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평화협정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주장] 북핵 능력의 완성은 공포의 균형뿐... 낭만적 사고는 일찌감치 버려라

등록 2016.09.11 11:55수정 2016.09.1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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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6차 핵실험도 강행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러한 북한의 도발에 관해 다시 강력한 대응을 천명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거짓말이다.

미국이 과연 북한의 핵이 고도화되고 그 이송 수단인 탄도미사일이 고도화되고 있는 것을 몰랐을까?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미국은 북한이 아직 실험을 실시하지 않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KN-08(화성 13호)이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다는 것도 다 알고 있다.

모든 첨단 정보를 다 알고 있으면서도 미 의회에는 아직도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데는 2, 3년이 걸릴 것이라고 보고한다. 백번 양보해 그렇다 하더라도 북한은 2, 3년 후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미국은 이 2, 3년 안에 북한을 막을 무슨 수라도 쓸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런 수를 쓰려면 이미 벌써 썼을 것이다. KN-08이 미 첩보 위성에 모습을 드러낸 수년 전에도, 북한이 핵실험을 착착 진행하던 수년 전에도 미국은 '전략적 인내'라는 그럴싸한 말만 내세우고 지켜보기만 했다.

전문가들로부터 '무대책'이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미국은 북한이 이른바 대량살상무기(WMD) 능력을 고도화하는 것을 방관했다. 오히려 구체적으로 지원만 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북한이 핵 개발과 미사일 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암묵적 지원'을 한 셈이다.

왜 그랬을까? 사실상 그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들어 이른바 '아시아 중시 정책(Pivot to Asia)'을 채택했다. 말이 좋아 아시아 중시 정책이지, 전략적 재균형(rebalancing) 정책으로도 불리는 이 정책은 간단히 말해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아시아에서 미국이 계속 패권을 유지하겠다는 정책이다.

미국의 아시아 패권 유지 정책에 '북한' 존재는 필수 불가결


이 정책에 가장 기반이 되는 것이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이다. 그래서 한미일 삼각동맹을 강화해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필요한 존재가 누구일까? 바로 북한이다. 북한이 없다면 미국은 이 지역에 치고 들어올 명분이 하나도 없어진다.

쉽게 말해 북한이 계속 도발을 해 주어야 미국의 이러한 정책이 계속 유지된다는 것이다. 그럴 가능성도 작지만, 남한과 북한이 갑자기 평화협정 등을 체결하고 긴장이 사라지는 것도 미국이 바라는 일이 아니다. 이 지역에서 긴장과 도발이 있어야 미군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패권이 유지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구도를 깰 수 있다는 유일한 가정이 등장하고 있다. 바로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한다면, 미국의 선제 타격에도 북한의 보복 능력이 충분함으로 미국은 북한과 어쩔 수 없이 상호 불가침과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이라는 희망이다.

상식적으로 본다면, 지극히 타당한 가정이고 실현 가능성이 큰 바람일지도 모른다. 북한이 실제로 미 본토 타격 능력을 완성해 미국민들이 불안에 떨 경우 미국 행정부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냐는 현실적 판단이 이 가정의 가장 큰 전제다.

미국이 숱한 제재와 압박에 나서겠지만, 결국 이러한 '임계점'에 도달하면 북한과 협상을 할 수밖에 없고 결국은 북한의 핵 보유 지위를 비공식적으로라도 인정하고 상호 불가침과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과연 그렇게 될까? 안타까운 일일지도 모르지만, 냉정하게 따져 본다면 그렇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의 존재가 미국의 군수 산업체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단순한 논리가 아니다. 북한의 핵 능력 완성은 말 그대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능력만을 막을 뿐이다.

'공포의 균형'이 존재하는 한 북한이 미국 본토를 선제 타격할 수 없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미국의 전문가들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괴팍한(?) 성격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도 긴장 조성용일 뿐이다.

북미 대결은 평화협정 담보 못 해... 남북한 관계 개선이 선결 과제

결론적으로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가진 북한의 핵 공격 완성이 평화협정 체결을 그대로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하와이든, 미 서부이든, 미 전체 본토이든 북한이 핵으로 타격 능력을 가질지라도 그 상황을 그대로 이용할 공산이 크다. 바로 중국을 견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핵 공격의 공포로 북미 간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면, 주한미군은 물론이고 미국의 군사 전략적 자산이 이 지역에 남아 있을 명분이 모두 사라진다. 다시 말해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과의 북미 평화협정 체결이 단순히 북한과의 협정이 아니라, 이 지역에서 발을 빼겠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는 세계 군사 전략에서 중국의 이 지역 패권을 인정하고 철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미국이 그동안 북한의 도발과 위협을 명분으로 이 지역의 패권을 유지해 왔다면, 북한의 핵 능력이 완성된 후에도 오히려 공포의 균형을 기반으로 북한을 더욱 압박하고 중국을 견제할 공산이 큰 이유다.

따라서 북미 간의 대결을 지켜보면서 은근히 평화협정 체결에 기대를 거는 낭만적인 사고는 일찌감치 떨쳐 버리기 바란다. 한반도에서 미국과 중국 특히, 미국의 영향력이 없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을 통과하는 일보다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오직 미 본토 타격 능력 하나만 믿고 있는 북한의 어리석음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없을까? 한반도에 짙게 드리운 이러한 상황을 그대로 분석한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남북한이 관계 개선을 통해 전략적으로 힘을 모으는 것이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를 적절히 이용하고 남한은 미국과 일본을 교묘히 활용해 4강 구도하에서 남북한의 평화 공존 체제를 우선적으로 구축하는 길이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북미 평화협정 #북한 핵실험 #남북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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