민에게 감사드린다"며, "비정규직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힘들지만 즐겁게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다"고 전했다.

a

경기학비노조가 경기도교육청에서 수원종합운동장까지 총파업 투쟁 행진을 펼치고 있다. ⓒ 유병욱


시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달리 경찰은 행진 참가자들의 안전을 방치했다. 이날 경찰은 중앙선에 경찰력을 배치하지 않았다. 이에 차량과 행진 참가자가 뒤엉키는 위험한 장면이 곳곳에서 발생했지만, 경기학비노조의 자체 통제로 다행히 안전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한 집회 참가자는 "5천 명의 대오가 행진하는데 교차로 빼고는 경찰을 볼 수 없었다"며, "집회 하나하나 간섭하던 경찰이 가장 중요한 안전문제는 방치했다"고 비난했다.

a

경찰이 중앙선을 통제하지 않자 노조원이 나서 행진 참자가들을 중앙선 안쪽으로 들여보내고 있다. ⓒ 유병욱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안성신문에도 게재됩니다.
#비정규직 #비정규직철폐 #학교비정규직 #학비노조 #경기도교육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