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본 상황인데...박근혜 탄핵과 만민공동회

기득권 지키려던 고종과 근왕파 그리고 박근혜와 가짜보수들

등록 2016.12.01 16:04수정 2016.12.0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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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w만민공동회 당시 민의가 모인 헌의 6조를 고종이 받아들인다고 했던 모습은 수백만 국민촛불의 뜻을 받들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던 국회의 모습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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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있었던 박 대통령의 꼼수담화가 제대로 먹혀들고 있다. 여야는 사분오열하며 탄핵의 동력은 힘을 잃고 있다. 국회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전에 국민의 뜻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다. ⓒ JTBC


범야권 172표, 비박계 최소 30여표로 탄핵의결시 가결될 것이다. 불과 며칠전만 해도 정치권 안팎에서 내놓은 전망이었다. 박 대통령은 190만 국민촛불의 성난 민심과 국회 탄핵이라는 사면초가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27일 정치원로라는 사람들이 모여 내놓은 '박 대통령 4월 하야론'이 나온 이후 정세는 이상한 쪽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29일, 박 대통령은 말만 담화인 이간책 꼼수를 내놓았다. 바로 자신의 진퇴에 대해 국회에 일임하겠다는 것.

그리고 박 대통령의 이간책은 제대로 먹혀들었다. 담화가 나오고 당장 비박계의 동요가 생겼다. 심지어 야권일부에서도 탄핵에서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마저 감지되었다. 새누리 이정현 대표는 아예 "탄핵이 되면 장을 지지겠다"는 엄포로 자신감마저 드러냈다.

그리고 1일, 새누리당은 대통령 4월 퇴진, 6월 대선을 만장일치로 당론으로 채택했다. 비박계 좌장 김무성과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협상도 결렬되었다. 2일 탄핵안의결도 국민의당의 이탈로 사실상 힘들어졌다. 비박계의 협조가 힘들어진 가운데 국민의당마저도 탄핵에 소극적으로 나서며 9일 탄핵의결마저도 힘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 어디서 봤던 것 같은데?...불과 100여년전 만민공동회가 떠올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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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공동회 민족기록화, 만민공동회는 외세의 침략을 저지하는데 많은 공헌을 한다. 고종에게 헌의 6조의 실천과 의회설치 약속을 받아내지만 고종과 근왕파 등 수구세력의 탄압으로 해산되고 만다. ⓒ 위키백과(퍼블릭 도메인)


한국사를 배웠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민공동회. 독립협회와 관료, 양반, 평민, 상인, 지식인 등 당시 대한제국 거의 모든 계층 사람들이 모인 범대중집회였다. 만민공동회는 러시아의 절영도 조차요구 철회, 러시아인 탁지부고문과 군부 군사교관, 한러은행 등 폐지, 일본의 철도 부설권 요구 철폐, 일본인 군사교관 본국 소환, 프랑스의 금광채굴권도 불허 등의 외세에 의한 국익침탈을 막는데 상당한 성과를 이룬다.

그리고 1898년 10월 28일부터 11월 2일까지 종로에서 열렸던 관민공동회 대집회는 정부에 개혁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10월 29일 의결한 6개항의 개혁원칙-헌의 6조(1.일본인에게 의탁하거나 부역하지 말 것, 2. 전권대신 임명폐지, 3. 외국과 이권계약은 대신 단독으로 하지 말 것, 4. 정부재정 공정화와 예산 사용내역 공개 발표, 5. 중대범인의 재판과 형집행은 공개재판으로 할 것과 언론집회의 자유보장 6. 칙임관 임명시 황제는 대신과 중추원의 중의를 따를 것 등이다.)는 고종이 수정없이 재가하고 실천할 것을 약속까지 하였다.

더불어 만민공동회는 독립협회와 함께 고종에게 의회설립을 주장하여 허락을 받고, 11월 2일 우리나라 최초의 의회 설립안인 중추원 관제가 발표된다.  

그런데 고종의 근왕파 정치인들의 극렬반대와 함께 고종을 몰아내고 공화정을 세우려 한다는 조병식, 이기동 등 수구파 관료들의 익명서 조작사건이 터지게 된다. 익명서에 놀란 고종은 자신의 약속을 철회하고 익명서를 근거로 독립협회 간부 17명을 투옥시킨다.

※ 익명서 조작사건. "1898년 11월 4일 밤 서울 시내 거리에는 익명의 벽보가 나붙었는데, 그 내용은 독립협회가 고종을 몰아내고 공화국을 세운 후 대통령에 박정양, 부통령에 윤치호, 내부대신에 이상재, 외부대신에 정교 등 간부들을 고관에 앉히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조병식 유기환 이기동 등 당시 조정 대신들이 독립협회를 모함하기 위하여 꾸민 일이었다."(출처 : 강준만 '한국근대사산책3'(2007))

그리고 독립협회 17인의 석방을 요구하는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를 황국협회 산하 전국의 보부상들을 불러모아 철저하게 탄압한다. 무력 탄압과 함께 고종은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의 해산을 명령하고 헌의6조마저 폐지시킨다.

그렇게 우리나라 최초의 의회정치는 꽃조차 피우지 못하고 좌절된다. 그 결과 일본제국주의에 무기력하게 주권(당시 모든 주권은 황제에게 있었다.)을 넘기고 마는 경술국치의 국권피탈이 있게 된다.

이번 박 대통령 탄핵과정도 만민공동회 좌절의 역사와 유사해보인다. 190만 국민촛불의 민의에 따라 탄핵으로 뜻이 모아지는 듯했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을 호위하는 친박 등 새누리당의 반대와 정치원로의 4월 하야 권고, 결정적으로 29일 박 대통령 꼼수담화가 나오며 상황은 엉뚱하게 흘러가고 있다.

만민공동회 당시 민의가 모인 헌의 6조를 고종이 받아들인다고 했던 모습은 수백만 국민촛불의 뜻을 받들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던 국회의 모습과 닮아 있다. 그리고, 당시 모든 결정을 뒤집게 만든 익명서는 29일 대통령의 담화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불과 100여년전, 우리나라의 앞날을 결정했던 중차대한 사건이 시간만 바꾼 채 또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자는 철저히 좌절됐고, 후자 또한 전철을 밟고 있는 것 같다.

새누리당 4월 퇴진, 6월 대선...따라가는 모양새 국민의당
- 꼼수개헌 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1일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4월 하야, 6월 대선으로 당론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국민의당도 당장 2일 탄핵을 무산시키고 있고, 9일 탄핵안 상정 또한 힘들어져가고 있다. 대신 물밑에 있던 개헌론이 스물스물 올라오고 있다.

친박 등 새누리당에서 내세우는 개헌안은 의원내각제의 내각중심제이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 유지하려는 꼼수가 훤히 보인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의원내각제 개헌을 계속해서 주장해왔다.

국회가 과반수를 넘는 다수당이 없는 가운데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에 유리한 의원내각제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30일 JTBC 뉴스룸에서도 지적했듯이 주객을 전도시켜, 개헌안 본문에 의원내각제를 집어넣고 부칙에 박 대통령의 임기종료시점을 집어넣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꼼수개헌은 국회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강화하려고 마음먹는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박 대통령 탄핵 피하려는 꼼수...탄핵여부 특검수사에도 영향 

현 탄핵정국에 폭풍을 일으키고 있는 29일 박 대통령의 꼼수담화는 탄핵을 피하려는 의도가 확실해 보인다. 탄핵을 피하고 최대한 임기를 오래 끌고 가려는 수작인 것이다. 거기에 곧 시작되는 특검에서도 탄핵이 되지 않으면 유리한 측면이 있다. 바로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어 있는 상태에서 수사를 받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는 천양지차기 때문이다.

아무리 국민의 지지가 하나도 없는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현재 대한민국의 최고권력자이고 아직까지 살아있는 권력이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기는 쉽지 않다. 당장 지난 세월호 특조위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압박했던 전례가 있다. 이렇게 대통령의 탄핵여부는 특검수사에도 영향이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기득권을 지키려 했던 고종과 근왕파 그리고 박 대통령과 가짜보수들 

만민공동회의 성난민의에 밀려 개혁안을 받아들이는 척했던 고종과 근왕파들. 100여년이 지난 2016년 대한민국에서 또다시 재현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엄청난 국가적 범죄를 저지른 박 대통령과 그를 호위하며 기득권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새누리당 등 가짜 보수세력, 거기에 중간에 앉아 이리저리 붙어 이득을 챙기려는 국민의당이 꼭 그 모습인 것이다.

하지만 100여년전에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박 대통령 등이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시대를 역행하려고 한다면, 국민촛불은 이제 횃불을 넘어 프랑스혁명 이상의 대혁명으로 바뀔 것이다. 그러기 전에 박 대통령과 국회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즉각퇴진, 탄핵등의 절차를 즉시 시행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최주호 시민기자의 오마이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만민공동회 헌의6조 #박근혜 탄핵 #고종 #의원내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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