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티투어 황금버스는 놀라울만큼 '썰렁'하다

[황금버스, 누구를 위한 교통수단인가 ①] 1대당 평균 이용객수 3명도 안 돼

등록 2016.11.22 16:52수정 2016.11.2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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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예산으로 운영되는 제주시티투어버스인 '황금버스'. 창문에 금색 필름이 부착돼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다. ⓒ 조수진


제주에 내려온 지 두 달쯤 됐을 때였다. 가을 햇살이 아주 좋았던 날 번쩍이는 버스를 봤다. 금빛 필름을 씌운 창문에 햇빛이 반사돼 눈이 부셨다. 금색으로 뒤덮인 버스의 정체가 궁금했다. 옆면에 시티투어(City Tour)라고 적혀 있었다.

관광업체가 운영하는 버스이겠거니 하고 찾아봤다. 예상과 달리 제주특별자치도 관광협회에서 도 예산을 받아 운영하는 외국인 전용 시티투어버스 '황금버스'였다. 보통 외국이나 타 지역에서 운영하는 시티투어 버스 외관은 그 지역의 특색이 드러나도록 꾸민다.

그렇다면 황금이 제주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없다. 황금버스를 운행하는 목적은 '외국인 개별 관광객 증가에 따른 선진 교통인프라 구축'이다.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중국인이 좋아하는 황금빛으로 버스를 입혔다고 한다. 과연 중국인 관광객이 얼마나 이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7일 황금버스를 직접 타봤다.

썰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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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황금버스 내부. 승무원과 그 친구로 보이는 승객 한 명뿐이었다. ⓒ 조수진


버스 안에 운전기사, 승무원, 그리고 승무원 친구로 보이는 승객뿐이었다. 기자가 구매한 탑승권엔 14번째 승객임을 나타내는 번호가 있었다. 탑승 이후 막차 운행까지 재탑승객을 제외한 승객은 2명이었다. 이날 하루 총 16명 승객이 이용했다. 황금버스는 1일 10회 운행하니 버스 한 대당 1.6명이 이용한 셈이다.

다른 날도 이용실적이 저조한지 확인했다. 지난해 3월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탑승객은 황금버스 운행을 시작한 2014년 11월 916명, 12월 697명, 2015년 1월 573명, 2월 691명으로 나타났다. 첫 달을 제외하고 한 대당 1.8명에서 2.4명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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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구매한 탑승권. 오른쪽 붉은 박스 안에 14번째 승객을 뜻하는 '14'가 찍혀있다. ⓒ 조수진


당시 도민사회가 버스노선 및 예산낭비 등 문제점을 지적하자 관광협회는 언론을 통해 "시작한지 얼마 안 돼 5월이면 성과가 좋아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관광협회의 예측이 맞았는지 2015년 3월 이후 2016년 9월 현재까지 이용실적을 조사했다. 아래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정책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탑승인원과 판매금액이 명시돼 있다. 탑승인원은 재탑승객을 포함한 수이므로, 판매 금액을 탑승권 가격인 1만2000원으로 나누면 대략적인 탑승권 판매량(재탑승객을 제외한 이용자 수)을 구할 수 있다(아래 표 참조).

한달에 3명도 채 이용하지 않는 황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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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가 공개한 황금버스 탑승권 판매현황. ⓒ 조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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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금액을 탑승권 1매 가격으로 나누어 추산한 2015년 3월 이후 탑승객 현황. 실제 이용자 수와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음 ⓒ 조수진


표를 보면 지난해 5월 이후 1일 평균 1대 당 3명이 넘은 달이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성과가 좋아질 것이라 장담했던 관광협회의 예측은 빗나갔다.

관광협회는 황금버스 운영비 명목으로 올해만 4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황금버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교통수단인지, 왜 이용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는지, 개선방안은 없는지 다음 기사에 계속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디어제주>(www.mediajeju.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황금버스 #제주시티투어 #제주관광 #시티투어버스 #제주특별자치도 관광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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