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주민-원자력연구원 한자리에서 만나다

사용후핵연료 1699개 반입... 파이로프로세싱 등 민감한 질의와 답변

등록 2016.09.02 16:13수정 2016.09.0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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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원자력연구원 간담회 지난 8월 31일 오후 2시, 관평도서관에서 유성구 주민 30여명, 기초의원 2명, 원자력연구원 관계자 10여명 등 50여명이 모였다. ⓒ 박현주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고속로 연구의 안전성 논란과 최근 사용후핵연료 1699개 대전 반입이 알려져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대한 주민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유성구 주민들과 원자력연구원이 한 자리에서 만났다.

지난달 31일 오후 2시 관평도서관 3층 강당에 유성핵안전시민대책본부 회원들과 유성구 주민 30여 명, 조원휘 시의원(구즉,관평), 구본환 구의원(구즉, 관평) 등 기초의원 2명, 그리고 원자력연구원 관계자 10여 명이 모여 간담회를 개최하였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측에서는 주민 만남에 이례적으로 김종경 원장이 직접 참석하고, 하나로운영, 사용후핵연료실험, 파이로프로세싱 등 논란의 핵심에 있는 연구부서 부장들이 배석하여 사안의 중요성을 실감케 했다.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김종경 원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양측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간담회가 열리기에 앞서 관평동 주민들이 19개 항목이 담긴 서면 질의서를 원자력연구원 측에 보냈었는데, 김학노 전략사업부원장이 답변서를 들고 나와 대표로 답변하였다. 김 부원장의 답변을 차례차례 들으며 주민들이 보충 질의를 하는 방식으로 간담회가 자연스레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나온 주요 질의와 답변을 정리하여 보았다.

서면 질의서: 연소가 불발된 사용후핵연료는 고준위핵폐기물인가? 아닌가? 정확한 명칭이 무엇인가?
- 원자력연구원 측: 핵폐기물이라는 용어는 쓰지 않는다. 원자로에서 나온 핵연료는 사용후핵연료라고 부르며, 이것이 폐기물로 지정이 되면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이 된다. 사용후핵연료에서는 강한 방사능이 나오지만, 고준위방사성폐기물로 지정받은 사용후핵연료는 아직 없다. 지난 7월 25일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계획안이 통과되었으므로 이제부터 산자부와 미래부 장관의 공동승인 아래 지정되기 시작할 것이다(이 질의와 답변 중에 약간의 논쟁이 일어났다).

서면 질의서: 대전에 들여온 1699개의 사용후핵연료봉은 어떤 용도로 썼는가?
- 원자력연구원 측: 87년부터 90년대 초까지는 집합체 단위로 가져왔다. 왜냐하면 당시 집합체에서 핵연료봉을 분리하는 기술은 원자력연구원에서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각 발전소도 집합체를 분리하는 기술을 보유하게 되어 대전에 연료봉 단위로 가져왔다. 그 용도는 손상된 연료를 해체하여 연구하기도 하고, 원자로 안에서 제대로 타고 나왔는지 연구하기도 했다. 비파괴, MRI 등으로 검사도 한다. 또 새로운 핵연료 개발용으로 연구하기도 했다.

주민 질의: 사용후핵연료는 어떻게 옮겨 왔는가? 과정을 알려달라.
- 원자력연구원 측: 먼저 미래부(현재는 원안위)에 운반과 검사신청을 한다. 그러면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안전성을 검사를 한다. 핵연료만해도 500kg 무게인데, 28톤의 수송용기에 담는다. 이 수송용기를 특별어댑터에 고정하여 트레일러에 싣는다. 트레일러는 경찰의 호송을 받으며 저속으로 주행하여 대전으로 온다.

주민 질의: 2014년부터 2016년 현재까지 대전에 반입한 사용후핵연료는 없는가?
- 원자력연구원 측: 없다.


주민 질의: 대전에 반입한 사용후핵연료로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하는데 쓰였는가?
-원자력연 측: 그동안 파이로프로세싱 연구에는 사용후핵연료봉으로 연구하지 않았고 대체물질로 실험해왔다.

주민 질의: 앞으로 사용후핵연료로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할 계획인가?
- 원자력연구원 측: 그렇다. 내년 하반기부터 사용후핵연료봉으로 실험할 것이다. 

주민 질의: 원자력연구원과 주민 간의 간담회나 대화의 자리를 정기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가? 예를 들면, 매달 몇째 주 등 구체적으로.
-김종경 원장: 그 제안을 환영한다. 오늘 이 자리가 끝나기 전에, 다음 달 모임 날짜를 잡도록 하자.

주민 질의: 원자력안전협의회나 주민 간담회가 일반 주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연구소 안에서 열려 방청하기도 힘들다. 유모차 끌고도 갈 수 있는 도서관이나 주민센터에서 열면 어떻겠는가?
-김종경 원장: 좋은 생각이다. 동의한다. 

주민 질의: 손상된 사용후핵연료를 실험하고 남은 것은 어디에 어떻게 보관하나?
-원자력연구원 측: 우리가 답할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다. 그것은 한수원이나 원자력안전기술원에 문의하기 바란다.

주민 질의: 주민이 궁금해하는 것은 공개해야 하지 않나?
- 원자력연구원 측: 정보공개에 대해서는 법률에 따른다. 원자력 관련한 국가기밀이 많고, 영업비밀도 있다.
- 주민 반론: 정보공개의 우선은 영업비밀보다 주민안전이지 않는가?

주민 질의: 크립톤같은 방사능 가스는 어떻게 보관하나?
- 원자력연구원 측: 가스는 보관하지 못한다. 지논 등은 굴뚝을 통해 방출하고 다른 것은 다 포집한다.

주민 질의: 만약 파이로 실험을 하다가 사고가 나면 그에 대비하는 주민안전책과 방호방재대책이 있는가?
-원자력연 측: 계획에 따라 할 것이다.

원전수출과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이번 간담회는 눈에 띄는 갈등이나 마찰없이 5시가 넘어 종료되었다. 이날 참석한 주민과 기초의원 그리고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들은 다음 간담회 날짜를 9월 21일로 정하고, 장소는 관평도서관이나 관평주민센터 공간을 섭외하기로 하였다.

이 간담회를 계기로 원자력연구원과 안전을 우려하는 유성 주민 간에 소통의 길이 크게 열릴 것으로 보인다. 주거지와 근거리에 위치한 원자력 연구시설과 이곳에서 시행되는 실험에 대하여 유성구 주민들이 알 권리를 보장받고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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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안내지 관평도서관 엘리베이터에 붙어있는 안내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유성구 주민과 원자력연구원 측이 지속적으로 소통을 할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박현주


#원자력연구원 #대전파이로프로세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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