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하고도 울상 짓던 아이, 그 이유가

수능 앞두고 서먹해진 아이들... 서로의 우정에 금이 가지 않길

등록 2016.11.04 11:51수정 2016.11.0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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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에 지친 아이들 수능(11월 17일)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입시에 지친 아이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 김환희


야간자율학습 1교시. 최근 발표 난 수시모집 1단계에 합격한 뒤, 수능 최저 등급 기준을 맞추기 위해 늦게까지 공부에 올인하고 있는 한 여학생이 고민 상담을 해왔다.


"선생님,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죠?"

아이의 뜬금없는 질문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수능이 며칠 남지 않았으니 딴 생각하지 말고 마무리나 잘하렴."

내심 수능일이 며칠 남지 않아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 아이의 표정이 워낙 진지해 잠시 시간을 내어 고민을 들어보기로 하였다.

그 여학생은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엿듣기라도 할까 봐 교무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조용히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선생님, ○○○아시죠?"
"그럼, 너와 같은 대학에 원서 쓴 애 아니니? 그런데 왜?"
"1단계 발표에서 저만 붙고 ○○○는 떨어졌어요."
"떨어졌다고? 그랬구나."

이제야 그 아이의 고민이 무엇인지 대충이나마 알게 되었다. 수시모집 1단계 발표 이후, 평소 친하게 지냈던 그 친구가 자신을 피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였다. 발표 이전까지만 해도 대학 입시와 관련 그 친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발표 이후 친구와 서먹해진 것 같다며 마치 친구의 낙방이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이야기조차 하지 않는다며 친구와 예전처럼 지낼 방법을 물었다.
 
심지어 친구의 불합격 소식을 듣고 위로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조차 오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 이후, 이것 때문에 자신 또한 수능 공부에 전념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 아이는 이 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그 고민을 해결하고자 나를 찾아온 듯했다.

수능 일(17일)을 며칠 남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수능 일까지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 일이었다. 그래서 우선 이 문제로 너무 많은 신경을 쓰지 말 것을 주문한 뒤, 녀석을 교실로 돌려보냈다. 한편,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것이 두 아이 모두에게 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그 아이의 친구인 ○○○를 상담실로 불렀다.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온 녀석은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듯 표정이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았다. 조금은 긴장을 풀어줘야겠다는 생각에 먼저 말을 꺼냈다.

"공부하느냐 고생이 많구나. 이제 며칠 남지 않았으니 조금만 더 힘을 내자."

내 말에 녀석은 자신이 없는 듯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에."

지금 상황에서는 녀석에겐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녀석의 친구는 수시모집에 모두 합격하여 최종합격을 기다리고 있지만, 본인은 지원한 수시모집 다섯 군데 모두 떨어져 그야말로 최악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정시모집은 남아있지만 말이다.

조금이라도 녀석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주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리고 본인 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친구도 네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바란다는 말을 전해주자 녀석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선생님, 죄송해요. 제가 생각이 짧았던 것 같아요. 대학이 인생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잘되지 않네요. 그 친구 찾아가 제가 사과할게요. 그리고 며칠 남지 않은 수능에 최선을 다할게요."

그렇지 않아도 수시모집에 모두 떨어져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녀석에게 괜한 이야기로 심기를 더 불편하게 하지 않았는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하며 녀석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리고 교무실을 빠져나가는 녀석에게 파이팅을 외쳤다. 내 파이팅에 녀석은 뒤돌아보며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녀석의 미소에 왠지 모르게 나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

수능이 며칠 남지 않았다. 아무쪼록 두 아이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두 아이 모두 대학에 합격하여 잠시나마 수시모집으로 금이 간 우정을 지속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한교닷컴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대수능 #수시모집 #우정 #수능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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