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단절·수질악화 불러온, '파손된 보'

[댐졸업] 전국 하천에 만들어진 보 3만3842개... "환경부, 보 철거 정책 수립해야"

등록 2016.06.14 15:28수정 2016.06.1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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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3만5000여 개의 크고 작은 댐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는 기능과 용도를 잃고 방치되어 있는 댐도 상당한데요. 저희는 그동안 수고한 댐을 졸업시키려고 합니다. 더욱 건강한 강의 모습을 자연과 시민에게 돌려드릴 수 있겠지요?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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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이 국가어도정보시스템(www.fishway.go.kr)을 통해 확인한 자료에 의하면 전국에는 3만3842개의 보가 설치된 것으로 밝혀졌다. 통상 1만8000개 규모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에 비해 두 배에 가까운 수치이다.

보(small dam)는 관개용수를 끌어들이기 위해 하천을 가로막아 쌓아올린 저수시설을 의미하며 수위가 15m 이상이고 저수량이 3백만 톤 이상인 대형 댐을 제외하고는 모두 보로 분류할 수 있다.

지역별로는 ▲경상남도가 6737개로 가장 많았고 ▲경상북도 4505개 ▲전라남도 4728개 ▲전라북도에 4728개의 보가 있어 경상도, 전라도 지역에만 우리나라 전체 보의 70%가 밀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남도 4055개 ▲경기도에도 3258개의 보가 설치되어 있다(<표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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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전국 보 현황 및 파손 현황 (출처 : 국가어도정보시스템) ⓒ 안숙희


전국 3만3842개의 보 가운데 ▲보체가 파손된 보는 3176개 ▲보 하류 수로에 설치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인 에이프런이 파손된 보는 1156개 ▲보체와 에이프런 모두가 파손된 보는 1525개로 이들의 합은 전체 보의 17.3%에 해당한다.

특히 강원도 지역은 2762개의 보 가운데 732개의 보가 파손되어 파손율이 26.5%에 달했고, 경기도 역시 3258개 보 가운데 705개의 보가 파손되어 21.6%의 보가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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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공릉천에 위치한 선우궁보 보체가 노후하고 에이프런이 파손되었으며 상류가 퇴적토로 가득 차 하중도가 생겼다. (출처 : 환경운동연합) ⓒ 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4월 모니터링으로 확인한 고양시 선우궁보도 같은 사례다(<그림> 참조). 선우궁보는 길이 150m, 높이 1.3m, 폭 1.5m의 콘크리트 보로 공릉천을 가로질러 설치되어있다. 보의 본체는 구조가 노후화되었으며 에이프런이 파손된 채 방치되어 있었다. 또한 보 상류는 퇴적토로 가득 차 저수기능을 상실했고, 심지어는 하중도가 생겨 수령이 8~10년 수준인 버드나무가 빼곡히 자리 잡았다.

박평수 고양환경운동연합 전 의장은 "공릉천만해도 파손된 보가 수없이 많다"며 "주변지역이 비닐하우스로 바뀌면서 용도가 없어지고 기능도 하지 못하면서 콘크리트가 흉물스럽게 방치되어있으니 경관도 나쁘고 수질악화에 생태계단절까지 가져와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성남시 탄천에 위치한 보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15.7 ㎞의 짧은 성남구간에만 1~3m 규모의 보가 15개 설치되어있다. 애초에 농업용으로 설치되었으나 인근지역의 택지개발로 인해 용도를 상실한 채 방치되어 있다. 최근 성남시는 수질개선을 위해 상시로 수문을 개방하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성남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용도를 상실한 보의 구조물을 해체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편, 한국농어촌공사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행한 '농어촌생산정비 통계연보'에 따르면 1984년부터 2013년까지 30년간 우리나라에서 폐기된 보는 3826개로 그 면적은 1만4224Ha에 달한다.

환경운동연합이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한국농어촌공사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폐기사유는 ▲농업용수공급 대체시설로 인한 용도상실 ▲댐건설로 인한 수몰 ▲수해로 인한 멸실 ▲기능상실 및 노화 ▲농지소멸에 따른 폐기 등이다. 그러나 폐기한 보의 83%는 행정적으로만 폐기된 채, 콘크리트 구조물은 하천에 그대로 방치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환경부는 보철거 정책 수립해 수질개선, 생태계 회복 해야"

용도와 기능을 상실한 채 하천에 방치된 전국의 보와 댐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문제가 있는 보의 존속가치와 철거에 따른 경제적·환경적 편익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백경오 한경대학교 교수는 "댐철거에 적극적인 미국의 경우 2m이하의 작은 보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높이가 55m인 영주댐과 같은 대형 댐 4개를 동시에 철거하는 클라마스 강 복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라며 "우리나라도 생태계 회복과 수질 개선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보 관리의 문제점은 기초적인 현황 파악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물하천팀장은 "인근 지역의 택지개발로 인해 부득이 부분폐기하거나 심각한 수해로 멸실되는 상황이 아니면 보의 용도상실과 기능 상실에 대한 평가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라며 "환경부는 적극적인 보 철거 정책을 수립해서 수질개선과 생태계회복에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환경운동연합 웹사이트 (kfem.or.kr)에 중복 게재되었습니다.
#환경운동연합 #4대강 #댐졸업 #댐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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