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품으시는 태산'... 반기문 고향 찾아가보니

반기문 기념관 터에 종중이 설치한 '찬양비'도 있어... 지자체가 '우상화' 부추기나

등록 2016.12.30 09:24수정 2016.12.3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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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읍 반기문광장에 설치된 반기문사무총장 흉상 ⓒ 충청리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군에선 사실상 지자체가 주도하는 '우상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지난 27일 음성군 예산으로 지어진 반기문 생가터와 기념관, 반기문 평화랜드를 찾았다. 이곳에는 광주반씨 종중에서 제작한 찬양비 등이 혼재돼 있었다. 문중에서 제작한 찬양비의 경우 업적을 알리는 수준이 아니라 신격화 수준의 표현이 동원됐다.

장수바위 전설비의 경우 장차 대통령의 탄생을 암시하는 내용이 새겨져 있었다. 해당 비석은 광주 반씨 종중이 제작했지만 음성군이 조성한 기념관 부지에 설치돼 있었다. 또 36번 국도 부지에는 반기문 사무총장의 선조인 반석평 선영묘역비 입구 안내비와 추모비가 도로점용허가도 받지 않은 채 설치돼 있었다.

외신 기자가 지적했지만... '거목 반기문'으로 불거진 우상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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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팬크럽 '반딧불이'에서 합창곡으로 부르려고 했던 '거목 반기문' 노래 가사. ⓒ 임병도


"맞다. 여기는 한국이다. 김일성을 찬양하는 북한 박물관이나 기념물에 다녀와 본 사람이라면 여긴 북한이 아닐까 싶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지난 8월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워싱턴포스트(WP)기자 안나 파이필드가 반기문 사무총장의 고향인 음성에 들른 후 남긴 소감을 소개했다.

안나 파이필드 기자는 기사에 반기문 동상, 반기문 생가, 각종 안내판 등을 소개하며 북한에 온 듯한 착각이 일 정도라고 밝혔다.


안나 파이필드 기자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반기문 우상화 논란은 계속됐다. 지난 25일 반기문 총장 팬클럽 반딧불이 충주지회가 창립총회에서 '거목 반기문'이라는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우상화 논란은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충주지역 문화인인 금열씨가 수년 전 작사했다는 '거목 반기문'의 노래 가사는 반기문 총장에 대한 찬양 혹은 우상화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씨는 가사에서 반 총장의 출생을 "백마가 주인 잃어 승천을 했던 삼신산의 정기를 받아 하늘이 내린 모체로부터 충청도에 출생하셨네"라고 표현했다.

이어 "오대양과 육대륙을 아우르신 대한의 아들. 군자대로행 품은 뜻으로 일백하고 아흔두 나라에 평화의 불꽃 지피시는 단군의 자손 반기문"이라고 적었다. 2절에는 "천지간에 일류 문명까지 덩이지게 할 거목이어라"라고 반 총장을 찬양했다.

결국 우상화 논란 끝에 결국 이 노래는 반딧불이 충주지회 창립총회장에서 불리지 못했다.

"세계를 품으시는 태산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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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반씨 장절공파 행치종중에서 제작해 반기문 기념관 부지에 설치한 찬양비 ⓒ 충청리뷰


음성군은 지난 2010년 반기문 사무총장이 태어난 원남면 상당리 일대에 생가를 복원하고 기념관과 평화랜드를 조성했다. 반기문 기념관 부지에는 연못과 기념탑 등이 조성돼 있다. 이곳에 종중에서 설치한 '세계를 품으시는 태산이여'라는 이름의 찬양비가 있다.

찬양비에 새겨진 문구는 우상화 논란을 일으킨 '거목 반기문'보다 그 정도가 더하다.

반 총장의 출생과 관련해 "그늘재 품어 안은 보덕산 모태에서 찬란한 서광 뿜어 올라"라고 표현했다. 유엔사무총장 취임과 관련해 "오대양 육대주를 아우르는 세계의 영봉 우뚝 섰네"라고 적었다.

이어 "일백아흔두 나라 사랑으로 품으시는 태산이 되셨어라"라고 표현했다. "인자한 그 미소 국제분쟁 평정하고"라고 하는 대목은, 각종 국제분쟁에서 미국에 치우쳐 분쟁해결 능력이 미흡했다는 국제적인 평가와는 배치된다.

끝맺음도 찬양 일색으로 마무리했다. 찬양가는 "겨레의 이름으로 비노니 웅비의 나래 펴고 유구한 새 역사에 길이 길이 빛나소서"로 끝났다.

찬양비에 이어 이곳에는 장수바위와 함께 '장수바위의 전설'이 새겨진 비가 설치돼 있다. 이것 역시 종중에서 설치했다. 장수바위의 전설을 요약하면 옛날 옛적에 삼신산과 시루산에 정기를 받은 장수 2명이 태어났다. 그러던 중 하늘에서 백마가 이곳에 내려와 주인을 기다리는데 두 장수가 서로 다투다 아무도 차지 못한 채 백마가 하늘로 올라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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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반씨 장절공파 행치종중이 반기문 기념관 부지에 설치한 장수바위비 ⓒ 충청리뷰


이 말을 바꾸어 판단하면 백마의 주인이 이곳에 있다는 것이다. 백마의 주인은 결국 대통령을 상징하는 것으로 반기문 총장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찬양비와 장수바위비는 반기문 사무총장이 속한 광주반씨 장절공파 행치종중이 설치한 것이다. 종중 입장에서는 다소 과장된 표현을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것이 음성군이 조성한 반기문 기념관 부지에 설치돼 있다는 것이다. 탐방객들은 이 기념물들을 종중의 생각이 담긴 기념물로 보기 보다는 음성군이 만든 반기문 평화랜드의 일부분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음성군 관계자는 "종중에서 기념관 부지에 설치한 것이 맞다. 하지만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고 종중과도 원만하게 지낼 필요가 있다.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반기문 사무총장님이 태어나신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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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생가에 설치된 안내표지판 ⓒ 충청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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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반씨 장절공파행치종중이 설치한 선영묘역 입구 안내비 ⓒ 충청리뷰


반기문 생가터에는 어법에도 맞지 않은 표현까지 등장했다. 음성군은 반기문 사무총장이 태어난 방을 안내하는 표지판에 "반기문 사무총장님이 태어나신 방"이라고 적었다. ('태어난'이 올바른 표현)

공유지와 사유지를 구분하지 않는 행태는 또 있었다. 국가 소유의 토지에 광주반씨가 장절공파의 시조인 병조참의를 지낸 반석평의 선영묘역 안내비를 무단으로 세운 것이다.

현재 반기문 생가터를 지나는 36번 국도 원남면 상당리 658-7번지에는 '광주반씨 장절공행치파 병조참의선영묘역 입구'라는 비가 새겨져 있다.

비 뒷면에는 "장절세가 명예가 역사에 찬란하고 참의 선조 위대한 유풍 면면히 흐르리니. 축복 받은 후손이여 거룩한 유지 우러러 받들어 새역사의 주인 되리"라는 비문이 새겨져 있다.

이곳을 관리하는 충주지방국토관리사무소에 확인한 결과 이 비는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 음성군이 기념랜드 입출입구로 활용하기 위해 화단 등을 조성하겠다고 점용신청을 한 것이 전부다. 또 비문 옆에는 음성군이 설치한 반기문생가터 안내표지판과 마을이름이 적힌 돌비석이 설치돼 있다. 탐방객이 봤을 땐 모두 음성군이 설치한 것으로 오인하기 쉽다.

이렇듯 현재 반기문 평화공원에는 음성군의 기념사업과 맹목적인 찬양이 들어간 중종의 기념물들이 혼재되어 있다. 객관적으로 평가된 반 총장의 업적을 기리는 것을 넘어서, '찬양'에 치중된 기념사업으로 인해 반기문 총장에 대한 우상화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아래는 종중이 설치한 두 개의 비석에 쓰여진 내용)

세계를 품으시는 태산이여

청풍명월 복된 땅
그늘재 품어 안은 보덕산 모태에서
찬란한 서광 뿜어 올라
오대양 육대주를 아우르는
세계의 영봉 우뚝 섰네

어렸을 적 품은 뜻 외교관에 심어놓고
곧은 신념 꾸준한 노력
한 길로 가시더니
일백아흔두 나라
사랑으로 품으시는 태산이 되셨어라

남다른 숭조 일념 만인의 본보기요
변함없는 고향사랑 축복의 근원일세
인자한 그 미소 국제분쟁 평정하고
청백한 그 인품 세계 평화 꽃 피우리

장하고 장하여라
중원의 말갈기 세차던 백의민족
광주반씨 문헌공 20세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겨레의 이름으로 비노니
웅비의 나래 펴고
유구한 새 역사에 길이 길이 빛나소서

2007년 6월 녹음절에 광주반씨 19세손 수필가 숙자
광주반씨 장절공파 종중 세우다

장수바위의 전설

태고로부터 원서(원남) 땅에서 백마를 탄 장수가 태어나 천하를 통치할 것이라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다. 달이 참에 삼신산에선 삼신의 정기를 받아 삼신의 장수가 태어났고 시루산에선 시루산의 정기를 받아 시루의 장수가 태어나 자라고 있었다.

이에 본 장수바위는 삼신산의 장수가 태어난 지 3일만에 뒷동산에 놀러 왔다가 살구꽃 향기에 취해 넓적한 바위에 누워 낮잠을 자는데 그 장수의 체온으로 인해 바위가 녹아 장수의 몸체가 찍힘으로 이 바위를 장수바위라 부르게 되었다.

때가 이름에 전치를 진동하는 굉음소리와 함께 백마산 중턱에서 백마가 치솟아 하늘을 나는데 두 장수가 서로 자기말이라고 다투기 시작. 서로 바위를 던져 삼신산과 시루산 중터에 꽃혀 박혔고 백마는 주인이 빨리 타주기를 바라며 하늘을 날다 지쳐 행치 마을에 두 번(장승맹이, 부모골), 마송리에 두 번(장승뱅이, 진설미) 내려앉아 자기 주인을 기다렸지만 타지 않자 백마는 슬피 울며 하늘로 올라갔다. 예나 지금이 큰일을 앞에 놓고 서로 다투면 모두 잃는다는 교훈을 삼고자 뒷동산에 있던 장수바위를 도로확포장공사로 인하여 이곳으로 옮기노라

2011년 7월 행치종중 세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반기문 #음성 #우상황 #충청리뷰 #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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