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는 없고 우리나라에만 있는 한자도 있다

[서평] 그림으로 익히는 <이미지로 읽는 한자 2>

등록 2016.10.07 14:15수정 2016.10.0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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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세나 바위 형상을 보고 '뭐를 닮았다'며 닮은꼴 이름을 붙이는데 소질이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 설명을 듣고 나면,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냥 바위로만 보였던 게 어떤 형상을 띠고 있다는 걸 단박에 수긍할 만큼 아주 닮아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경우가 꽤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한참 설명을 듣고도 긴가민가하며 숨은 그림을 찾듯 이렇게 살피고 저렇게 상상해 본 후에야 겨우 비슷한 점을 찾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한자는 여섯 가지 방법, 상형(象形), 지사(指事), 회의(會意), 해성(諧聲), 전주(轉注), 가차(假借)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중, 한자하면 연상되는 대표적 방법은 닮을 꼴로 표시한 상형한자들입니다. 흔히들 '뫼 산(山)' 자는 산의 형상을 글자로 나타낸 것이고, '날 일(日)' 자른 해를, '달 월(月)' 자는 달 모양을 본떠 만든 글자라는 식으로 예로 듭니다.

뫼산(山), 날일(日), 달월(月) 자처럼 글씨도 간단하고 닮은꼴도 흡사해 한눈에 이 글자들은 이런 것을 닮은 글자라는 걸 단박에 알 수 있는 글자(한자)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어떤 한자들은 아무리 봐도 어떤 것을 닮은 글자인지를 찾기가 아주 어려운 글씨도 꽤나 많습니다.

척 보면 연상되는 <이미지로 읽는 한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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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로 읽는 한자 2>(지은이 장세후 / 펴낸곳 연암서가 / 2016년 10월 15일 / 값 17,000원) ⓒ 연암서가

<이미지로 읽는 한자 2>(지은이 장세후, 펴낸곳 연암서가)는 우리가 일상에서 아주 흔하게 사용하고 있는 한자 중에서 어떤 모양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상형문자들이 어떤 이미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어떤 변천사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는가를 이미지와 문장으로 설명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책을 보면서 제일 먼저 놀라게 되는 건, 이 다양한 이미지들을 어떻게 다 구했을까 하는 것입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한자 한 글자가 품고 있는 배경 이미지를 찾는 저자의 마음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일구월심(日久月深)이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책에서는 아주 다양한 사진(이미지)으로 한자 한 글자가 어떤 이미지를 배경으로 닮은꼴 글자로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줍니다.

한자들 중에는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이미지를 보는 순간 단박에 어떤 모양이나 의미를 담고 있는 닮은꼴 글자임을 알게 되는 글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글자와 이미지는 아무리 봐도 서로 닮은꼴임을 가늠하기가 어려운 글자도 없지 않습니다.

이미지를 보고도 닮은꼴을 찾을 수 없는 건 한자가 오랜 시간에 걸쳐 사용되면서 달라졌거나 변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는 한자들이 갖고 있는 이력, 갑골문, 금문, 금문대전, 소전 등을 거쳐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해서에 이르기까지의 변천사를 시대별 표기법이나 문자로 보여줍니다.

이미지와 갑골문자는 캐리커처로 그린 그림만큼 아주 흡사합니다. 하지만 금문, 금문대전, 소전을 거치면서 간략화 되거나 변하면서 이미지와의 닮은꼴 또한 엷어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미지 뛰어넘는 깊은 뜻은 없을까?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한자 중 '아이 동(童)' 자와 '백성 민(民)' 자에 대한 설명은 언뜻 수긍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하게 살벌합니다. 책에서는 '동(童)' 자나 '민(民)' 자가 만들어진 배경 이미지를 송곳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송곳으로 눈을 찌른 남자 전쟁포로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 '동(童)' 자이고, 남녀를 가리지 않고 송곳으로 눈을 찌른 전쟁포로의 모습을 나타낸 게 '민(民)' 자라는 설명입니다.

전쟁포로의 눈을 찌르는 형태의 글자는 남자 포로인 동(童)과 여자 포로인 첩(妾) 외에 민(民)자와 장(臧) 자도 있습니다. 민(民)자는 남녀의 구별이 없는 전쟁포로 모두를 나타낸 것 같으며 송곳으로 찌르는 방향이 아래쪽인 점이 다릅니다. 전쟁포로를 가지고 백성의 숫자를 늘렸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120쪽

한자는 닮은꼴로 그린 상형문자이기도 하지만 한 글자마다 뜻을 갖고 있는 뜻글자이기도 합니다. '아이 동(童)' 자와 '백성 민(民)' 자에 저리 끔직한 배경만 가지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어떤 철학적이고 좀 더 깊은 뜻을 갖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깁니다.

백성 민(民) 자는 나라를 나타내는 '나라 국(囗)' 자 아래에 '각시 씨(氏)' 자가 붙어, 나라의 씨앗(바탕, 근본)은 백성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글자라고 설명하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이 동(童)' 자 또한 아이는 마을(里)이 관심을 갖고 공동으로 반듯하게 키워야(立 세워야) 할 대상이라는 의미를 가진 글자라는 설명을 들으며 개인주의로 흐르고 있는 현실 교육을 걱정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책에서는 전거로 갑골문, 금문, 금문대전, 소전까지 제시하고 있으니 근거가 없는 설명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쉽고 걱정되는 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설명들이 학술적 검증을 거친 확고한 내용이냐에 대한 반문입니다.

혹시 이미지만을 염두에 두고 설명하느라 어떤 글자에 담긴 철학적 의미까지를 폄훼하거나 훼손시킨다면 이는 설명을 아니함만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한편 우리 나라에서는 논은 답(畓)이라고 합니다. 밭(田) 위에 물(水)이 있으니 논입니다. 정작 중국에는 답(畓)자가 없습니다. 신기한 일이지요? 그냥 수전(水田)이라고 합니다. -265쪽

지레 어렵고 복잡하다고 생각하기 쉬운 한자도 그림을 보듯 읽고, 그림을 감상하듯 이해하다 보면 생각하는 것만큼 어렵지도 않고 복잡하지 않을 수도 않습니다. 게다가 이미지로 익히고, 이미지로 연상하다 보면 어느새 한자 몇몇쯤은 머릿속에서 저절로 익혀집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쓰는 용어 중 70∼80%는 한자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자에 담긴 의미를 새긴다는 건 사용하는 용어에 담긴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입니다.

음식을 눈으로만 볼 때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양만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입에 넣고 꼭꼭 씹어 먹어보면 음식에 배어있는 깊은 맛까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도 그렇습니다.

그동안 음식을 눈으로만 보듯 알고 있었을 한자들을 <이미지로 읽는 한자 2>를 통해 꼭꼭 씹어가며 맛보듯 읽다 보면 한자 한 글자 한 글자에 배어있던 깊은 의미까지를 새기게 됩니다. 자연스레 일상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 또한 어느새 깊어지고 오롯해질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이미지로 읽는 한자 2>(지은이 장세후 / 펴낸곳 연암서가 / 2016년 10월 15일 / 값 17,000원)

이미지로 읽는 한자 2

장세후 지음,
연암서가, 2016


#이미지로 읽는 한자 2 #장세후 #연암서가 #상형 #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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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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