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추용호 인간문화재, 두달 가까이 천막 노숙생활

철거위기 공방, 해결책 못 찾아 ... 통영시 '원형 이전', 추용호 '그대로'

등록 2016.07.22 09:46수정 2016.07.2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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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문화재가 두 달 가까이 공방을 곁에 두고도 들어가지 못하고 천막에서 지내며 노숙하고 있다. 국가중요무형문화재(제99호) 소반장 추용호(66) 장인의 이야기다.

22일로 추용호 장인은 54일째 경남 통영시 도천동 소재 공방 앞 천막에서 지내고 있다. 집을 곁에 두고 노숙 생활을 하다시피 한다.

그는 최근 무더운 날씨 탓에 건강도 좋지 않아, 지난 20일 링거를 맞기도 했다.

추 장인과 거의 함께 지내고 있는 이승민(통영라이더)씨는 "건강도 좋지 않는데 걱정이다. 무더운 날씨에 천막에서 지내니 더 건강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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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99호 소반장 추용호 장인은 지난 5월 말부터 공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두 달 가까이 천막 생활하고 있다. ⓒ 이승민


추 장인이 공방 앞에서 천막생활을 시작한 때는 지난 5월 30일부터다. 공방이 '도천동 테마공원 뒤편 도시계획도로 개설공사' 부지에 들어간다며 통영시가 강제집행에 나섰던 것이다.

당시 통영시와 법원은 공방에 있던 물품을 들어내고, 입구에 '출입금지' 조치를 해놓았다. 인간문화재의 공방이 철거 위기에 놓였던 것이다.

옛 '통영12공방' 터에 자리를 잡고 있는 이 공방은 추 장인의 부친 때부터 사용되어 왔고, 역사가 120~130년 정도 된다. 이 공방은 또 세계적 음악가 고 윤이상(1917~1995) 생가 터 이웃에 있다.


공방 철거 위기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마포을), 전현희(강남을) 국회의원과 정청래 전 국회의원은 통영까지 와서 통영시청과 문화재청에 보전 대책을 요구했다.

또 통영시민사회단체연대는 시민 2200여 명한테서 서명을 받아 통영시에 전달하기도 했다. 통영무형문화재보존협회, 통영문화원, 통영예총, 통영오광대보존회 등 예술단체들도 '공방 보존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커피로스터스 '수다', 창원 초콜릿 카페 '미카' 등 뜻있는 사람들이 지난 6월 말 통영에서 '추용호 장인 공방을 위한 프리마켓'을 열어 수익금을 공방 살리기 비용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통영시 '옆으로 이전' ... 추용호 장인측 '그대로 있어야'

여러 시민들의 관심 속에, 통영시는 지난 6월 공방 철거를 일단 보류하고, 방안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게 공방을 근대문화유산(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이었다.

문화재 지정은 경남도와 문화재청이 할 수 있다. 이에 문화재청과 경남도청 소속 전문(자문)위원들이 현장 조사를 하기도 했다. 근대문화유산 지정 여부에 대해 최종 결정이 나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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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99호 소반장 추용호 장인은 지난 5월 말부터 공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두 달 가까이 천막 생활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다녀가면서 격려의 글을 적어 놓았다. ⓒ 이승민


통영시 관계자는 "문화재청과 경남도청에서 조사를 했는데 공방의 가치에 대해 각각 의견이 다르다. 아직은 판단할 수 없다"며 "우리도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방을 그대로 둔다면 도로는 약간 우회해야 한다. 통영시는 공방을 지금 형태에다 창고 등도 새로 만들어 옆에 있는 통영시 소유의 땅으로 옮기고 도로개설 공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통영시 다른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안은 없다. 어차피 보존 차원으로 가야하는데, 그 옆으로 이전해서 할 것인지 방법을 신중하게 생각하고, 원형 보존하면서 공방과 창고를 두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하든 도로는 나야 한다. 도로 옆에 시 부지가 있어 그곳으로 공방을 원형대로 옮기고, 창고도 두는 것이다. 현재 자리에서 그대로 보존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추용호 장인은 이같은 통영시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승민씨는 "현재 공방을 해체해서 옆으로 옮긴다고 하면 그 비용도 많이 들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도로를 꼭 직선으로 내야 하는지 의문이고, 우회해도 된다. 이곳은 도로가 있더라도 통행보다 거의 주차장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공방의 역사가 오래 됐다. 문화재 가치를 객관적으로 잘 판단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인간문화재 #소반장 #추용호 #통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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