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역사교사들 "국정화 교과서는 '종이 덩어리'"

"집필 참여 교사 공개 사과해야"

등록 2016.12.20 14:56수정 2016.12.2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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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역사 수업 담당 교사 120여명이 19일 오후 천안교육지원청 대회의실에서 교과 관련 연수회를 가진 후 별도의 모임을 갖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점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전국역사교사모임


충남 지역 역사 교사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집필 참여 교사들에게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충남 역사 수업 담당 교사 120여명은 19일 오후 천안교육지원청 대회의실에서 교과 관련 연수회를 가졌다. 이들은 이후 별도의 모임을 갖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점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충남역사교과교육연구회와 충남역사교사모임 등 역사교과연구모임 소속 교사들도 참여했다.

이들은 논의를 통해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로 했다.

이들은 별도의 결의문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의 헌법 정신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압으로 학교 현장에 적용하려는 민심 역행의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집필 전에 편찬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편찬 기준에 위배되고, 학생들의 학습 발달 과정이 고려되지 않은 '종이덩어리'에 불과하고, 내용의 편향성 등으로 함량 미달"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하나의 역사관만을 강요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중단 및 폐기.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 참여교사 공개 사과 등을 각각 요구했다.

안광진 전국역사교사모임 부회장(당진중)은 "교육부가 오는 23일까지 현장 의견을 수렴한다고 했다"며 "거듭 반대 입장을 밝힌다"고 말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하나의 역사 해석,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한다.

11월 28일 일명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이 발표되었다. 역시나 우려했던 대로 친일과 독재가 미화된 함량 미달의 교과서였고, 집필진 31명 외에도 비선(?)의 숨은 집필진들이 존재한다는 황당한 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이렇게 졸속으로 만들어진 교과서(?)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하는 정부의 행태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 이미 박근혜 정부는 권력을 사유화 하였으며, 그 권력으로 자신들의 잇속을 챙겨 탄핵을 당하고 있는 정부가 아닌가. 이러한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화 교과서는 '균형 잡힌 역사'가 아니라 역사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고치고자하는 '역사의 독점화'이며 '역사의 사유화'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는 검인정 교과서가 좌편향이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기존의 검인정 교과서는 정부의 집필 기준에 의거 서술되었고, 이에 문제가 있다면 수정을 권고하면 된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좌편향 기운을 느꼈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학생들의 학습 발달 과정을 고려하지 않은 '종이덩어리'를 만들어 놓고 이를 학생들 전체에게 강요하는 것은 독재시대에도 없었던 반민주적 폭거이다.

이미 우리는 역사학계와 언론을 통해 국정 교과서가 수많은 오류가 존재하며,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고, 내용이 부실하기 짝이 없는 조잡한 교과서임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우리 충남의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들은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하나. 하나의 역사관만을 강요하는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즉각 중단하라.
하나. 독재를 미화하고 사회의 분열을 초래하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즉각 폐기하라.
하나.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 참여교사는 즉각 공개 사과하라.

2016. 12. 19.

충남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 일동
#충남 역사교사 #국정화 #역사교과서 #충남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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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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