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으스름 속 형형색색 열기구에 감탄 절로

[항공우주엑스포를 향한 제언] 일본 사가시 세계 열기구 축제를 다녀와서

등록 2016.12.20 15:14수정 2016.12.2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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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가시의 명소인 카세 강변에서 이륙준비를 마친 열기구가 아침 동틀 무렵을 기해 일제히 날아올라 장관을 연출한다.(사진=사가열기구세계선수권 실행위원회) ⓒ 바른지역언론연대


체류형 관광상품으로 자리잡은 일본 사가 '열기구 축제'
상상으로도 즐거운 '항공우주엑스포와 열기구의 만남'


[뉴스사천= 김학록 객원기자] 패러글라이딩은 언론을 통해 쉽게 접해서 알고 있지만 열기구는 조금 낯설다. 열기구, 핫에어블룬. 라이트형제에 의해 비행기가 발명되기 전의 100년은 바로 열기구의 시대였다. 대형 풍선과 같은 열기구 내부에 바람을 불어넣고 버너로 열을 가해 풍선 속의 공기를 데우면 공기 입자가 운동을 하고 더운 공기는 차가운 공기보다 비중이 작아져 가벼워진다. 그 원리로 날아오르는 기구가 바로 열기구이고 고도에 따라 기류의 방향이 달라지는 원리를 이용해 비행하는 것이 열기구이다.


지금은 비행기시대고 교통수단으로서의 기능보다 스포츠 혹은 체험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아 명맥을 이어 오고 있다. 아니 그 비행체의 크기와 형형색색의 모양에 매료되어 관광객을 몰고 다닌다 해야 옳다. 추수를 마친 황량한 들녘을 관광객으로 채우는 효자가 열기구이고, 길이 6미터의 섬유로 된 대형풍선을 활착시킬 때 바람이 일면 전개가 어려워 굳이 고요한 새벽녘을 택해 띄워 올린다. 수백 개의 열기구가 날아오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새벽녘, 이 멋진 그림을 보려면 숙박이 필수이니 관광업계에선 '체류형 효자상품'으로 불리고 있다.

세계최대의 열기구 축제는 미국에서 열린다. 해마다 10월 초순이 되면  9일 동안 뉴멕시코 주 엘버커키 시에서 열린다. 엘버커키 열기구축제는 열기구 참여 수만 해도 600여기에 달하여 장관을 연출한다. 고지대인 이 도시의 상층부 바람이 기구를 띄워 제자리로 데려다주는 대류현상이 자연 열기구의 메카로 만들었단다. 아시아권은 일본이다. 일본 남단 규슈의 사가 현 사가시에서 36년째 열리고 있다. 늦가을 10월말부터 11월 초순을 기해 열리는 조건은 기류가 비교적 안정된 시기이기 때문인데, 이 같은 이유는 세계 공통으로 적용된다.

▲ 열기구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만해도 3000명이 넘는다. ⓒ 바른지역언론연대


인구 16만 명 남짓의 작은 시, 사가에서 해마다 100만 명 넘는 관광객이 가을 축제에 몰리고 있다. 올해는 1980년 이래 세 번째 세계대회가 함께 열린 해이고 세계 30여 개국의 참가 선수단과 관람객으로 인해 사가 시내에서 숙소를 잡는 것조차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나마 대회장까지 임시철도편을 이용, 바로 갈수 있는 게 원거리 숙박관광객을 위한 배려였다면 배려다.

볼거리는 다양하다. 축제 전날 도착한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다운타운에서의 전야제, 열기구대회를 축하하는 각양각색의 캐릭터와 마스코트, 자원봉사자의 퍼레이드와 화려한 네온사인, 어디에나 있는 길거리 음식이 분위기를 돋운다. 축제는 사람구경이라고 했다. 다음 날, 들뜬 분위기에 아직은 으스름한 새벽녘 바쁘게 움직이는 수많은 불빛과 사람이 구경거리다. 동이 틀 무렵 창공을 박차고 오르는 거대한 풍선들이 지상의 줄을 풀고 일제히 하늘로 오른다. 마음 같아선 저 열기구에 몸을 싣고 싶었으나 흔쾌히 용기를 내진 못했다.

▲ 대회 참가용 열기구의 비행도 장관이지만 다양한 캐릭터 열기구도 인기 만점으로 눈길을 사로 잡는다. ⓒ 바른지역언론연대


사가의 열기구축제가 처음부터 국제적 규모의 관광 상품이 된 것이거나 관광객이 몰린 것은 아니다. 스포츠동호인, 주민, 행정기관이 함께 고민하고 개선을 거듭한 결과물이다. 아무리 훌륭한 기획이더라도 주민의 적극적 참여와 이해가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게 이 곳 행사진행자의 이야기다. 함께 고민하고 적절히 지원하고 열심히 알려온 끝에 세계적 축제로 자리 잡은 것이고 이제는 국제시민으로서 긍지를 갖게 하는 도시의 공공재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자부심 가득한 자랑이다.


지난 7일 사천시에서도 항공우주엑스포 결산총회가 열렸다. 이날 총회는 지난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간 사천공군비행장 일원에서 열린 행사 결과를 총평하고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눈여겨 볼 대목은 27만 관람객 가운데 90%가 당일치기 관광객이란 점이고 행사장내 수익발생 아이템 개발을 통한 축제자립도를 높여야 한다는 점과 별개로 사천 주변 관광콘텐츠와 연계한 체류형 관광 아이템 모색이 시급하다는 것이 한결같은 지적이었다. (관련기사 : 12월 13일자 3면)

또한 13일 열린 '경남사천항공우주엑스포 어떻게 대한민국 대표 항공축제로 만들 것인가?'라는 주제의 제5회 시민대토론회에서 도출된 의견도 같은 맥락이다. '사천시만의 독창적 요소개발과 아울러 행사기간인 낮뿐만 아니라 야간에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야간행사가 열리게 되면 당일치기 관람객보다 마음 편한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면에서 2018년 가을에 열리게 될 항공우주엑스포는 환상적인 바다케이블카 야간운행과 각산정상에서 바라보는 삼천포 야경의 아름다움과 어우러져 머무는 관광으로서의 연계성을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 올해 사가바룬페스타는 격년으로 열리는 세계열기구선수권대회를 겸해 열려 전세계 최고기량의 선수들이 대거 참가해 뜨거운 경쟁을 펼쳤다. ⓒ 바른지역언론연대


그런 한편으로 조심스럽긴 하지만 항공우주엑스포 기간 중에 삼천포 팔포신항 권역에서의 야간 열기구축제를 제안해 보면 어떨까. 우리나라에도 15기 정도의 열기구가 있고 세계 각처에 흩어져 있는 캐릭터형상의 열기구를 띄워 체험거리와 볼거리를 만들고 '삼천포 실비문화'와 '목욕문화'를 알리는 걸음마로 시민들의 참여와 공감을 이끌어 내 보면 어떨까. 우리라고 야간 퍼레이드축제를 못할 것은 무언가하는 생각도 조심스레 가져본다.

물론 열기구축제가 쉬운 것은 아니다. 이웃 고흥군과 대전시가 항공과학의 상징으로 열기구축제를 도입했으나 준비부족으로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섣부른 대회 중심의 준비 없는 열기구축제로 30년 앞서가는 사가를 흉내 내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오히려 항공도시의 위상에 걸맞게 밤이 화려한 삼천포 야경과 어우러지는 정도의 준비단계인 열기구 전시 체험정도에서 출발해 보자는 이야기다. 그래서 체류형 관광으로 유도하고 삼천포 해상열기구축제의 완성을 위해 10년 준비의 원년을 꿈꿔 보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사천 #사가 #열기구 #축제 #뉴스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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