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선 '퇴진 촛불' 아파트엔 '하야 현수막'

진화하는 '박근혜 퇴진' 운동... "촛불, 대통령 하야에 그쳐선 안 돼"

등록 2016.11.25 13:36수정 2016.11.2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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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야권과 시민사회 공조로 '탄력'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20일 '대통령이 최순실 등과 공범관계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고, 박 대통령이 검찰조사를 거부하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국민 10명 중 8명은 탄핵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2~23일 실시한 조사결과를 보면, 탄핵에 '찬성한다(매우 찬성 60.3%, 찬성하는 편 19.2%)'는 응답이 79.5%였고, '반대한다(매우 반대 5.2%, 반대하는 편 9.4%)'는 응답은 14.6%에 불과했다. '잘 모름'은 5.9%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참가하겠다며 국정 복귀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고, 심지어 '한ㆍ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까지 밀어붙였다.

이에 맞서 야3당 원내대표는 24일 공동회담을 열고 탄핵에 공조하기로 했다. 야권은 새누리당 '비박계'가 탄핵에 동조하기로 한 만큼, 탄핵소추안 가결에 필요한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확보가 가능하다고 보고 본격적인 탄핵절차에 돌입했다. 이르면 내달 9일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이 국회에서 탄핵절차에 돌입하면서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의 움직임 또한 활발하다. 박근혜 퇴진 운동은 시민사회단체와 야권의 공조로 확산에 탄력을 받는 동시에 촘촘해지고 있다.

시국선언과 출퇴근길 서명운동, 주중 주요거점 촛불집회, 주말 서울집회로 달아오른 '박근혜 퇴진' 열기는 이제 동네 촛불집회와 시국강연, 집에 '박근혜 하야' 현수막 내걸기, 거리에 실명 현수막 걸기 등으로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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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벽에 붙은 '박근혜 하야' 플래카드.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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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붙은 '박근혜 하야' 플래카드. ⓒ 김갑봉


인천 거리 곳곳에 '박근혜 퇴진'과 함께 자신의 이름과 함께 원하는 문구를 새긴 족자형 현수막이 걸리고 있고, 가정집에는 '하야하라'라고 적힌 가로·세로 1m 규모의 현수막이 걸리고 있다.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노동단체 등 69개가 결성한 '박근혜 퇴진 인천비상시국회의(이하 인천비상시국회의)' 쪽에 따르면, 24일 현재 '상식이 통하는 나라, 시민의 힘으로 만듭시다', '새누리당 해체, 모든 공범을 수사하라', '길라임의 7시간을 밝혀라', '온 우주의 기운을 담아 퇴진을 기원합니다' 등의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 400여개가 거리와 집에 게시됐고, 시민들의 주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동네 촛불집회와 시국강연도 활발하다. 인천비상시국회의는 매주 목요일에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에서 '인천시민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주말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범국민행동에 참여하는데, 인천시민 촛불집회 전에 연수구와 부평구 촛불집회, 중구 시국강연, 인천여성번개행동 등,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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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하야' 시국 강연이 열렸다. ⓒ 김갑봉


"촛불, 퇴진과 처벌에만 머물러선 안 돼"

인천시국회의는 또, 부평구 부평역과 갈산역, 남동구 신세계사거리, 계양구 계산역과 작전역, 서구 검암역 등에서 '박근혜 퇴진'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지난 21일까지 1만 6000여명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인천시민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시민들의 열기도 뜨겁다. 지난 11월 17일 오후 7시 부평역 앞에서 인천시국회의가 주최한 '박근혜 퇴진 인천시민대행진'에는 경찰 추산 2500여명이 참가했다.

경인교육대학교와 인천가톨릭대, 인천대, 인하대 등 4개 대학 총학생회는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12월 1일 동맹휴업'을 선포했다. 인천지역 대학생들은 11월 25일 전국 대학생 총궐기와 26일 5차 범국민행동에 이어, 12월 1일 동맹휴업으로 '박근혜 퇴진' 여론을 더욱 고조시킬 계획이다.

인천지역 야3당의 공조 또한 활발하다.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인천시당은 지난 24일 구월동 로데오거리에서 '야3당 공동 시국대회'를 열고 '박근혜 퇴진'을 촉구했다. 야3당 시국대회에는 당원과 시민 500여명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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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박근혜 하야를 외치며 촛불을 들었다. ⓒ 김갑봉


박남춘 민주당 인천시당위원장은 "요즘 영화관과 연극 산업이 잘 안된다고 한다. 정치가 가장 재미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때에는 국민의 뜻을 거스른 탄핵 때문에 국민이 (한나라당을) 심판했는데, 지금은 90%의 국민들이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며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김성진 정의당 인천시당위원장은 "특검과 탄핵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국민의 촛불이 박근혜를 끌어내릴 수 있다. 야3당이 힘을 모아 국민의 촛불을 믿고 함께 가야한다"며 대통령 퇴진을 위한 시민촛불과 정치권의 공조를 강조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이 점차 커지고 있고, 정치권 또한 탄핵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박근혜 정부는 이미 권위와 신망을 상실한 식물정부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촛불이 '박근혜 퇴진'에만 머물지 않고, 새 체제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비상시국회의 관계자는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여론이 압도적이다. 박 대통령은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 그리고 국정을 농단한 혐의가 있는 이들은 대통령부터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새누리당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퇴진과 처벌만으로는 부족하다. 촛불이 퇴진과 처벌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근혜 퇴진은 낡은 체제의 종언이다. 그렇다면 이 낡은 체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비전과 체제에 대한 담론이 촛불을 든 시민들에게 녹아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한 운동이 요구된다. 그리고 그 역할을 민주주의를 지켜온 노동운동·시민운동·진보정치세력이 할 수 있어야 한다. 촛불은 '박근혜 퇴진이 끝이 아니'라며 타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하야 #탄핵 #인천비상시국회의 #촛불 #아파트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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