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청소년 1539명은 의미 있는 지원을 받았다

어린이·청소년 맞춤형 복지 서비스 '아청 플래너'를 아시나요?

등록 2016.10.14 17:34수정 2016.10.1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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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성북구는 2015년 7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아동·청소년 플래너' 제도를 도입했다.
  • 부모 상담 이외에 생활실태 파악이 이뤄지고, 후원자-장학금 지원 등이 뒤따른다.
"친구들과 시험 기간 공부를 같이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
"층간 소음 문제 때문에 집에서 악기 연습을 하기 어려운 친구들끼리 함께 연주할 수 있는 연습실이 있었으면 한다."

이밖에도 요리를 직접 해 볼 수 있는 요리방, 내가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작업장 등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2일 열렸던 '어린이·청소년 열린 토론회'에서 나온 말들이다. 이날 토론회는 성북구의 '어린이·청소년 행정'의 일면을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성북구는 2013년 11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으로부터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은 곳이다.

아동 학대 예방, '아청 플래너'는 이렇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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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토론회에 참여한 어린이, 청소년 참가자들 ⓒ 이정선


그런가 하면 성북구는 2015년 7월 역시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 지원 사업, '아동·청소년 플래너(아래 '아청 플래너')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보살핌이나 양육 지원이 필요한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적합한 복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체 20개 동에 동마다 1명씩 '아청 플래너'를 배치해 운영하고 있다. 맞춤형 관리를 지향하는 제도로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아동 학대 등 문제와 관련해서도 사전에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다 구체적인 운영 상황을 알아 보기 위해 현장에서 직접 '아청 플래너'로 활동하고 있는 강선숙(성북구청 교육아동 담당관)씨 그리고 권다희(성북구 종암동 주민센터 사회복지 주무관)씨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 지원 대상은 어떻게 선정하고 관리하는지?
강선숙 : "2015년 7월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각 동 아청 플래너가 가정 방문을 하거나 복지부서 담당자들과 연계하여 대상자를 선정했습니다. 대상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실태조사를 한 결과, 대상자들은 단순 빈곤가정으로 어린이·청소년을 양육하는 데 큰 문제가 없는 가정들이 대부분입니다.

지속적으로 관찰·지원의 필요가 있는 10% 내외의 대상자들에게는 10회 이상 방문 상담하면서 사례 관리를 합니다. 아청 플래너는 사회복지직 공무원으로 동주민센터에 발령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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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토론회에서 의견을 발표하는 참가자들 ⓒ 이정선


"이웃들이 외면만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달라져요"

-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권다희 : "첫째, 빈곤 위기 가정(한부모, 수급가정, 차상위 가정 등) 중 아동, 청소년이 있는 가정을 방문하여 부모 상담 이외에 아동 청소년 상담 및 생활실태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파악된 개개인의 욕구에 맞춰 지역아동센터, 후원자, 장학금 지원, 진로 프로그램, 병원 등 다양한 통로로 연계를 하고 있습니다. 둘째, 학대 의심 가정 방문활동을 합니다. 장기 결석 아동과 예방접종 미실시 가구를 방문하여 아동들의 상태를 직접 눈으로 보고 파악합니다."

- 그럼 구청에서 지원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강선숙 : "성북 아동청소년 센터(구청)는 성북 아동․청소년 통합정보망을 구축하고 있고, 아청 플래너를 통해 지역자원, 공공복지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또한 지역기관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관내 아동청소년 관련 업무 담당자, 교육청과 대상자를 중심으로 통합사례회의 등을 진행하여 모든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아청 플래너가 중심이 되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 청소년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크게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있다면?
권다희 : "저소득가정의 경우 경제적 지원(학원비 부담)의 필요성을 가장 크게 느끼며 대부분 가정에서 양육과 관련한 지원(식사, 도시락 지원, 지역아동센터, 학원 연계 등)을 많이 요청합니다. 또한 요즘은 학대, 방임, 따돌림 등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적지 않아 이들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아청 플래너 활동을 하면서 가장 안타깝게 느낀 점은?
강선숙 : "양육 환경이 좋지 않다 보니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자존감이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주변에서 관심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탈행위를 이어지는 일종의 패턴이 있습니다. 아청 플래너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이 부분입니다.

저희들이 지속적으로 방문하고 상담하고 하다보면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고민을 털어놓거나 진로에 대해 상담을 해오기도 합니다. 이웃에서도 문제아라는 시선으로 외면할 것이 아니라 지역의 문제로 인식하고 보듬어주기만 해도 아이들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1539명'

- 기억에 남는 사례를 소개해 주신다면?
권다희 :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의 가출로 아버지와 함께 사는 중3 학생인데, 아버지 역시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어 초등학교 5학년부터 거의 혼자 살다시피 한 학생이었습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방안은 쓰레기가 나뒹굴 정도로 엉망이었지만, 작고 왜소한 소년이 작은 판자로 만든 책상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정도로 공부에 대한 열의가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 지속적으로 방문하고 이야기도 나누다보니 학생이 마음 속에 '천체물리학자'의 꿈을 갖고 있지만 자신의 환경을 생각하면 이룰 수 없는 꿈이라고 비관하는 겁니다. 소년의 꿈을 지켜주고 싶어 학생이 진학하고 싶은 학교의 입학전형을 알아보고 학부모 상담을 대신 다니면서 입학준비를 돕게 됐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 원하는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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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민주주의 메시지를 담은 풍등 날리기 ⓒ 이정선


2015년 7월 도입 이후, 이제까지 '아청 플래너' 지원을 받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1539명에 달한다고 한다. 어른에게 학대받거나 어른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가 증가하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힘 있는 어른들'의 다양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성북구청 #아청플래너 #아동친화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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