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정주영 부각하고, 재벌 미화하고

<오마이뉴스>가 살펴본 중고교 역사 국정교과서④

등록 2016.11.28 15:09수정 2016.11.2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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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공개된 고등학교 <한국사> 국정교과서에는 현대·삼성그룹을 세운 정주영·이병철이 부각됐다. ⓒ 교육부


국정교과서에서 삼성·현대그룹을 세운 이병철과 정주영이 부각됐다. 이를 두고 국정교과서가 재벌을 미화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공개된 고등학교 <한국사>·중학교 <역사> 국정교과서에는 박정희 정권 시절 경제 발전의 성과가 자세하게 기술됐다. 특히, 고교 <한국사> 국정교과서는 267쪽에서 박정희 정권의 중화학 공업 육성을 다루면서 재벌을 미화했다.

'재벌이라고 불리는 대기업 집단이 성장하여 여러 업종에 걸쳐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게 되었다. 재벌은 충분한 자금과 인력을 바탕으로 투자 규모가 큰 중화학 공업의 신규 사업에 진출하였다. 이를 토대로 한국의 대기업은 이후 미국, 유럽 등의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하였다.'

이어 재벌에 대한 비판적인 서술이 이어지지만, 그 내용은 짧고 두루뭉술하다.

'그러나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었고, 정경유착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와 함께 본문 아래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이라는 별도 꼭지에서 유일한·이병철·정주영의 이름이 부각됐다.

유한양행 설립자인 유일한에 대해서는 '기업의 활동을 통해 모은 대부분의 재산을 공익 재단에 기증하여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기업의 아름다운 가치를 보여주었다'라고 서술됐다.


이병철과 정주영도 미화했다. 

'이병철(1910~1987)은 삼성 물산, 제일 모직 등의 기업을 세우고 1960년대 전자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파악하여 삼성 전자를 설립하였다. 1980년대에는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여 한국이 정보 산업 기술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하였다.'

'정주영(1915~2001)은 현대 건설, 현대 자동차, 현대 중공업 등 한국의 수출 산업을 이끈 기업들을 창업하였다. 특히 그가 대규모 조선소 건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당시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영국 투자 은행에 보여주며 "우리는 이미 1500년대에 철갑선을 만들었다"라고 설득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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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배 "역대 정부의 공과를 균형있게 서술"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하며 "책은 청소년을 위한 교과서인 만큼 각계층의 의견을 더욱 충실하게 듣고자 한다"며 "책은 완성본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고쳐 나가는 국민의 교과서이다. 꾸준한 보완을 거듭해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 기자회견에서 집필진은 재벌 미화 지적에 대해 "그동안 우리가 고도성장을 하는 과정 속에서 기업가의 역할을 존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병철·정주영을 교과서에) 포함시켰다"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검정교과서는 재벌과 기업인의 공과를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미래엔 교과서는 재벌을 두고 '정부는 수출 기업을 표창하여 격려하고,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각종 금융 및 세금 혜택을 제공하였다. (중략) 이러한 특혜 속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다"라고 서술했다.

또한 기업인들의 범죄를 구체적으로 서술했다.

'그러나 대표적인 기업인들은 각종 혜택을 악용하여 횡령과 비자금 조성을 일삼고, 세금을 포탈하거나 수출대금을 해외로 빼돌렸다. 구속되어 실형을 선고받은 이들 기업인 대부분은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는 명분으로 특별 사면되었다.'
#국정교과서 #이병철 #정주영 #삼성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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