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재집권 가능성, 잘해야 10%
안철수와 대화 가능하지만 통합은 없다"

[인터뷰 ①] 새누리당 나와서 '신당' 준비하는 남경필 경기지사

등록 2016.12.13 10:08수정 2016.12.1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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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을 탈당해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남경필 경기지사가 12일 경기 수원 굿모닝하우스(구 경기지사 공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12년 전에는 통통했네. 안경도 끼고. 그때 내가 이렇게 훌륭한 얘기를 했단 말이야? 하하하..."

남경필 경기지사를 12일 오후 수원 굿모닝하우스(구 경기지사 공관)에서 인터뷰하기에 앞서 그에게 12년 전 인터뷰 기사를 보여줬다. 기자와 남 지사 모두 그때는 30대였다.

인터뷰 제목은  "의연한 박근혜도 부친 건엔 흔들려, 정수장학회 어떤 식이든 털고 가야"였다. 남 지사는 "그때 이 얘기했다가 (박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결별했다"고 지난 일을 떠올렸다.

그는 지난달 22일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그로서는 1998년 7월21일 경기 수원팔달 재보궐선거 당선으로 새누리당 의원이 된 지 18년 만의 당적 정리였다. 2004년의 결별이 '한 지붕 두 가족'의 별거라면 2016년의 탈당은 명실상부한 이혼이라고 할 만하다.

일단 '친정'의 상황에 대해 물었다.

-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새누리당이 많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분당은) 시간 문제다. 한 달 안에 두 동강 날 수도 있고. 새누리당 없어지는 건 분명하다."

- 탄핵안 표결에서 예상보다 새누리당 찬성표가 많이 나와서 비주류의 입지가 넓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탈당하지 않고 당에 남아 (대규모 탈당을) 설득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상황이 달라질 게 없었을 거다. (탄핵 찬성) 표가 많이 나왔다고 해서, 조용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분들(친박)이 아니지 않나? 계속 싸움을 벌이는 걸보면 대선에는 관심이 없는 거다. 이런 당에서 무슨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겠나? 핵심은 인적 청산이다."


- 오늘(12일) 오전 비상시국회의가 친박 8명의 출당대상자를 내놓았다.
"그 사람들, 어떻게 못한다. 그런 문제로 다툴 정도로 시간이 그렇게나 많은가?"

"대선은 늦어야 6,7월이고 3월 말 가능성이 가장 높다"

-연말까지 당 내에서 다투는 것도 사치라는 건가?
"그렇다. 비상시국회의 멤버들도 처음에는 '새누리당 해체'를 생각했다. 재산은 둘째 문제다. 당 해체되면 재산은 국고에 그냥 귀속되는 거다. 그 다음에는 전부 무소속 의원으로 남는다. 그 상태로 당을 다시 짜는 게 더 쉽지 않나? 이런 게 당 해체의 진정한 의미다. 그래서 당에 남지 않기로 한 거다. 총선까지 3년 반이나 남았으니 다들 저러고 있는 거다. 마음이 급하지 않은 거다. 총선이 6개월 남았다면 저럴까?"

남 지사는 "대선은 늦어야 6,7월이고 3월 말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봤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임기 내에 결정을 내리면 '60일 내 보궐선거' 규정에 따라 3월 말이면 실시된다는 계산이다. 남 지사는 이 대목에서 "유승민 의원은 당에 남아 그 안에 승부를 보겠다는 건데, 친박이 계속 안 나가면 어떻게 할 거냐?"고 반문했다.

- 새누리당에서 의원 몇 명이 빠지고, 신당으로 다시 합치는 과정에서 '도로새누리당'이라고 보는 시각들도 있을 거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우리(탈당파)는 국회의원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 새누리당에서 나오는 비박(비박근혜) 모두와 합친다는 생각도 안 한다. 그때 상황 봐서, 사람과 추구하는 가치 중심으로 혁신적인 정당을 할 거다."

- 그 동안 정당들의 역사는 다 세를 모으는 과정이었다.
"내년 대선을 최종 목표로 뛰면 그런 게 급하겠지만, 우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번 대선 건너뛸 이유가 없지만, 최종 목표도 아니다. 정당보다는 의미 있는 무브먼트(운동)를 할 거다. 그런 것에 동조하는 세력이 의미 있는 규모가 돼서 지지율을 확보되면 대선에도 당연히 도전해야지."

- 국민의당 등 기존 정당과의 연합은?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다. 세력 대 세력 연합보다는 개별적으로 결합하는 게 이상적인 방향이다."

- 대선이 가까울수록 다들 급한 마음에 세력 대 세력으로 뭉치는 그림을 더 선호할 텐데.
"모든 가능성 열어놓겠지만, 의석수가 아니라 국민 여론, 국민의 지지 받을 수 있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조만간 새누리당 분당 사태가 일어나면 덩치는 1/100밖에 안 되도 국민이 새누리당보다 더 낫다고 하면 세가 붙지 않겠나? 여론조사 추이를 통해 신당의 가능성이 나타날 거다."

- 신당의 방향은 보수신당인가?
"반드시 보수신당이냐에 대해서는 탈당파 내부적으로 토론이 진행 중이다. 굉장히 중요한 방향을 결정하는 토론이다. 개인적으로는 중도보수, 개혁적 보수와 중도진보, 합리적 진보가 만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나아가는 사회의 변화를 보면서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게 무의미하다고 느꼈다. 문제를 해결 하는 게 중요하지, 보수냐 진보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같다."

"박근혜, 적폐를 종합선물세트처럼 싹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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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을 탈당해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남경필 경기지사가 12일 경기 수원 굿모닝하우스(구 경기지사 공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 국민의당 안철수, 김성식 의원은 같이 갈 수 있는 대상인가?
"충분히 대화 가능한 분들이다."

- 1년 전 그들이 제3당의 깃발 들었을 때, 새누리당 비주류는 박 대통령의 우산에서 나오지 않았다. 지금 같이 하자고 하면 그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우리가 먼저 같이 하자고 하진 않을 거다. 우리는 우리 길을 그냥 간다. 물론, 무슨 제안이나 진지한 대화의 기회가 있으면 하겠지만, 당장 세력이 급해서 같이하자는 얘기를 할 생각은 없다. 우리도 최선을 다해 대선에 도전할 여건을 만들겠지만, 그걸 최종 목표로 뛰는 순간 호흡이 가빠지거나 조급해지면서 실수를 하게 된다고 본다."

- 남 지사가 함께 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은 언제쯤 나오나?
"1월이면 문을 열거다."

- 지금 새누리당에 남아있는 사람들도 같이 하나?
"그분들이 있든 없든 간에 1월 초가 되면 사람, 그릇, 비전을 모두 담아 발표할 거다."

- 같이 할 사람들은 1월까지는 와달라는 의미인가?
"그분들이 오면 같이 하는 거고, 정치권 바깥사람들도 많이 모실 거다. 정당이란 용어 자체를 쓰지 말자는 의견도 있다. 그냥 운동. 새 대안을 만드는 운동으로. 대선은 잘 모르겠다. 의미 있는 지지율 가진 선수가 필요하긴 하다. 신당에 선수가 영입되거나 탄생하면 해볼 만하다. 내가 새누리당 나올 때 다들 너무 빠르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당은 죽었다고 생각했다. 기존 정당들도 지금 상태로는 (나락으로) 간다. 민주당이나 국민의당도 저러면 다 간다. 지금 촛불 민심을 받을 수 있는 당은 없다."

남 지사는 보수의 재집권 가능성에 대해 "냉정하게 보면 거의 없다. 퍼센트로 치면 잘해야 10% 정도"라고 잘라 말했다.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뺀 여권의 대선주자 지지율을 다 합친 수치다.
"그게 현실이다. 기존의 보수성향 지지자들까지 다 합하면 30%는 되겠다. 그래봤자 가능성은 50% 이하다. 보수의 재집권은 어렵다고 본다. 지금도 봐라. 지리멸렬하고 시간도 없고. 그러니 (지더라도) 의미 있는 싸움을 해야지."

그는 총선 후 월간중앙 인터뷰(5월13일)에서 "새누리당이 20대 국회 개원 이후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6개월 동안 제대로 변하지 않으면 이 판을 뒤엎으려는 혁명적인 요구가 제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의 말대로 그런 상황이 와버렸다.

그는 "솔직히 그때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이 저렇게까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최순실 사태가 터지리라고 누가 생각했겠나? 그럼에도 지금과 같은 조짐은 분명히 있었다. 단기간동안 과거의 적폐를 종합선물세트처럼 싹 보여주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2년 전엔 '대통령 지키겠다' 발언, "19일 참회하겠다"

- 총선에서 여소야대로 민심이 드러난 후에 박근혜 정부가 국정 쇄신으로 지금과 같은 파장을 줄일 기회가 있었다.
"그렇다. 그래서 야당과 연정을 했어야 했다. 박 대통령이 총선 이후 왜 국무총리를 못 줬을까 싶다. 국회 의석수에 걸맞게 장관 자리도 배분할 수 있었다. 노동개혁도 진보 진영에 책임자를 맡겼어야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FTA 추진할 때 상대방의 반발이 없었던 건 진보 세력이 보수의 어젠다를 치고 나갔기 때문이다. 거꾸로, 박 대통령이 남북 화해라는 진보 어젠더를 치고 나가길 바랬다. 그랬다면, 보수의 반발 없이 남북관계 개선이 가능했을 것이다. 상대방이 하고자하는 어젠더를 도와주는 것이 앞으로 한국이 나아가야할 협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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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을 탈당해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남경필 경기지사가 12일 경기 수원 굿모닝하우스(구 경기지사 공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 2004년 저와 인터뷰할 때 "박근혜 대표는 보수의 재정립을 위해서는 굉장히 유용한 '도구'(tool)"라고 했다.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출마할 때는 그의 장점으로 '신뢰'를 언급하면서 보수의 보완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했다.
"지난 일들을 돌아보니 누가 대신해주는 건 없더라. 직접 해야 한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 힘 있는 보수정치인을 계몽시켜서 세상을 바꿔보려는 노선의 실패로 해석해도 되겠나?
"우리가 여러 번 실패를 맛봤다. 특히 박근혜 정권을 계기로 완전히..."

그러나 그에게는 지워야 할 '주홍글씨'들이 있다. 2014년 5월 10일 새누리당 경기지사 후보에 선출된 그가 후보 수락연설에서 한 말, "반드시 승리해서 우리 박근혜 대통령 지켜내겠습니다", "반드시 승리해서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을 위해서 몸이 부서져라 생명을 다해서 바치겠습니다"는 지금도 인터넷 공간에서 떠돌고 있다.

- 2년 전 선거 때는 급하니까 '대통령 지키겠다'고 하다가 지금 새정치를 말하니 냉소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먼저 탈당한 우리들도 박근혜 대통령의 과오와 무관하지 않다. 다 관련있다. 김용태 의원은 훨씬 적을 거고, 저는 훨씬 많다. 19일에 외부 인사들 모시고 '참회' 토론회를 한다. '넌 왜 그때 박근혜 대통령 지키겠다고 했니', '왜 공천학살 때는 아무 소리 안했니' 등등 지적 받는 모든 부분들을 진지하게 참회할 거다. 우리의 새로운 운동은 이런 참회로부터 시작할 거다. 탈당까지는 아니라도 새누리당 의원들도 그 자리에 같이 해주길 바란다."

[인터뷰 ②]로 이어집니다.

#남경필 #새누리당 #박근혜대통령 #탄핵소추안 #경기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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