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중의 꽃이 뭔지 아십니까"

[인터뷰] <색향미 - 야생화는 사랑입니다> 펴낸 '야생화 박사 정연권씨

등록 2016.12.30 15:52수정 2016.12.3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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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권 씨가 야생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정 씨는 12월 30일 공무원 정년 퇴직을 앞두고 최근 책 〈색향미-야생화는 사랑입니다〉를 펴냈다. ⓒ 이돈삼


"꽃은 주변의 다른 꽃을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습니다. 다른 꽃이 아무리 화려함을 뽐내도 그것을 모방하지 않고요. 자신의 장점을 빛내는 데만 관심을 갖죠. 진정한 소통이고 조화죠.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꽃세상의 모습이고요."

'야생화 박사' 정연권(60·전 전남 구례군농업기술센터 소장)씨의 말이다.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조작되지 않은 꽃을 '야생화'라고 정의한 정씨는 공직생활 30여 년 동안 야생화와 함께하며 야상화의 산업화를 이끌었다. 야생화 향수 '노고단'을 개발하고 쑥부쟁이 음식을 선보인 것도 그였다.


"꽃의 색깔과 모양이 다양하잖아요. 꽃 피는 시간이 다르고, 크기와 자태도 다르고요. 그럼에도 꽃을 보고 틀렸다고 안 하잖아요. 다양성을 인정하고, 각기 다름을 이해하는 거죠."

정씨는 꽃의 소통과 조화법이 사람 사는 세상에도 필요하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그는 어린이와 젊은이는 물론 노인들까지 남녀노소 누구라도 위무해주는 게 꽃이라고 했다.

"얼굴에 주름 많다고 속상해 하지 마세요"... 왜 그런가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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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권 씨가 펴낸 책 〈색향미-야생화는 사랑입니다〉의 한 부분. 일정한 틀에 박힌 도감 형식에서 벗어나 꽃마다 애칭을 정하고, 이미지를 표현한 글을 싣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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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권 씨가 펴낸 책 〈색향미-야생화는 사랑입니다〉의 앞 표지. ⓒ 이돈삼

"겹은 주름이잖아요. 겹꽃은 우아하고 원숙한 아름다움을 과시하죠. 홑꽃은 청초하고 매끄럽고요. 겹겹이 포개져서 피어난 꽃의 아름다움이 홑꽃을 압도합니다. 얼굴에 주름이 많다고 감추거나, 늙어 보인다고 속상해하지 마세요."

꽃을 통해서 배운 그의 철학이다. 기쁨을 주고, 때로는 위안을 주고,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열쇠도 꽃이라는 것이다. 하여, 꽃은 우리의 지성과 감성을 일깨우는, 인문학의 스승이라고 그는 단언했다.


정년 퇴직을 앞둔 정씨가 야생화를 한데 모은 책을 펴냈다. <색향미–야생화는 사랑입니다>가 그것이다. 신국판 504쪽 분량의 책은 우리 땅의 야생화 4596종 가운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50여 종을 사계절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일정한 틀에 박힌 도감 형식에서 벗어난 것이 특징이다. 꽃마다 애칭을 정하고, 이미지를 표현한 글과 함께 꽃말 풀이까지 버무려 알차게 엮었다.

광대나물은 노랫말에 나오는 어릿광대의 첫사랑과 연결시켜 소개했다. 얼레지는 꿀벌이 잘 찾아오도록 화끈하게 꽃잎을 열어준 모양새를 묘사하며 꽃말인 '바람난 여인'을 설명하고 있다. 수련은 낮잠 자는 요정으로 표현했다. 산수국은 카멜레온, 며느리밥풀꽃은 고부갈등, 쑥부쟁이는 건강과 다이어트와 연계시켰다.

"산야를 누비며 관찰하거나 재배한 경험과 느낌, 의미를 그때그때 SNS에 올렸는데요. 그것을 모아서 간추리고 정리했어요. 꽃과 맞닥뜨린 그 순간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하려고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활용했고요."

소개 글 하나하나가 달리 보이는 연유다. 그가 발품을 팔아 얻은 느낌과 경험이기에 더욱 귀하게 다가온다.

그에게 야생화는 '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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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권 씨는 공직생활 30년 동안 야생화 연구에 매달렸다. 구례야생화연구소도 정 씨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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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를 말리고 눌러서 작품으로 만든 압화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구례압화박물관 전시관 풍경. 정연권 씨가 구례군농업기술센터 소장으로 있을 때 만들어 놓았다. ⓒ 이돈삼


정씨는 꽃 중에서도 야생화를 으뜸으로 친다. 가꾸는 이 없어도 산야에 스스로 피고 지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지리산 야생화(1526종)를 더 어여쁘게 본다. 꽃의 이름이 무엇인지, 언제 어디서 만날 수 있는지 관심을 갖다보니 보는 즐거움도 커졌다.

"오랜 친구랄까요. 깊이 교감하면서 함께하고, 연인처럼 아끼며 사랑을 나눠 왔죠. 꽃을 보며 사진을 찍고, 시를 짓고요. 대량 번식 기술을 정립하고, 분화와 생태조경이 가능하도록 개발하고요. 향을 추출해서 향수를 만들고, 압화로 만들어 오래 만나도록 하고요. 밥상의 나물로 올리고요."

정씨는 야생화를 친구와 연인에 빗댔다. 여러 각도에서 이름을 불러주고, 기억하고,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더니 야생화가 색(色)과 향(香), 미(味)가 어우러진 '미(美)의 마법사'로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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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삼촌'에서 만드는 쑥부쟁이 머핀. 쑥부쟁이 식품 생산도 야생화 연구에 몰두한 정연권 씨에서 시작됐다. ⓒ 이돈삼


"색이 선한 눈으로 살피는 사랑이라면, 향은 순한 코로 마음에 와 닿는 사랑이고, 미는 참한 입안에 감도는 맛깔 나는 사랑입니다. 색은 보이는 사랑이고, 향은 느끼는 사랑이며, 미는 맛있는 사랑이죠. 이 세 가지를 아우르는 아름다운 결정체인 야생화는 한 마디로 사랑, 그것이고요."

정씨가 책의 이름을 <색향미–야생화는 사랑입니다>로 정한 이유다. 그는 우리의 일상도 야생화 대하듯이, 상대방의 장점을 보고 얘기하면서 서로 행복한 동행이길 소망하고 있다. 누가 뭐래도 꽃 중의 꽃은 사람이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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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향미-야생화는 사랑입니다〉를 펴낸 정연권 씨가 출판기념회에서 독자에게 친필 사인을 해주고 있다. 출판기념회는 지난 12월 7일 구례에서 열렸다. ⓒ 이돈삼


색향미 - 야생화는 사랑입니다

정연권 지음,
행복에너지, 2016


#정연권 #색향미 #야생화박사 #야생화 #꽃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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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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