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에 이런 서점, 잘 될까? 괜히 걱정했다

[독립출판서점 탐방기①] 서울 '헬로인디북스'

등록 2016.12.22 14:28수정 2016.12.2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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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얇은 책. 아주 작은 책. 아주 컬러풀한 책.'

독립출판물은 그 어디 하나 '아주'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는 게 없다. 기존 서적과는 다르게 디자인도 크기도 내용도 창작자가 쓰고 싶은 대로, 그리고 싶은 대로, 만들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으니까.


처음 독립출판물을 접하게 된 건 '와우북페스티벌'에서 였다. 많은 출판사의 거절과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빛을 보게 된 이야기들은 거친 매력을 내뿜고 있었다. 대량으로 찍어낼 수 없었기에 가격은 기존서적에 비해 비싼 편이다. 그러나 쉽게 만날 수 없다는 점을 높이 산다면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 후에도 나는 종종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갑을 열었다. 아직도 소장하고 있는 <제주의 작은 작업실>도 그런 경우. 이 책은 제주도로 내려가 민박집을 운영하며 쓴 글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뭐라도 쓰면 작가'라는 책 속의 글귀는 당시 직장을 다니며 글을 쓰는 나에게 큰 위로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오랫동안 독립출판서점도 독립출판물도 잊고 지냈다. 분명 시간을 내면 한두 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지만 뒤집어 말하면 한두 시간 씩이나 되는 거리에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참 그리웠다. 책을 좋아해서 하루에도 몇 권이나 들춰보는 내게 특별한 자극을 주는 이야기들이 말이다. 그래서 가까운 곳부터 하나씩 찾아가보기로 했다. 이름하야 '독립출판서점 탐방기' 되시겠다. 그리고 그 곳에서 건져 올린 보물 같은 책들도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연남동에 자리한 작고 소박한 서점 '헬로인디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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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 골목에 위치한 이 곳을 어떻게 다들 알고 찾아오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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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간판도 참 '헬로인디북스' 스럽다. 심플하면서도 편안한 느낌.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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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자리한 매대 위의 책들. "제 글꼬라지는 어떤가요?"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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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즈도 판매한다. '헬로인디북스'에서 입점되어 있는 에코백들.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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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장식 없이 작업물들과 작품들로 전시로 인테리어를 대신했다.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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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의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나의 눈길을 끈 책 'THE DAY I CAME TO NEWYORK' ⓒ 최하나


'헬로인디북스'는 다양한 독립출판물과 함께 굿즈를 취급하는 서점이다. 물론 기성서적도 판매하기는 한다. 연남동 골목 한 켠에 위치한 이곳은 작지만 소박하게 꾸며져 있다. 블링블링한 인테리어 대신에 시멘트 바닥과 천장을 오롯이 드러내놓았지만 충분히 아름답다. 오가는 이들에게 편안하고 친근한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이 서점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건 에코백이었다.

5천 원만 내면 일회용 비닐봉투 대신에 에코백에 산 책을 담아 가져갈 수 있다. 방문 전에는 위치상으로도 그렇고 독립출판서적이 대중적이지 않아 손님이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게는 복작복작 댔다.

나처럼 멀리서 찾아온 사람도 지나가다가 들른 사람도 있었고 책을 사기 위해 구경하는 사람도 사진만 찍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 작은 서점을 찾아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었다.

'헬로인디북스'에서 발견한 책 <갯강구씨, 오늘은 어디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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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의 한 달을 오롯이 그림일기에 풀어냈다. ⓒ 참좋은책

<갯강구씨, 오늘은 어디 가요?>는 저자가 한 달 동안 유럽여행을 하면서 쓴 그림일기를 묶어낸 책이다. 여행을 미화하기 보다는 실망과 허무 그리고 기쁨과 쾌감을 버무린 솔직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 어쩐지 쌉쌀한 맛이 났다.

"파리에서 길을 잃다, 라고 하면 감수성 자극하는 수필제목 같으나 현실은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갈 곳을 잃은 길치 두 명이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 책은 독립출판물은 아니다. 저자가 원래 블로그에 연재하던 글들을 모아 독립출판물로 만들었는데 그걸 보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 다시 정식으로 출간을 하게 되었다고 하니까. 투고 후 계약 그리고 출판이라는 순서를 뒤집은 예외적인 케이스로, 그렇게 된 데에는 솔직담백한 여행기의 매력이 한몫 한 게 아닌가 싶다.

앞으로 가봐야 할 독립출판서점이 아직도 수십 군데가 넘게 남아 있다. 다양한 독립출판물 만큼이나 가게들도 역시 다양한 모습일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탐방이 기대가 된다. 아주 작고 아주 조용하고 아주 멀고 아주 높고 아주 술을 마시기에 좋은 아주 커피를 한 잔 하기 좋은 서점들아 기다려라.
덧붙이는 글 헬로인디북스 서점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46길 33 영업 매일 15:00~21:00 화요일 휴무
갯강구 씨, 오늘은 어디 가요? 저자 최지수 출판사 참좋은날 발행일 2016.07.10. 페이지 184정가 11500원
#헬로인디북스 #독립출판서점 #독립출판물 #갯강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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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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