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걸그룹, 저고리시스터즈 리더 아세요?

이난영 100년 완결 무대, 29일 밤 한국문화의집에서 개최

등록 2016.06.28 16:24수정 2016.06.2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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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의 눈물'로 유명한 한국 대중음악계 불멸의 가수 이난영. 1916년 6월 6일에 태어난(이러한 호적 기재와 달리 10월 22일생이라는 기록도 있다) 그의 탄생 100년을 기념하기 위해 여러 행사가 지난 5월 말부터 다양하게 진행되어 왔는데, 이제 그 완결판이라 할 수 있는 공연이 6월 29일 수요일 밤 8시에 서울 삼성역 부근 한국문화의집에서 열린다.

옛가요사랑모임 유정천리 멤버들이 주축이 되어 펼치는 이번 공연에서는 이난영 100년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와 노래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또한 이 자리에서는 유정천리에서 1년 전부터 제작을 준비해 온 '이난영 전집' 음반이 처음으로 일반에게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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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포스터 ⓒ 한국문화의집


민요와 재즈를 아우른 이난영 음악의 스펙트럼

이른바 '트로트'의 전형을 확립한 역사적 작품으로 평가되는 1935년 '목포의 눈물'이 일반적으로 기억되는 이난영의 대표작이기는 하나, 그의 노래는 '트로트' 한 장르에만 머물지 않았다.

이난영이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 일본 오사카 극장에서 불러 갈채를 받았던 곡은 민요 '도라지타령'이었고, 1933년 가을에 발매된 첫 번째 음반에 수록된 '지나간 옛 꿈'은 경쾌한 재즈 느낌의 노래였다. 지금까지 확인된 이난영의 작품은 200곡이 훨씬 넘는데, 그 노래들이 만들어 낸 음악적 스펙트럼의 범위는 일반의 통념을 훨씬 뛰어넘는다.

1934년에 제주 민요를 처음 음반에 녹음한 가수가 이난영이었고, 한국 재즈의 기념비적인 작품 '다방의 푸른 꿈'을 부른 가수도 이난영이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1939년에 발표된 '다방의 푸른 꿈' 오리지널 유성기음반을 현장에서 직접 들어 보는 등, 팔색조 이난영의 면모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 줄 예정이다.

해외 진출과 걸 그룹의 선구

열정의 음악가였던 이난영의 다채로운 활동상은 장르의 폭넓음에 그치지 않았다. 한국 대중음악 역사상 의미 있는 여러 가지 모습들이 또한 이난영의 것이기도 했다.

1936년 동료들과 함께 일본 주요 도시 순회공연을 성공리에 마친 이난영은, 나아가 오카 란코라는 예명으로 일본 대중가요계에 진출하기도 했다. 1936년부터 1938년까지 그가 일본에서 발표한 곡들 중에는 신민요 '아리랑'과 대표작 '목포의 눈물'의 번안곡, 그리고 당대 일본 최고의 작곡가 고가 마사오와 함께 만든 '合歡の木蔭で' 등이 있다.

이난영은 1939년 이후 조선악극단의 프리마돈나로 일본은 물론 중국 각지의 무대까지 누볐고, 1963년에는 미국에서 활약 중이던 딸들과 조카, 즉 김시스터즈와 함께 공연을 하기도 했다. 한국 가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일본, 중국, 미국 무대를 모두 밟아 본 이가 바로 이난영이었던 것이다.

지금까지도 전설로 전해 오는 공연단체인 조선악극단에서 이난영의 역할은 독보적 솔로에 그치지 않았다. 1939년에 결성된 최초의 걸그룹 저고리시스터즈를 이끈 리더 또한 이난영이었다. 당시 이난영은 남편과 아이가 있어 이미 '걸'은 아니었으나, 그가 선두에 선 저고리시스터즈의 화려한 퍼포먼스는 동아시아 관객들의 이목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젊은 국악도들로 구성된 합창단 두레소리의 새로운 노래로 그 옛날 저고리시스터즈의 자취를 느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오카 란코와 저고리시스터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희귀 자료들 또한 중요한 감상 포인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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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고리시스터즈. 가운데가 이난영. ⓒ 이준희


김시스터즈의 어머니, 김해송의 아내, 그리고 남인수의 연인

이난영은 그 자신만으로도 한국 대중가요 100년 역사에 큰 자취를 남겼지만, 거기에 더해 그의 주변 인물들 또한 면면이 간단치 않다. 앞서 본 김시스터즈는 이난영의 딸들과 조카였고, 김시스터즈의 뒤를 이어 미국에 진출한 김보이즈는 이난영의 아들들이었다.

또 이난영의 남편인 김해송은 다름 아닌 '다방의 푸른 꿈'의 작곡자이며 당대 무대음악의 귀재였다. 김해송 못지 않게 많은 히트곡을 남긴 작곡가 이봉룡은 이난영의 오빠였고, '가요황제' 남인수는 6·25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뒤 고적했던 이난영 말년의 연인이었다.

김해송과 이난영의 결혼식 사진, 김시스터즈와 이난영이 함께 노래 부르는 모습을 담은 영상, 절친한 동료이자 오빠였던 고복수의 은퇴를 슬퍼하는 이난영의 육성 등 자료를 통해, 가수로서 또한 한 인간으로서 이난영의 이모저모를 무대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이난영 노래의 집대성, '이난영 전집'

유정천리의 이번 공연은 이난영 100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그 노래를 집대성한 '이난영 전집'의 제작을 공개, 자축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작년부터 기획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어 이번에 완성된 '이난영 전집'에는 현재까지 확보된 이난영의 노래 200여 곡이 CD 열 장에 나뉘어 담겨 있는데,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희귀 곡과 의미 있는 작품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곡은 광복 이후 첫 번째 대중가요 음반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1947년 녹음 '봄버들'과 '님 생각'이다. 이 곡들은 조선악극단에 버금가는 전설의 공연단체로 이난영의 남편 김해송이 이끌었던 K.P.K악단의 실체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 또한 갖고 있기도 하다.

이난영의 첫 번째 녹음인 '지나간 옛 꿈', 오케레코드 데뷔곡인 '향수', 김해송과 함께 부른 번안 재즈 곡 '캐리오카' 등도 전집이 발굴해 낸 소중한 성과들이다. 200여 곡의 가사를 정리한 해설서에는 음원을 미처 확보하지 못한 나머지 모든 작품들의 가사와 서지 정보가 현존 자료로서는 가장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다. 또한 이난영과 이난영이 활동하던 시기 한국 대중음악의 다양한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 자료도 다량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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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영 전집 ⓒ 이준희


한국 대중가요의 첫 번째 작품이 발표된 1916년에 태어나 1965년까지 반세기 가까이를 노래와 함께 살았고, 세상을 떠난 뒤에도 여전히 우리 곁에서 노래로 살아온 이난영. 그 100년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은 우리가 함께 살아온 100년을 스스로 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역사 속에 노래가 있었고 노래 속에 역사가 있었던, 바로 그 100년이다.
덧붙이는 글 공연 및 예약 관련 문의: 한국문화의집(02-3011-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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