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그의 이름' 부르자, 포스코 이렇게 응답했다

[포스코가 피해자? 의문 3가지 ②] 박 대통령은 왜 권오준을 낙점했을까

등록 2016.12.12 18:40수정 2016.12.1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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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가 피해자? 의문 3가지①]
최순실 측근 사장 앉히고, 박정희 묘 참배한 대기업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권 회장은 지난 9일 열린 포스코 정기 이사회에서 "구조조정을 완수하고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본다"면서 이같이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권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하여 불거진 각종 의혹들을 깨끗하게 털고 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검이 해소해야 할 검찰 공소장의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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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9일,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함께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 청와대


"피고인 차은택·김홍탁·김경태는 최서원(최순실)과 함께 2015년 2월 경 광고기획, 문화콘텐츠 제작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 모스코스를 설립한 다음, 기업들로부터 광고계약을 수주 받을 방안을 모색하였다. 그러던 중, 차은택과 최서원은 광고대행사이자 포스코 계열사인 주식회사 포레카의 매각 작업이 진행중인 것을 확인하고 포레카 인수 방안을 추진하였으나..."

검찰이 지난달 27일 공개한 차은택 등에 대한 범죄 사실에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한 가지 있다. 모스코스를 설립하고 나서야 최순실씨 등이 포레카 매각 상황을 인지한 것처럼 기술되어 있는데, 다름 아닌 최씨의 측근, 김영수씨가 포레카 사장이었다. 컴퓨터 파괴 등 최씨의 증거 인멸 지시까지 충실히 수행한 김씨가 포레카 대표로 취임한 시점은 그로부터 훨씬 오래 전인 2014년 3월이었다.

또 김씨를 통하지 않았다고 해도 포스코가 포레카 매각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2010년 설립된 포레카는 시민단체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비판을 받으면서 포스코가 2012년 1차 매각을 추진했고, 매각 지연에 대해 2013년과 2014년 국정감사를 통해 잇따라 추궁을 받았다. 그때마다 포스코는 "최대한 빨리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국회에서 '확실히' 밝힌 상태였다.

따라서 포스코가 포레카를 매각하려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최씨가 이권을 취하기 위해 측근인 김영수씨를 이미 오래 전 '침투'시켰으며, 김씨를 통해 포레카 매각과 관련한 포스코 내부 움직임 등을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에 가깝다.

이 추론에 따라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게는 두 가지 물음이 제기된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김씨를 사장 자리에 앉혔는가, 아니면 알면서도 그를 포레카 사장에 선임한 것인가. 앞선 기사를 통해 밝혔듯 적어도 후자의 경우는 아니란 것이 포스코 측의 현재까지 입장이다. "김영수씨가 최순실씨의 측근이란 것은 전혀 몰랐다"고 했다.

대통령이 직접 거명한 그 이름, '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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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씨 등의 옛 포스코 계열 광고업체 포레카 지분 강탈 의혹과 관련해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 굳은 표정으로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공모'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지우기는 어렵다. 다음은 검찰의 공소장과 등기부등본 등을 참고해 정리한 '포레카 강탈 관련 일지'다.

2014년 03월 17일 : 김영수, 포레카 대표이사 취임
2014년 12월 29일 : 포스코, 컴투게더와 엠허브 포레카 인수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
2015년 02월 10일 : 최순실 측, 모스코스 설립
2015년 02월 17일 : 박 대통령 "포레카 대기업에 넘어가지 않도록", 안종범에게 지시


주목할 만한 점은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지시할 당시 "포스코 회장 권오준과 포레카 대표 김영수를 통해 매각 절차를 살펴 보라"며 김씨의 이름을 '굳이' 함께 특정했다는 점이다. 최씨가 포레카를 강탈하기 위해 사전에 김씨를 심어뒀다는 것을 대통령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안 전 수석은 권 회장에게 전화하여 협조를 요구했고, 2월 하순께 차은택씨는 김홍탁씨(모스코스 대표)에게 "김영수를 만나 진행하라"고 요청한다.

2015년 03월 05일 : 안종범, 김영수와 통화
2015년 03월 05일 : 김영수, 김홍탁 등 컴투게더 대표 만나 협박


그리고 5월에 이르러 포레카 인수자로 컴투게더가 단독 확정된다. 이 시기를 전후해서 안 전 수석은 다시 "나를 팔아서라도 지분을 넘겨받아라"고 김씨에게 지시한다. 최순실씨 또한 비슷한 시기에 "모스코스가 80%, 컴투게더가 20%이며 조정은 되지 않는다"고 역시 김씨에게 지침을 하달한다. 이처럼 김씨는 최씨 측과 포스코 사이를 오가면서 포레카 강탈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따라서 포스코 측 주장대로 포레카 사장 선임 당시에는 김씨가 최씨의 측근이란 걸 몰랐다고 해도, 적어도 대통령이 그의 이름을 직접 거명한 2015년 2월 17일 이후에는 그의 '실체'를 알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권 회장과 포스코는 포스코 계열사 사장으로써가 아니라 철저히 최씨의 입장을 대변하는 그의 행보를 '최소한' 방치함으로써 최씨 측의 포레카 강탈을 사실상 도왔다.

더구나 김씨 등이 컴투게더 대표를 협박하는 과정에서 "포스코 최고위층과 청와대 어르신의 지시사항"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고 공소장은 적시하고 있다. 최씨에게 이권을 챙겨주기 위해 권 회장이 공모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쉽게 거둘 수 없는 것도 그래서다. 권 회장의 선임 과정을 둘러싼 각종 잡음 또한 이와 같은 의혹 제기에 힘을 더한다.

회장님 사모님이... 포스코 측 "모두 사실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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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7일, 광양제철소 5고로에 불을 지피고 있는 권오준 회장 ⓒ 헬로포스코


2014년 1월, 포스코 차기 회장 면접 당시 권 회장과의 경쟁 상대로 나섰던 정동화 당시 포스코건설 부회장을 당황하게 만들었던 건 '영어'였다. 면접 과정에서 갑자기 외국인 사외이사가 후보자들에게 영어로 질문하더니 영어로 답을 요구했다고 한다. '해외파'인 권오준 후보에게는 반가운 일이었겠지만, '국내파'인 정 후보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포스코 관계자에 따르면 그와 같은 영어 면접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한다. 정 전 부회장도 최근 <뉴시스>를 통해 "영어로 인터뷰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전혀 고지 받지 못했고 통역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상당히 당황스러웠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그 때를 돌아봤다. 그리고 그 당황스러움에는 아마 '나한테 왜?'라는 물음표도 섞여 있었을지 모른다.

실세 중 실세로 불렸던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정 전 부회장의 경남고 선배였다. 또 그때만 해도 여권의 강력한 대권주자였던 김무성 의원이 그의 한양대 동기였으며, 게다가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와는 고향(경남 하동)까지 같았으니 정 전 부회장 입장에서는 충분히 '배경'에 자신감을 가질 만 했다. 당연히 업계에서는 그 배경을 능가하는 '힘'으로 대통령을 꼽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최근 <한국일보>는 사정 당국과 복수의 포스코 관계자 증언을 근거로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 수석이 2013년 말 포스코 측에 '차기 회장은 권오준으로 정해졌다'고 통보하는 등 회장 선임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한데 이어,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포스코 임원을 따로 만나 '절차에 따라 권 회장 선임이 이뤄진 것처럼 처리해달라', '외부에 알려져 뒤탈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중앙일보>는 포스코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권오준 회장이 취임 이후 포스코 첫 인사안을 비서실을 통해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과 정호성 당시 청와대 부속비서관실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포스코는 "첫 임원 인사가 권 회장 취임 이전 이뤄졌다. 청와대와 접촉한 바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처럼 권 회장 취임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통령이 왜 '권오준'으로 낙점했을까 하는 의문이 고개를 든다. 일각에서는 "권 회장 부인인 박충선 대구대 교수가 박 대통령이 1998년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 출마할 당시 여성정책 자문을 맡았다"든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으로 일하면서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박 대통령과 인연을 갖게 됐다"는 등의 '설'을 통해 박 교수의 역할론을 제기하고 있다. "권 회장 부부가 오랫동안 최순실씨 등과 교분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면서 "박 대통령과 박 교수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노골적으로 드러낸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 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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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일 창립 기념일을 맞아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있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그룹사 사장단의 모습. 이 소식은 <포스코신문> 뿐 아니라 포스코 그룹 공식 블로그 '헬로 포스코'를 통해서도 외부에 알려졌다. ⓒ 포스코신문


그런데, 묘한 일은 한 가지 더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별다른 인연도 없다는 권 회장, 그는 회장 부임 후 첫 번째로 맞은 포스코 창립 기념일(2014년 4월 1일)에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물론 박태준 명예회장 회장 묘소와 함께 참배한 것이었지만, '박정희 묘소 참배'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난 경우는 분명 드물었다. 이 소식은 <포스코신문> 뿐 아니라 포스코 그룹 공식 블로그 '헬로 포스코' 등을 통해서도 외부에 '적극적으로' 소개됐다.

또한 권 회장은 박태준 명예회장 3주기 추모식이 열렸던 2014년 12월 13일, 그리고 역시 올해 4월 1일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와 박태준 명예회장 묘소를 함께 참배한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신문>에 보도된 경우만 헤아려도 임기 3년 동안 적어도 세 차례를 방문한 것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권 회장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에 간 것이 아니다. 전임 회장님들도 참배 한 적이 있다"면서 "다만 회장님 일정을 다 오픈해서 공표하는 것은 아니기에 다 나타나지 않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더 이상한 일이다. 권오준 회장의 경우만 <포스코신문> 등을 통해 그 '특별한 참배'가 더 도드라지게 나타나니 말이다.

어떤 원인이 있었으니 결과가 이렇게 달라지는 법이다. 최순실씨의 측근을 포레카 사장에 앉혔고, 포레카는 3년 전 매각이 시도됐을 때와 달리 1/3 가격에 다른 회사로 넘어 갔으며, 그 '다른 회사'의 지분 80%를 최씨 측근들은 차지하려고 했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포스코와 권오준 회장은 여전히 세간의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무엇을 얻기 위해 그렇게 했는지'를 따져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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