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서 본 세월호 인양 현장...정말 화가 납니다

대학생들의 1박 2일 동거차도 방문기②

등록 2016.08.14 13:46수정 2016.08.1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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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팽목항에서 여객선으로 세 시간을 달려가야 닿을 수 있는 작은 섬, 동거차도. 416 가족협의회에서는 이름도 생소한 진도 앞바다의 자그마한 섬인 동거차도에서 지난해 9월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세월호 인양 감시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과 10일, 416 가족협의회, 416 대학생연대와 함께 한대련 통일대행진단 소속 70여 명의 대학생이 그곳을 찾았습니다. - 기자말

[1편 : 세월호가 보이는 곳... "힘들어, 더 절박하거든"]

동거차도는 작은 섬이라 70여 명이 묵을 만한 제대로 된 공간이 없습니다. 방치되어 있던 폐교를 청소해 숙소로 삼을 예정이었는데, 마을분들의 배려로 마을회관, 작업장 등에 나누어 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기와 샤워 없는 1박2일을 각오하고 온 터라 이정도면 초호화 숙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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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체 전문가가 된 세월호가족 동수아버지에게 세워호 인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박영아


마을분들이 마련해주신 숙소에 모여 416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이신 동수 아버지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현재 인양 과정, 문제점 등을 전문적으로 설명해 주십니다. 평범했던 한 아빠가 세월호 인양 전문가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울분의 날들을 지냈을까요.

저녁에는 대학생들과 함께 오신 유가족 아버지, 생존자 아버지와 조를 이루어 못다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아버지들의 대학 시절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세월호 이야기가 식사시간도 미룬 채 이어집니다.

밤에는 참가자들이 서로 소감을 나누고, 세월호를 주제로 한 자작곡을 서로 배우기도 합니다. 페이스북에서 본 '고래'라는 시를 보고 마음에 박혀 노래로 만들었는데, 알고보니 그 시를 쓴 주인공이 그 자리에 함께 온 친구였다네요. 마침 동거차도에도 이 노래와 이름이 같은 '고래'호라는 배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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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자작곡 : 고래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자작곡 '고래'입니다. 작사 : 조동근 / 작곡 : 홍덕화 / 노래 : 홍덕화 ⓒ 박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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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감 나눔 하루일과가 끝나고 참가자들이 소감을 나누고 있다. ⓒ 박영아


밤이 늦도록 뜨거운 소감이 이어집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인양 현장이 너무 가까이 있어 화가 났다."
"다른 사람보다 세월호에 대해 많이 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모르고 있던 것이 너무 많았다."
"내가 2014년에 티브이에서 보았던 세월호 사고현장은 망망대해였는데, 너무 가까운 거리였다."
"일부에서는 어쩔 수 없었지 않냐고 하는데, 나는 어쩔 수 없는 어른이 되지 않아야겠다 다짐했다."
"왜 지난 일을 꺼내냐는 사람들이 있는데, 가족들에게는 아무것도, 전혀 끝나지 않은 문제다."
"오늘 진실을 알게 된 우리들이 끝까지 유가족들과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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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양현장을 향해 세월호 가족협의회의 배인 '진실'호를 타고 인양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 박영아


이튿날 이른 아침, 세월호 가족협의회의 배인 '진실'호를 타고 인양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해역으로 나갑니다. 인양 작업이 진행되는 곳 반경 500미터 이내에는 오로지 이 배만 출입할 수 있습니다. 배에 탈 수 있는 인원이 정해져 있어서 조별로 가위바위보, 사다리타기 등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모였습니다.

진상규명 분과에서 활동하고 있는 생존자 애진 아버지는 인양작업 감시를 위해 배 운전도 배우고 있습니다. 아직 주차가 너무 어렵다며 은근슬쩍 마을 주민 형님께 운전대를 넘깁니다. 배 운전도 알려주시고, 늘 세월호 가족들을 많이 도와주시는 이 주민분은 가족들과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이 형님이 지성이 시신 수습한 형님이야. 그물에 시신이 걸렸잖아. 그래서 우리랑 인연이 닿은 거야. 해경이 그냥 놔두라고 해서 한 시간 넘게 시신이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있었잖아. 그래서 트라우마가 심해. 여긴 한철 미역 장사해서 먹고 사는데... 피해가 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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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양현장을 둘러보며 세월호 가족협의회의 배 '진실'호를 타고 인양현장을 둘러보았다. ⓒ 박영아


아버지들은 '오늘은 바다가 잔잔하다'며 대학생들과 함께 바다로 향합니다. 잔잔해 보이던 바다는 막상 다가가보니 날 것 그대로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울렁이는 파도를 가르며 속도를 높이자 사방에서 파도가 튀고 바람 때문에 몸을 지탱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모두 난간을 꽉 붙들고 몸을 의지합니다. 한 아버지는 익숙한 듯 그 거센 바람을 가르고 가족대책위의 깃발을 꼿꼿이 묶어 세웁니다.

얼마 전 선수들기 작업을 진행했던 상하이 샐비지의 크레인과 대형 바지선이 눈에 들어옵니다. 말없이 그 주변 해역을 몇 바퀴 돕니다. 오늘은 물 위에서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습니다. 이런 날은 물 속에서 작업이 진행 중인 것이라 크게 감시할 활동이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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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 얼마 전 선수들기에 동원되었던 상하이샐비지의 대형 크레인. ⓒ 박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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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양작업 감시 인양작업이 진행중인 크레인과 바지선을 바라보고있는 동수아버지 정성욱 님. ⓒ 박영아


그저 그 주변을 몇 바퀴 뱅뱅 돌다가 뱃머리를 돌려 동거차도로 돌아왔습니다. 약간 허탈한 생각도 듭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그게 전부일까? 그저 바라보는 것? 어찌 보면 하찮아 보이는 이 모든 간절함이 제대로 기록하고 기억하기위한 과정이리라, 그 속에서 송곳같이 삐져나오는 진실이 반드시 있으리라 믿어봅니다.

그런 간절함으로 가족들은 사라질 뻔한 세월호 국정원 문건을 발견해 내고, 숱한 방해 속에서도 부족하나마 특조위를 만들어내고, 청문회를 열어내고, 여러 중요한 사실들을 증명해 왔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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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 분향소 진도 팽목항에 위치한 분향소에 방문했다. ⓒ 박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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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습자 가족과의 만남 아직도 2014년 4월 16일에 멈춰있는 가족들의 눈물어린 이야기를 듣다. ⓒ 박영아


다시 돌아온 팽목항은 이전과는 또 다르게 보였습니다. 분향을 하고, 미수습자 가족분들도 만났습니다. 참가자 중에는 세월호 희생자의 중학교 친구도 있었습니다. 사고 이후 친구의 사진을 볼 자신이 없어서 피해 오다가 처음으로 친구의 영정을 마주하고는 펑펑 눈물을 쏟았습니다.

동거차도에서부터 마음 속에 꾹꾹 눌러온 미안함과 분노와 다짐의 눈물이, 2014년 4월 16일 이후 시간이 멈춘 그곳에서 터집니다. 아직 그때 모습 그대로 가족을 기다리는 이들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모든 이들이 돌아올 때까지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 세월호의 진실이 제대로 밝혀질 때까지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엄마아빠니까요. 가족이니까요. 사랑하니까요. 짧은 시간이나마 그 마음을 함께 한,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 다짐했던 우리 모두도 이제 세월호 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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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에서 한 참가자가 팽목항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 박영아


동수 아버지(정성욱, 416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의 세월호 인양 이야기

"선체인양은 진상규명을 위해서, 9명의 미수습자를 위해서 꼭 필요합니다. 인양업체 선정 과정과 실제 인양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양 작업이 완료되면 세월호는 목포신항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문제는 해수부에서 세월호를 3등분으로 절단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되면 진상규명도, 미수습자의 수습도, 희생자의 유류품 수거도 불가능해집니다. 인양작업이 완료되면, 국민들의 힘이 다시 한 번 필요합니다."
덧붙이는 글 대학탐구생활 홈페이지(daetamgu.com) 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세월호 #동거차도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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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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