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년간 교장이 없어 파행 운영을 면치 못했던 서울 숭실고등학교에 마침내 새 교장이 취임했다. 7월 20일 오전 10시 30분, 숭실학원 100주년기념관에서 최덕천 교장 취임식이 교육계·정관계 인사 및 지역주민, 그리고 숭실고 재학생, 졸업생, 교직원, 학부모, 동문 등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성황리에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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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장 취임식장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성황리에 진행된 교장 취임식 ⓒ 김형태
1부 취임예배에서 유경재 목사(안동교회 원로목사)는 '내가 너와 함께 하리라'는 설교를 통해 "내년이 숭실 개교 120주년이다. 시련을 딛고 새로운 도약을 하자"고 호소했고, 2부 교장취임식에서 최덕천 교장은 "숭실은 지난 6년간 혹독한 고난을 겪었다. 부끄럽고 또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운을 떼었다. 그런 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이 자리에 섰고), 부끄러운 교장이 되지 않도록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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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덕천 교장 취임사 "부끄러운 교장이 되지 않도록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 ⓒ 숭실고
조희연 교육감은 영상축사를 통해 "숭실이 이제 정상화의 첫발을 뗐다"면서 "그동안의 시련을 거울삼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학교를 운영하여, 모범적인 사학으로 당당히 서기를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국회의원은 "세월호 실종자 수색 작업에 투입된 뒤 후유증에 시달리다 지난달 세상을 떠난 민간잠수사 고 김관홍(43)씨 유족을 위해 지난 7일 이 자리에서 모교 후배와 동문들이 성금을 전달해 주어 감사하다"고 인사를 한 뒤 "이제 숭실이 안정적인 체계를 잡아나가리라 믿는다,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숭실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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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연 교육감 영상축사 조교육감은 "모범적인 사학으로 당당히 서기를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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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민 국회의원 축사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숭실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 숭실고
숭실고 학생들은 신임교장선생님에 대한 목마름이 커서 그런지 "학생이 주체가 되는 학교가 되게 해주세요", "생동감 넘치는 학교를 만들어 주세요", "학생, 학부모, 선생님 모두가 하나가 되는 학교가 되면 좋겠어요" 등 희망사항이 많았다. 이밖에도 음악교사 출신 교장에 대한 기대감인지 "음악이 흐르는 학교를 만들어 달라"는 내용도 있었고, 급식실, 화장실, 매점 개선 및 체육관 신설 등 낙후된 시설관련 요구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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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합창단 축하 숭실고 졸업생과 재학생 연합합창단의 축하노래 ⓒ 숭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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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모 합창단 학부모 합창단의 축하노래 ⓒ 숭실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거듭나는 학교 되어야
한편 숭실고는 2010년 8월 전임 교장이 내부 비리로 의원면직한 이후, 법인이사들 간 갈등으로 6년 간 학교장이 공석인 상태로 학교를 운영하는 파행을 겪어왔다. 사실상 이사회의 의사 결정 기능이 무력화되어 2014학년도 결산과 2015학년도 예산 심의·의결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이사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학생의 학습권 침해 등 문제가 불거지자 시의회가 시교육청에 감사를 청구했고, 지난해 7월 감사에 착수한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1월 이사 6명, 감사 2명 등 임원 전원에 대해 '임원취임 승인 취소' 처분을 내리고 이사회 모든 임원의 자격을 박탈했다.
이후 2016년 4월 서울시교육청은 숭실학원의 정상화를 위해 임시이사 5명을 파견하였고, 숭실학원은 4월 29일 새롭게 구성된 이사회에서 김형석 이사를 이사장으로 선임하였고, 5월 10일 이사회에서 신임교장을 선임하여 교육청에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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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패 전달 김생환, 김문수, 김미경 의원 등 그동안 수고한 의원들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 김형태
그동안 숭실고 문제 해결을 위해 발족된 '숭실민학관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시의회 김생환 의원은 "하루 빨리 숭실고가 정상화되기 바라며, 조만식 선생, 윤동주 시인, 소설가 황순원 등 무수한 인재를 배출해온 숭실학교가 분규사학의 오명을 벗고 빛나는 역사와 전통을 회복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숭실 정상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 온 김문수 서울시의원도 취임식에 참석하여, 학생들에게 "나의 이익과 정의가 충돌할 때 어느 편에 서겠는가?"라고 질문한 뒤 "정의로운 편에 서 달라, 이것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학교 안에서 숭실 문제 해결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 온 조영환 교사는 "오늘은 숭실학원의 새 페이지를 여는 날이다"라고 운을 뗀 뒤, "임시이사 체제인 숭실이 정이사 체제로 가야할 길은 결코 만만치 않지만, 지금까지 교사, 학생, 학부모, 동문들이 똘똘 뭉쳐 난관을 돌파해 온 그 힘으로 앞으로도 어려움을 헤쳐 나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취임식이 참석한 한 학부모는 "새 교장 취임으로 숭실고가 정상화 되는 계기가 되어 기쁘다"면서도 그러나 "그동안 학생과 학부모들이 사학비리로 큰 상처를 입었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 없이 너무 잔칫집 분위기인 것 같아 다소 씁쓸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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