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좋은' 아저씨가 돈을 몽땅 잃었네

[그림책 읽는 아버지] 타카도노 호코 <도니조아 아저씨의 돈 버는 방법>

등록 2016.11.04 12:02수정 2016.11.0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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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좋아하는 아저씨가 있답니다. 이녁 아름은 '도니조아'라고 합니다. 돈이 좋다는 아저씨는 이름부터 "돈이 좋아(도니조아)"입니다. 와, 멋지네요. 이녁이 무엇을 좋아하든 이녁이 마음으로 그리는 살림대로 이녁 이름을 지었거든요.

이 아저씨가 숲을 좋아한다면 '수피조아' 아저씨가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아저씨가 아이들을 좋아한다면 '아이조아' 아저씨가 되었을 테고, 이 아저씨가 마을살이를 좋아한다면 '마을조아' 아저씨가 되었을 테지요.


도니조아 아저씨는 돈을 좋아하기에 어떻게 하면 돈을 더 거머쥘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며 삽니다. 수피조아 아저씨라면 숲을 좋아하기에 어떻게 하면 숲을 더 푸르게 가꿀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며 살겠지요. 아이조아 아저씨라면 아이를 좋아할 테니 어떻게 하면 온누리가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며 자랄 만한 터전이 되도록 북돋울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할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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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그림 ⓒ 내인생의책


'어느 늦은 밤, 도니조아 아저씨는 골목길에서 낡은 책 한 무더기를 발견했어요. "누가 이렇게 멀쩡한 책을 버렸지? 헌책방에 팔면 돈이 될지도 몰라." 아저씨는 책 한 권을 집어 들어 펼쳐 보았어요. 뭐든 나무 밑에 묻으면 눈 깜짝할 새에 100배로 불어난다는 이야기였어요. "정말 이런 나무가 있단 말이야?" 아저씨는 가슴이 펄떡펄떡 뛰었어요.' (2쪽)

타카도노 호코 님 그림책 <도니조아 아저씨의 돈 버는 방법>(내인생의책, 2013)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우리는 저마다 무엇을 좋아하면서 살림을 가꾸는 사람으로 살아가는가 하고요. "책이 좋아"일까요, "밥이 좋아"일까요, "집이 좋아"일까요, "꿈이 좋아"일까요, "사랑 좋아"일까요, "놀이 좋아"일까요, "밭이 좋아"일까요, "일이 좋아"일까요......

스스로 좋아하기에 스스로 길을 걸어요. 도니조아 아저씨는 언제나 돈만 생각하며 지내요. 참말 스스로 돈을 좋아하니까요. 이렇게 돈 생각만 하며 살던 어느 날 '나무 밑에 뭔가 묻으면 그 무엇이 백 곱으로 열매를 맺는다'는 이야기를 읽는다고 해요.

아니, 이 말을 믿는단 말인가 싶지만, 도니조아 아저씨는 오로지 돈에 온마음이 쏠리니, 이런 말을 아주 쉽게 믿어요.


'다음 날, 도니조아 아저씨는 나무 상자를 수레에 싣고 길을 나섰어요. "산적 따위 겁나지 않아. 반드시 큰 부자가 되고 말 테야!"'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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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그림. 아흔아홉 산적한테 인형극을 보여주는 도니조아 아저씨 ⓒ 내인생의책


'100배 나무' 이야기를 다룬 책에는 나무 이야기만 다루지 않습니다. 무엇이든 백 곱으로 열매를 맺어 준다는 나무한테 가려면 아흔아홉 산적이 있는 고개를 넘어야 한대요. 아흔아홉 산적은 고개를 넘는 모든 사람들을 사로잡아서 주머니를 탈탈 턴다고 해요.

자, 도니조아 아저씨는 어떻게 할까요? 아흔아홉 산적이 무서워서 '100배 나무'가 있는 곳으로 못 찾아가려나요. 산적 때문에 100배 나무는 잊기로 하려나요. 아니면, 산적을 슬기롭게 물리치면서 100배 나무를 반드시 찾아내겠다고 하려나요.

'그때 큰일이 났어요. 아저씨가 금화 자루를 놓치고 말았어요. 금화 자루가 언덕 아래로 데굴데굴 떼구루루. "이럴 수가. 거기 서! 멈추란 말이야." 하지만 금화 자루는 데굴데굴 떽떼굴 굴러 눈 깜짝할 새에 깊고 깊은 늪 속으로 풍덩! 그때 나무 밑에 세워 놓았던 수레가 기우뚱! 상자에 있던 인형이 구멍으로 쏙! 그러자 나무에 인형 100개가 주렁주렁!' (20∼22쪽)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이가 좋아할 만한 장난감을 손수 깎아서 선물할 뿐 아니라, 아이하고 재미나게 놀기 마련입니다. 밭을 좋아하는 사람은 밭이 언제나 기름지고 푸르도록 늘 살피면서 돌보고 가꾸기 마련입니다. 사랑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녁 마음이 따사로운 품이 되도록 보듬으면서 환하게 웃고 눈부시게 노래하는 삶으로 나아가기 마련입니다.

그림책 <도니조아 아저씨의 돈 버는 방법>에 나오는 도니조아 아저씨는 인형을 하나 빚습니다. 인형 하나로 아흔아홉 도적 사이에서 감쪽같이 빠져나오는 꾀를 냅니다. 어떤 꾀를 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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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그림. 100배 나무 곁에 판 구덩이에 그만 인형이 빠지며 인형이 100개 열렸어요. ⓒ 내인생의책


그런데 말이지요, 멋진 꾀는 냈는데 그만 100배 나무 앞에서 금화 자루를 놓치고, 수레에 놓은 인형이 나무 곁에 판 구덩이에 쏙 들어갔대요. 도니조아 아저씨는 금화 자루를 백 곱으로 늘릴 생각이었는데, 금화 자루는 잃고, 엉뚱하게 인형만 백 곱으로 얻었대요.

자, 도니조아 아저씨는 어떤 마음이 되었을까요. 돈이 좋아서 돈만 바라며 오직 돈 하나를 바라보며 살았는데, 그만 모든 돈을 다 잃었어요. 그야말로 빈털터리가 되어요. 게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아흔아홉 산적을 맞닥뜨려야 합니다.

도니조아 아저씨는 '살아가는 기쁨'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도니조아 아저씨는 그토록 좋아하던 돈을 몽땅 잃었으니 앞으로 더 '살아갈 뜻'도 없어진 셈일까요? 도니조아 아저씨는 그저 돈 하나에만 얽매여 앞으로도 '내 아까운 돈!' 하고 한숨만 쉬며 살아야 할까요?

아니면 '잃은 돈'은 말끔히 잊고서 '어느 한 가지에 얽매이는 몸짓'을 새삼스레 깨달으며 '살아가는 보람'이 무엇인가를 차분히 돌아볼 수 있을까요? 돈이 있어야 즐거운 삶이 아니라, 스스로 즐겁게 웃거나 노래할 적에 비로소 참말 즐거운 삶이 되는 줄 깨달을 수 있을까요?

좋아하기에 더 잘하기도 하지만, 너무 좋아하느라 그만 둘레를 못 보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도니조아 아저씨의 돈 버는 방법>입니다. 좋아하기에 이 한 가지에만 사로잡힌다면 막상 삶·사랑·살림을 잊거나 잃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함께 들려주는 그림책입니다. 웃음이 없거나 노래가 없다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사는 기쁨'하고 멀어진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덧붙이는 글 <도니조아 아저씨의 돈 버는 방법>
(타카도노 호코 글·그림 / 고향옥 옮김 / 내인생의책 펴냄 / 2013.2.18. / 12000원)

도니조아 아저씨의 돈 버는 방법

타카도노 호코 글.그림, 고향옥 옮김,
내인생의책, 2013


#도니조아 아저씨의 돈 버는 방법 #타카도노 호코 #그림책 #어린이책 #살림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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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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