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가족 간호만 하는 청년 18만 명, 일본의 현실

동국대학교 연구팀 류코쿠대학 방문 교류

등록 2016.08.23 14:09수정 2016.08.2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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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법과대학 학생들이 류코쿠대학 법학부를 찾아서 일본의 개호와 사회 복지 현실에 대해서 와키타 시게루 선생님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 박현국


2015년 일본 65세 이상 인구 26.7퍼센트

22일 오전 동국대학교 법학과 학생 3명이 류코쿠대학을 방문했습니다. 동국대학교 학생들은 일본의 개호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일본 오카야마, 교토 류코쿠대학, 교토 개호시설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주로 나이가 들어 혼자서 행동이 불편하여 가족이나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식사나 다른 행동의 도움을 받는 가이조에 간호(介添え看護)를 줄여서 개호(介護)라고 하고 그런 서비스를 받는 사람을 개호 환자라고 합니다.

오카야마에서는 복지사와 변호사가 공동 팀을 만들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고령자들을 돕고 있습니다. 그동안 고령자나 정신지체 장애자들이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들이 비록 교도소에서 법적 보호를 받고 있지만 그들이 처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어쩔 수 없이 교도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복지의 관점에서 그들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사회에서 껴안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동국대학교 학생들은 몇 달 전부터 류코쿠대학 법학부 와키타 시게루(協田 滋) 선생님께 방문의사를 타진하고, 방문했을 경우 알고 싶은 일본의 노인 부양과 개호 현실에 대한 질문지를 보냈습니다.

와키타 시게루 선생님은 학생들의 질문지를 중심으로 일본의 현실에 대해서 답을 주시고 이 답에 기초하여 학생들에게 답변을 하고, 다시 학생들의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일본이나 한국 모두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습니다. 2015년 기준 일본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가 26.7퍼센트입니다. 앞으로 이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생산연령 인구는 점점 감소할 것입니다.

일본 생활보호 세대수 220만 가구, 20년 전 비해 2배 증가

동국대학교 학생들과 발표를 하시는 류코쿠대학 법학부 와키타 시게루 선생님입니다. ⓒ 박현국


일본 역시 1945년 전에는 유교적인 관습에 따라서 나이 드신 분들을 집안에서 돌본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그런 생각은 엷어지고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전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일찍이 일본 헌법을 만들 때 영국을 중심으로 확산된 서구의 사회보장제도를 바탕으로 생존권을 명확히 적었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급속히 후퇴하기 시작하여 이제는 개인의 문제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수입이 최저 생계비에 미치지 못해서 생활보호를 받는 세대수는 현재 220만 가구입니다. 이 숫자는 20년 전에 비해서 두 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실제로 생활 보호를 받아야 할 세대수는 1천 만 가구가 넘는다고 합니다.

최근 아베 정권 이후 생활보호 신청을 본인이 직접 해야 하고, 주위 가족이나 친척에게 그런 사실을 통보하기 때문에 창피하여 신청을 꺼리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몇 년 전 정년퇴직을 60세에서 65세로 늘렸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고령화 사회에서 일자리를 위한 혜택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연금 수급 연령을 65세로 높여 5년간 줄 연금 지출을 기업에게 떠넘긴 것입니다. 그것도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급료 역시 반 이하로 줄여서 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본 정부는 인간의 기본 생존권을 보장하는 복지 예산은 줄이거나 없애고 있습니다. 앞으로 노인 복지를 위한 노인연금이나 기초 생활 보호를 위한 제도를 없애고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일을 못하거나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은 장애자로 판단하여 장애연금으로 대처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복지 예산을 없애거나 줄이면서 방위비 예산은 늘이고 있습니다. 2012년에 이미 일본 방위비 지출은 세계 5위이고, 요즘 시작된 내년 예산에서 방위비는 5조 엔을 넘을 것이라고 합니다. 중국이나 북한의 핵 개발, 공격을 예상한다고 매스컴을 자극하면서 뒤로는 방위비를 늘이고 있습니다.

한 사람당 매년 최고 17만 엔 정도 개호보험료 내

두 대학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연구회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늘 행사에서 국제문화학부 학생들이 통역을 담당했습니다. ⓒ 박현국


몇 년 전 일본에서 개호보호제도가 시작되었습니다. 국민 세금으로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하면서 개호 서비스 개선과 민간 기업의 개호 확대를 위해서 모든 국민들이 의료보험료를 내는 것처럼 개호보험료를 냅니다.

개인이 부담하는 개호보험료는 수입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지만 40세에서 64세까지는 의료보험과 별도로 월수입의 1퍼센트 정도를 냅니다. 그리고 65세 이상은 평균 5천5백 엔 정도를 연급에서 떼어갑니다. 물론 별도의 수입이 있는 경우 단계별로 내지만 최고 한 해 17만 엔 정도를 냅니다.

일본에서 지금 개호 치료를 받고 있는 나이가 드신 환자 수는 557만 명 정도입니다. 아무리 개호 보험료를 내서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아직 만족할 정도는 아닙니다. 일본 역시 가족이 개호 환자를 돌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NHK에서 공개된 내용입니다. 가족들이 가족 개호를 하는 과정에서 피곤하거나 지쳐서 살인하는 건수가 2주에 한 번씩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2010년에서 2015년 사이 138 건 발생). 또 한 가지 가족의 개호를 위해서 15세에서 29세 사이의 젊은이가 직장이나 학교를 그만두고 개호에 매달리는 수가 약 18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사람은 사람으로 태어나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내 가난이나 내 가족의 건강은 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 속에서 나라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민주주의의 가치이고 인류가 지켜온 최상의 가치입니다. 그 가치를 지키고 보장하는 것이 사회보장법의 바탕이기도 합니다.

오늘 동국대학교 학생들의 일본 방문 실습을 통해서 일본과 한국의 고령화 사회 현실과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점점 복잡해지는 사회 현실 속에서 고령화 역시 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두 나라 모두 정치인들은 복지 문제를 등한시하려고 합니다. 복지는 나 자신의 문제이자 민주사회의 본질임을 바로 보고 정치적으로 적극해결 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참고자료 및 누리집>
일본 노동성, 공적개호보험제도의 현상과 앞으로의 역할, 2015년.
일본 내각부, 2016년 고령 사회 백서 개요, http://www8.cao.go.jp/kourei/whitepaper/w-2016/
아사히신문 도쿄판, 형무소에서 본 것, 하마이고이치, 2013.1.22.
NHK,클로즈업겐다이, 2016.7.1. 개호 살인,  
http://www.nhk.or.jp/gendai/digest/kaigo.html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회 복지 #류코쿠대학 국제학부 #동국대학교 #개호 환자 #와키타 시게루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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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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