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시위 주역들, 입법회 대거 입성

젊은 층이 이끈 사상 최고 투표율... '반중 성향' 뚜렷

등록 2016.09.05 17:22수정 2016.09.0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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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민주화 운동 우산혁명을 주도한 네이선 로의 입법회의원 당선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2014년 홍콩의 최대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을 주도한 학생 지도자가 홍콩 의회에 입성했다.

5일 홍콩 선거관리위원회와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우산혁명 주도자 네이선 로 데모시스토당 주석이 전날 치러진 홍콩 입법회의원 선거에서 6석이 걸린 홍콩섬 지역구에 출마해 5만여 표를 획득하며 2위로 당선됐다.

홍콩 링난대 총학생회장으로서 대학생 운동을 주도해온 로 주석은 2014년 홍콩 자치권을 약화하려는 중국 정부에 맞서 홍콩 행정장관 보통선거 도입을 요구하는 민주화 시위를 3개월 가까이 벌였다.

불법 집회 선동과 도심 점거로 체포됐던 로 주석은 시위를 함께 주도했던 조슈아 웡 학민사조(중·고등학생 연합회) 위원장과 함께 지난 3월 데모시스토당을 창당, 이번 선거에 도전했다.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로 주석은 올해 23세로, 지난 1991년 28세의 나이에 입법회의원으로 당선됐던 제임스 토 의원(홍콩 민주당)의 최연소 입법회의원 기록을 25년 만에 깨뜨리기도 했다.

로 주석은 당선이 확정되자 외신 인터뷰에서 "우산혁명이 많은 홍콩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하도록 깨우쳤다"라며 "홍콩의 미래를 논의하는 것이 이번 입법회의 중요한 임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많은 홍콩 시민이 진정한 변화를 원하고 있으며, 특히 젊은이들은 미래에 대한 절박함을 갖고 있다"라며 "중국 공산당에 맞서 싸우려면 더욱 단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급진 민주화 운동가 에디 추,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식스투스 렁 위원장 등 반중 성향의 젊은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다.

홍콩 민주화 원하는 젊은 층, 대거 투표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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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도록 이어진 홍콩 입법회 선거 투표 행렬을 소개하는 소셜미디어 갈무리. ⓒ 트위터


이번 홍콩 입법회의원 선거는 최근 홍콩 내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중국 정부의 개입에 불만을 느낀 시민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하면서 투표율이 역대 최고인 58%를 기록했다. 이는 4년 전인 2012년 투표율 53%에 비해 대폭 높아진 것이다.

특히 젊은 층의 투표 참여 의지가 뜨거웠고, 일부 투표소에서는 유권자가 예상보다 훨씬 많이 몰리면서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10시 반까지 진행되는 투표가 마감 4시간이 지난 새벽 2시 반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유권자들은 밤늦도록 투표소 앞에서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을 만들었고, 일부 시민들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준비 부족을 질타하고 홍콩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28세 홍콩 시민 자코 탕은 "나의 민주적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여행을 미뤘다"라며 "내가 투표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의 선택을 위해 가족이나 친구의 표심을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는 중국 정부를 따르려는 '친중파', 홍콩 자치권과 민주화 확대를 요구하는 '민주파',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급진 세력인 '본토파' 등 크게 3개 세력으로 나눠 후보를 내세웠다.

홍콩 입법회의원은 총 70석으로 구성되며 유권자들이 직선제를 통해 절반인 지역구 의원 35명을 뽑는다. 비례대표 격인 직능대표 의원 35명은 직선제로 5명, 간선제로 30명을 뽑게 된다.

민주파와 본토파의 지지층이 상당수 겹치면서 이번에도 친중파의 우세가 예상되지만, 젊은 층의 투표 열기와 로 주석의 당선 등으로 반중 성향도 뚜렷하게 드러나면서 내년 3월로 예정된 홍콩 행정장관 선거가 더욱 뜨거워졌다.

윌리 람 홍콩 중문대 교수는 "이번 선거 결과는 지난 몇 년 동안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억제당한 홍콩 시민들의 의식이 크게 변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며 "중국 정부가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 #민주화 #우산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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