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정희도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78년 국무회의록 보니 “정부수립 30주년 행사”... 뉴라이트 국정교과서 논란

등록 2016.11.15 18:54수정 2016.11.1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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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선언 전문이 실린 1973년 6월 23일자 <매일경제신문>1면. ⓒ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도 1973년 '역사적인' 6·23 평화통일 특별선언문(아래 6·23선언문)을 발표하면서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다"고 선언한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또한 박 전 대통령 시절인 1978년 국무회의에서 '정부수립 30주년 기념행사'가 공식 결정된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박정희 6.23특별선언에 '정부'수립이란 말이 두번씩이나...

박근혜 정부가 중고교 <역사> 국정교과서에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건국론 내용을 단원 제목으로 붙인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이와 상반된 박정희의 공식 선언문이 새로 확인된 것이다. 오는 28일 공개될 국정교과서는 친일 지적을 받는 뉴라이트 세력의 요구대로 기존 역사교과서의 '대한민국 정부수립'이란 표기를 바꿔치기해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적어 논란을 빚고 있다.

15일,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실린 박 전 대통령의 6·23 선언문을 입수해 살펴본 결과, 그는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정부수립일로 선언했다. 6·23 선언은 초중고 <도덕>과 <윤리>교과서에 빠짐없이 실렸던 평화통일 대북 외교선언이다.

다음은 1973년 6월 23일자 <매일경제신문>에 실린 6·23 선언문 내용이다. 이 신문은 박 전 대통령이 "중앙청 제1회의실에서 특별성명을 방송했다"고 보도했다.

"남한에서만 자유선거가 실시되어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국제연합에 의하여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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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경남 창원성산)가 국가기록원으로부터 받은 문서. 1978년 7월 28일에 열린 국무회의 내용을 기록해 8월 1일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고한 문서다. ⓒ 문서촬영: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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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7월 28일 박정희 정부 국무회의에서 논의된 '정부수립 30주년 기념행사 계획' 문서. ⓒ 문서촬영 : 윤근혁


박정희의 '대한민국 정부수립' 선언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197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 30주년 기념행사'를 주도한 사실도 새로 확인됐다. 15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경남 창원성산)가 국가기록원으로부터 받은 1978년 7월 28일 제53회 국무회의록을 분석한 결과다.


이날 국무회의록과 '정부수립 30주년 기념행사 계획서'를 보면 총무처 의안 655호로 '제3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30주년 기념행사 계획'이 국무회의에 상정된다. 여기서 말하는 '정부수립'은 1948년 8월 15일을 뜻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수립'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수립'으로 박정희 정부의 국무회의에서도 공식 규정한 것이다.

이날 오후 4시부터 1시간 15분간 열린 국무회의는 박 전 대통령이 불참해 당시 최규하 국무총리가 회의를 주재했다. 하지만 이 국무회의록은 같은 해 8월 1일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당시 문서에는 '수신: 대통령, 제목: 국무회의 상황보고'란 손 글씨가 적혀 있다.

"박정희도 '정부수립'이라 규정했는데, 마법 걸린 듯 왜?"

이 같은 사실에 대해 방은희 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친일 행적을 갖고 있는 이승만과 박정희조차도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강조한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따라 '1948년 정부수립'이란 표현을 썼다"면서 "그런데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하는 현 정부는 이상한 마법에 걸린 듯 국정교과서에 '대한민국 수립'이란 표기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오는 28일 공개될 국정교과서 제목 표기에 대한 최초의 증언이 나왔다. 이 역사교과서에 "대한민국은 어떻게 수립되었을까?", "동학 농민 운동에서 농민군의 요구는 무엇이었을까?"란 제목이 적혀 있다는 것.

<역사>교과서와 깊이 관련된 한 인사는 기자에게 "국정교과서 내용을 직접 살펴본 인사에 따르면 국정교과서 가쇄본(가인쇄본) 문서에 학습문제 제시 방식의 제목이 커다랗게 적혀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증언하면서 "교육부가 태도를 갑자기 바꾸지 않는 한 건국절을 반영한 '대한민국 수립'이란 표현이 교과서 제목으로까지 들어가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한국교총 "'대한민국 정부수립' 표기가 옳다"
#국정교과서 #박정희 #정부수립 #뉴라이트 #6·23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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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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