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가게, 노점상도 번창... 여기가 중국

[디카시로 여는 세상 - 시즌2 중국 정주편 42] 카이펑 야경 산책

등록 2017.01.09 14:47수정 2017.01.0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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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 ⓒ 이상옥


       낡은 전동삼륜차 하나면
       버거운 생도 그럭저럭 굴러가는
              -이상옥의 디카시 <카이펑의 노점>


주말 간간이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지만 느닷없이 낙양을 여행해보려고 길을 나셨다. 정주경공업대학교 앞에서 택시를 타고 정주역으로 갔다. 막상 낙양 가는 표를 사려고 하니 매진이었다. 인근 시외버스터미널에서도 낙양 가는 표는 구할 수가 없었다. 다음 기회로 미루고 다시 개봉(카이펑)를 찾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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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역에서 표를 사기 위해 매표구에 줄을 서 있는 인파. 명절이 아닌데도 중국에는 이게 일상이다. ⓒ 이상옥


카이펑은 중국 7대 고도의 하나로 위나라로 시작해서 북송, 금 등 일곱 왕조의 수도로도 유명해서, 카이펑은 둘러볼 곳이 많다. 몇 차례 카이펑을 찾았지만 이번에는 카이펑의 또 다른 변모를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로 오후 5시가 넘어 도착하니, 벌써 어둑해지려고 했다.

카이펑역에서 미리 정주로 가는 저녁 10시 12분 기차표 예매를 해두고 먼저 택시를 타고 철탑공원으로 갔지만, 밤이라 철탑공원 입구만 볼 수밖에 없었다. 북송 시대 지은 철탑은 본래 이름은 개보사탑(開寶寺塔)이라고 하며 탑의 외벽에 갈색 유약을 발라 그 색깔이 녹슨 쇠의 색깔과 비슷해서 철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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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펑의 명물 철탑공원 입구 ⓒ 이상옥


철탑은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카이펑 시가지에는 고도임을 웅변하듯 성문과 성루, 성벽의 야경은 화려했다. 성문을 중심으로 좌우로 길게 펼쳐진 성벽의 야광 조명은 장관이었다. 잠시 버스에서 내려 둘러보고는 다시 택시를 타고 고루야시장으로 갔다. 택시 기본요금 5위안밖에 나오지 않았다.

칠대고도 카이펑 성곽 야경도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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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펑 시내의 성곽 ⓒ 이상옥


카이펑 고루야시장 근처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는 야시장 주변을 둘러보고는 카이펑역까지 천천히 걸어가며 시내 구경을 해보기로 했다. 바이두 지도(百度地图)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면 버스 기차, 택시, 도보 모두 다 상세하게 안내를 해주니, 바이두가 최고의 가이드이다. 바이두 지도로 카이퍼역을 검색하니 보도로 50분 남짓이라 저녁 10시 12분 기차는 충분히 탈 수 있어, 시간은 충분했다. 약간 춥고 흐린 날씨여서 을씨년스러웠지만, 나름대로 카이펑의 산책자가 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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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펑의 시가지 야경 ⓒ 이상옥


저녁 9시가 넘었는데도 여전히 불을 환히 밝히고 노동하는 이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일용노동자라도 노동 시간이 있을 텐데 늦은 밤까지 일하는 모습은 중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대규모 야시장이 아니더라도 밤에 흔히 볼수 있는 것이 3륜차 노점상이다. 흐린 날씨여서 대부분 철수한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노점상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시내 곳곳에 구멍가게들도 인상적이다. 작은 공간에서도 나름의 생활 터전을 일구고 살아가는 모습이 정겹다. 한국에서는 대형 프랜차이즈 등으로 작은 구멍가게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데 비해 중국에는 워낙 인구가 많아서인지, 노점상으로부터 작은 구멍가게가 나름 자기 자리를 지키며 번창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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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펑 시내의 구멍가게. 인구가 많다보니, 이런 구멍가게도 아주 번창하고 있다.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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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야시장이 아닌 시가지 후미진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노점 풍경 ⓒ 이상옥


카이펑의 밤거리를 한 시간 정도 산책하며 느낀 것은, 무엇을 해서라도 먹고 살 수 있는 곳이 중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중국이라고 왜, 고민이 없겠는가, 역시 대학생들도 취업 걱정들을 하고 더 여유 있는 삶을 꿈꾼다. 대학생들에게 장래의 꿈이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 부자가 되고 싶다고 한다. 그만큼 경제적 욕구가 강하다는 의미다.

인구절벽을 직면한 한국과는 대조적

그러나 국토가 넓고 인구가 많으니, 조그만 공간에 구멍가게를 하거나 그것도 안 되면 3륜차 노점상을 해서라도 먹고 살 수 있는 곳이 대국 중국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국은 좁은 국토에 그나마 인구절벽으로 치닫고 있고 성장의 동력도 잃어가고 있으니 걱정이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지난해 3월 1일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디카시 #카이펑 #노점상 #칠대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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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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