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태민의 관계는 "물과 고기"

[조순제 녹취록 전문 심층분석②] 조순제 "단둘이 골방에 들어가 3시간"

등록 2017.01.05 14:06수정 2017.01.0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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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의 국정논단을 수사하고 있는 특검이 <조순제 녹취록>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언론들도 <조순제 녹취록>을 계속 거론하고 있다. 10년전인 2007년에 작성된 이 녹취록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조순제씨가 박근혜와 최태민의 "미스터리한 관계"를 증언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까지 몰고간 박근혜-최순실 관계의 역사적 뿌리를 이해하는데 이 녹취록은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 오마이뉴스와 오마이TV는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녹취록 전문의 모습을 공개하고 이를 심층분석 한다. [편집자말]
☞ 이전기사 : [심층분석①] 조순제 "박근혜 대통령 되면 비극의 나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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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6월 21일 서울 배재고등학교에서 열린 한국 구국십자군 창군식에 박근혜 당시 영부인 대행과 최태민(왼쪽)씨가 참석해 있다. ⓒ 연합뉴스


<조순제와의 대화 녹취록>에서 조순제는 박근혜와 최태민의 관계가 "고기와 물의 관계와 같다"고 말한다. 둘은 "간첩 점조직 하듯이" 만났다고 한다.

- (1979년) 10.26 나자마자 박(근혜)후보가 신당동(으로) 이사 가지 않습니까? 그때도 최태민과 관계가 있었습니까?
"있다고 봐야죠. 계속 있었습니다. 그 관계는 뭐 우리가 아는 말로 간첩 점조직 하듯이, 둘의 관계는 끊임없이 뭐 고기가 땅에 있으면 물만 보면 찾아가듯이 딱 그런 관계예요." (14쪽)

조순제는 박근혜가 역삼동에 있는 최태민의 집으로도 찾아왔다고 말했다. 단층 기와집이었단다.

"찾아오고 하게 되면요. 사람들 다 피하게 하고 눈에 안 띄게, 온다는 연락이 오면 다 피하고 눈의 띄면 그건 거북하니깐 나도 마당에 있다가 집 뒤로 피해 준다고. 그러면 방에 쏙 들어가면 나오고 다 그랬어요. 그 시절에." (14쪽)

조순제는 박근혜-최태민 두 사람이 "그 골방에서 단 둘이 3시간, 4시간 있었다"고 말했다.

"3시간 4시간 안 나오고 둘이 있는데, 그 골방이 한 요만할 거야. 이 방이 좀 좁고 길어. 한 두 평... 둘이 들어갔다하면 3시간, 4시간 있는데 밥은 문간에 갖다 놓으면 영감쟁이(최태민)가 들고 들어 가서 저그끼리 먹고." (14쪽)


녹취록에서 조순제는 질문자가 "역삼동 집은 박근혜가 한 달에 몇 번이나 찾아왔나?"라고 묻자 "뭐, 자주 왔어요"라고 답한다.

조순제는 박근혜-최태민의 이런 관계를 최태민의 아내와 딸 등 식구들이 좋아하지 않았지만 "감수"했다고 한다.

"엄청난 대통령 딸이지... 엄청난 돈에 감수하는 거지."(14쪽)

조순제는 최태민이 박정희 대통령이 남긴, 그래서 박근혜의 소유가 된 '돈뭉치'를 관리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그 덕분에 전까지 가난하게 살았던 최태민씨 식구들이 "엄청난 돈"의 혜택을 누렸기 때문에 두 사람의 특별한 관계를 '감수'했다고 말한다.

박근혜와 최태민이 처음 만난 것은 1974년 육영수 여사가 숨진 뒤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최태민이 1975년 박근혜의 위세를 등에 업고 대한구국선교단을 만들면서 대중 앞에 서기 시작한다. 이것이 1978년 새마음봉사단으로 명칭을 바꾸면서 최태민 총재-박근혜 명예총재로 관계를 이어간다.

녹취록에서 조순제는 이때를 "돈 천지"였다면서 이 돈을 박근혜가 시켜서 최태민이 다 관리했다고 말한다.

"그땐 돈 천지지...아 돈 많았어. 우리나라 재벌들이 다 냈어요."(18쪽)
- 그때 구국선교단 돈 관리는 누가 했습니까?
"돈은 철저히 최(태민)가 다 관리했습니다. (박)근혜가 그렇게 시키고, 절대 누구 맡기지 말라고."(18쪽)

박근혜는 왜 최태민에게 돈 관리를 시켰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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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제와의 대화 녹취록'. 조씨는 최태민의 의붓아들이자 대한구국선교단, 구국여성봉사단, 새마음봉사단, 새마음병원 등 박근혜 대통령 관련 단체에서 실무를 맡았다. 박 대통령과 함께 영남대학교의 이사였으며, 이 학교의 자금을 관리하던 영남투자금융의 전무도 겸임했다. ⓒ 안홍기


- 이해가 안되는 것이 박(근혜)이 그 많은 돈을 전부 (최태민 쪽으로) 글로 줬단 말이야?
"아 그러니까 불가사의다 전부.... 진짜 불가사의다, 불가사의다."(7쪽)

불가사의를 반복하던 조순제는 이렇게 자기 나름대로 설명을 해본다.

"(박근혜가) 누구한테 믿고 할 때도 없고. JP(김종필)하고 등졌지요... 당황하기도 하고, 능력도 안되고, 경험도 없고. 사회경험이 전무하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조순제는 "끝없이 험악한 둘의 관계"를 언급한다.

"거기에다 또 우리 속된말로 뭐 끝없이 험악한 둘의 관계다 하니까니 (돈이) 몽창 굴러왔다고 봐야지. 그건 관리차원도 있고 복합적인 여러 요인이 있겠지."(8쪽)   

최태민은 어떤 힘을 가졌기에 박근혜를 관리 혹은 지배 할 수 있었을까? 조순제 녹취록을 보면, 최태민의 양아들이자 박근혜의 최측근으로 오랜 시간을 보낸 조순제마저도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줄 만한 내용을 전해주지 못한다. 그도 "참 묘하다" "미스터리다"라는 표현을 쓴다. 녹취록에는이런 문답이 있긴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하다.

-최태민이란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에요?
"아...대단하죠. 여자에 대해서는... 뭐..." (17쪽)

분명한 것은 박근혜가 첫 만남부터 최태민에게 빠져들었다는 점이다. 최태민은 1975년 2월께 엄마를 잃고 외롭게 청와대에 있던 박근혜에게 '육영수 여사가 나타나 근혜를 도와주라는 현몽이 있었다'는 내용의 편지를 세 차례에 걸쳐 보낸 끝에 그해 3월 6일 처음 만났다.

그런데 그로부터 1달 보름만인 4월 29일 최태민은 박근혜의 후원으로 대한구국선교단을 만든다. 박근혜는 어떻게 그렇게 빨리 최태민에게 믿음을 주었을까? 주한미대사관이 2007년 7월 본국에 보낸 보고서에는 그 첫 만남 이후 "최태민이 박근혜의 몸과 마음을 완전히 지배했다"고 적혀 있다.

그런데 이 미스터리는 최태민의 시대가 가고 최순실의 시대가 와서도 이어졌다. 최태민은 1994년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그 후 '박근혜 관리'의 주체는 최태민에서 그의 딸 최순실로 승계된다. 최순실은 도대체 어떤 힘을 가졌기에 박근혜를 관리할 수 있었을까?

박관천 경정의 말대로라면, 최순실은 어떻게 박근혜 대통령을 누르고 대한민국 권력서열 1위가 되었을까? 답은 최태민이 가졌던 것을 최순실이 이어 가졌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다 보여주지 못하지만 조순제 녹취록은 그것의 배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 이어지는 기사 : 왜 박정희-김재규-전두환은 박근혜-최태민 관계 단절에 실패했나
#조순제 #최태민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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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대표기자 & 대표이사. 2000년 2월22일 오마이뉴스 창간. 1988년 1월 월간 <말>에서 기자활동 시작. 사단법인 꿈틀리 이사장.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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