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주고 가신 선물 '좋은 사람들'

사람이 최고의 보배이며 선물이다

등록 2016.09.02 11:38수정 2016.09.0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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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기사] 치매 어머니, 천국으로 보내드리다


"어머니 고마워요. 좋은 만남들을 주고 가셨어요."
"좋은 사람들과 어머니의 사랑 나누겠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미소천사 어머니 ⓒ 나관호


12년 전 어느 날 새벽, 거실에 있던 나에게 "오빠!"라고 부르셨던 어머니. 그렇게 시작된 치매 어머니와의 색다른 동거는 '웃고 우는 드라마'였다. 그런 '어머니 드라마'가 결말로 가려는 것인지 내 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통증이다. 발바닥을 시작으로 다리와 몸통 신경에 통증이 생겼다. 통증은 대상포진의 통증과 비슷할 정도로 너무 아팠다. 치료를 시작했지만 큰 진전이 없었다. 그것이 1년 전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시게 된 또 다른 요인이다.

자신보다 더 사랑하셨던 아들. 나를 어머니는 끝까지 찾으셨다. 가족 누구도 가까이 하기 어려웠다. 여동생 집에 나들이 가면 덩치가 큰 매제를 남으로 생각하시고, 너무 낯설어해 매제가 매제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지내기도 할 정도였다.

여동생에게도 '누구세요'라며 묻기도 했다. 그런 어머니를 모시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당연히 모셔야 하고 나에게 베풀어 주신 그 사랑에 빚진 자의 심정으로 열심을 냈다.


*

어머니와 제주도에서 다정하게 '찰칵' ⓒ 나관호


거실에 계시다가 주무실 시간이 되면 내가 어머니를 어린 아이처럼 번쩍 안아들고 어머니 방으로 들어가곤 했다. 어머니는 웃으시며 좋아하셨다. 그러나 한계가 왔다. 내가 어머니를 번쩍 안아들고 모실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전철역 근처 지나다가 요양병원 개원 현수막을 보았다. 마음이 흔들렸다. 그런데 '요양병원으로 모시는 것이 불효는 아닐까'라는 생각에 혼자 고민에 잠겼다. 친구들과 지인들의 조언, 가족회의 결과, 요양병원에 모시는 것이 불효는 아니고 더 잘 모실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어머니 드라마'는 예고편을 거쳐 요양병원에 모시게 되었다. 친구인 한양대 이도형 교수는 어머니가 천국 가신 그 순간까지 어머니의 병원비 반을 선뜻 후원해 주기도 했고 국방과학연구소 이동우 연구원, sbs 유영미 아나운서 또한 후원자가 되어 주었다. 고마운 친구들이다.

나는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여러 병원을 다녀야 했다. 정확한 진단도 나오지 않고, 가는 병원마다 원인을 다르게 얘기했다, 심지어 발바닥을 때리는 치료까지 받아 보았다. 더 아프게 될 정도로 후유증이 심했다.

그러다가 성심을 다해 치료해 주는 병원에 정착(?)해 지금까지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어머니로 인한 이런 환경과 사건, 시간을 통해 어머니는 좋은 만남들을 만들어 주셨다. 지금까지 관계를 가지고 지내고 있다.

황영민 선생님(좌)과 곽형준 실장님(중간) ⓒ 나관호


요양병원에서 원장님을 시작으로 담당 주치의 내과 김영훈 과장님, 가정의학과 이건훈, 한방내과 이지영 과장님, 이정신 수간호사 선생님, 유영숙 수간호사 선생님, 이사은 간호사 선생님을 비롯한 간병인 선생님들, 그리고 내가 저혈당 증세로 비틀거릴 때 도와 준 박수원 선생님을 기억한다.

또한 어머니를 좋아하시고 돌봐주시며 대화 상대가 되어 주신 302호실 어르신 탁 할머니, 최 할머니, 이 할머니가 계시다.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내가 치료하는 과정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도 있다. 나를 진심을 다해 치료해 주신 서진수 원장님, 전철수 원장님을 시작으로, 나를 위해 치료 방법을 찾으려고 학회와 세미나를 다녀오시고 사랑과 성심을 다해 지금까지도 치료해 주시는 고영배 원장님,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으시는 박희준 사무장님, 물리치료실 곽형준 실장님, 곽희영 선생님, 황영민 선생님, 간호부의 이영미 선생님, 송주희 선생님,김영숙 선생님과 방사선과 최종근 선생님이다. 너무 고마운 사람들이다.

오늘도 내일도 만남을 가질 좋은 사람들이 어머니로 인해 생기게 되었다. 어머니는 끝까지 나에게 선물을 주셨다. 좋은 사람, 좋은 만남만큼 행복한 선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사람이 보배다. 가시고기처럼 사셨던 어머니를 추억한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기타치는 이건훈 과장님과 오르같 연주하는 이지영 한방내과 과장님 ⓒ 나관호


덧붙이는 글 나관호는 '크리스천커뮤니게이션연구소' 소장이며 북칼럼니스트로 서평을 쓰고 있다. '나관호의 삶의 응원가'라는 타이들로 세상에 응원가를 부르고 있으며, 따뜻한 글을 통해 희망과 행복을 전하고 있다. 또한 역사신학과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강의하고 있으며, 심리치료 상담과 NLP 상담을 통해 사람들을 돕고 있는 목사이기도 하다.
#어머니 #좋은 사람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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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제이 발행인, 칼럼니스트다. 치매어머니 모신 경험으로 치매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다.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로 '생각과 말의 힘'에 대해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이며 심리치료 상담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교수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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