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평균 나이 70세... 복지관에서 찾은 제2의 인생

유린원광종합사회복지관 한글문해교실 어르신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

등록 2017.01.04 11:51수정 2017.01.0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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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린원광종합사회복지관 어르신들 유린원광종합사회복지관 한글교실에서 수업 받으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입니다. ⓒ 이아름이


우리나라에서 한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회적인 통념상에서도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0%에 가깝다고 인식하고 있다. 

심지어 통계청에서도 2008년 문맹률 조사를 마지막으로 조사의 의미가 없으므로 해당 조사를 더 이상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글을 몰라서 평생을 마음의 부담으로 가지고 살아가고 계시는 어르신들은 아직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 시대의 가난 때문에 또는 한국전쟁 때문에, 또는 여자는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그 시대의 생각 등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던 어르신들은 한평생을 글을 읽지 못한다는 불편함을 가지고 살아오셨다.

유린원광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늦은 나이에도 한글을 배우고 싶다는 어르신들이 한글을 배울 수 있도록 수업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신학기 한글교실 참여 신청할 때가 되면 어르신들의 신청열기가 매우 뜨겁다.

유린원광종합사회복지관에서 한글교실을 이용하게 되면 가장 기초적인 한글 배우기, 읽기, 쓰기, 글쓰기 등을 배우게 되는데 어르신들은 배움에 어려움을 느끼면서도 수업에 빠지지 않고 배우는데 열심인 모습이다.

유린원광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이러한 어르신들의 삶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기 위해 어르신들에게 글을 부탁해 유린원광종합사회복지관 소식지에 글을 게재하고 있는데, 다음 글은 한글교실 어르신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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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연수 어르신 유린원광종합사회복지관 한글교실 윤연수 어르신 ⓒ 이아름이


"저는 충청북도 제천군 수산면 수렛골 두메 산골짜기 제일 높은 초가집에서 5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  저는 아버지 어머니보다 오빠들이 더 무서웠습니다. 8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1학년까지 다니고 못 가고 말았습니다. 그 이유는 오빠가 책을 읽으라고 하면 읽을 줄은 아는데도 무서워서 더듬었더니 오빠가 뺨을 때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교를 다니면 매일 맞을 것만 같아서 안가고 말았습니다.

그 때의 기억이 한평생 멍에가 되어 가슴 한 구석에 돌이 되어 응어리져 있습니다.

그러다 19살 되던 해 5남매의 장남에게 시집을 갔습니다. 고된 시집살이를 하며 자식을 낳고 바쁘게 살다보니 세월이 흘러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여자는 시집을 가면 시부모님과 남편, 시동생, 시누이 뒷바라지만 잘하면 된다고 친정 부모님께서 하시던 말씀대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앞 만보고 살다보니 세월이 눈 깜짝 할 사이에 어느덧 70이라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 평생 내 가슴 한켠에는 '언제든지 기회가 된다면 공부를 해야지' 라는 생각을 잊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생각을 하면 지금도 가끔 눈물이 시야를 흐리게 할 때가 있습니다.

내 나이 20대, 30대, 40대... 물 지게지고 빗물받아 빨래 하면서 힘든 줄도 모르고 희망을 기대하면서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 덕인지 딸 셋을 낳고 막내로 아들을 낳았습니다. 철없던 남편은 먼저 떠났습니다.

언제 크나 생각하면서 한 놈 한 놈 기르다보니 어느새 세월이 흘러 모두 성인이 되었습니다.

자기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딸은 선생님이 되었고, 사위도 선생님을 맞이했으며 아들은 대학교수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반듯하게 커 줘서 내 마음 속에는 날개가 돋아 푸르고 높은 하늘로 거침없이 높이높이 날아다니는 것 같습니다.

저의 꿈은 정말 세월이 기다려준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면 공부를 해서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선생님 같이 학생들 앞에 서서 칠판에 글씨를 써 가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은 마음입니다.

꿈을 펼쳐보지 못한 나의 삶은 골진 주름살이 되어 한 평생 훈장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금이 제일 좋은 장밋빛 인생이라고 생각하면서 즐겁게 살 것입니다."

- 2017년 1월, 유린원광종합사회복지관 한글교실 윤연수 올림

이렇듯 우리 주변에는 늦은 나이에도 자신의 꿈을 찾아나서는 사람들이 많다.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며, 배움에는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이러한 마음이 젊은 어르신들이 모여 배움에 대한 욕구를 맘껏 펼칠 수 있도록 유린원광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응원하고 있다.

유린원광종합사회복지관은 지역사회의 어르신들의 경험과 지혜에서 나온 삶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하며, 앞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유린원광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어르신들의 교육문화사업으로 한글교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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