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경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0월 4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성엽 위원장에게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하고 있다.
남소연
동의하실지 모르겠지만 전 의원님은 현행 검정 한국사 교과서를 날카롭게 비판해 여론의 주목을 받고 그 힘으로 여의도에 입성하셨습니다. 각종 토론 프로그램에서 면도날 같은 논리를 펼쳐 보수진영의 '잔 다르크'가 되셨습니다. 비록 제가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었지만 탄탄한 논리만큼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느 날 100분 토론에서 정치학자 김태일 교수가 "새는 좌우 날개로 난다"고 말하자 "날개보다 머리가 살아야 있어야 한다"고 받아치는 순발력을 보고 내공이 보통은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현행 한국사 교과서에는 문제가 없지 않습니다. 가령 1946년 이승만의 정읍발언을 서술하면서 김일성의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를 언급하지 않는 것은 오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지난해 그런 문제를 지적한 졸저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교과서도 사람이 쓴 책인데 왜 허점이 없겠습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교과서 검정 권한을 쥐고 있는 교육부가 집필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면 됩니다. 집필 기준을 어겨 검정에서 탈락하면 출판사는 2억 원의 개발비를 날리고 필자들은 1년 동안 헛고생을 한 셈이 되는데 말을 듣지 않을 리 없습니다. 실제로 제가 쓴 교과서가 검정 탈락의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 후유증은 상당히 오래 갑니다.
검정교과서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아예 판을 갈아엎어 버리고 국정교과서 체제로 되돌아가자는 것은 벼룩을 잡자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것입니다. 검정교과서 제도 안에서도 전 의원님이 지적하시는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검정교과서 제도도 국가의 간섭이 너무 지나칩니다. 시대에 맞지 않습니다. 그러나 교과서에 대한 한국사회의 '특수한 정서'가 있는 게 현실이니 그 정도까지는 받아들이겠다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교과서 자유발행제로 가는 것은 역사의 필연입니다.
전 의원님께 국가란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