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사용되는 학교 안 우레탄 트랙, 하루빨리 교체해야

[주장] 유해물질 검출된 우레탄 트랙,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다

등록 2017.01.29 15:38수정 2017.01.2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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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까지 '학교 운동장 선진화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학교 내 우레탄 트랙 설치가 장려되었으나, 지난해 3월 환경부의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 중금속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우레탄 트랙의 유해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전국 시·도 교육청에 우레탄트랙 유해물질 조사를 지시했다.

경상남도의 경우, 총 192개교 운동장 트랙 중 182개교에 대한 검사를 완료했고, 이 가운데 123개교(67.5%)에서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해물질별 기준초과 현황은 중금속 중 납 122개교, 카드뮴 1개교, 크롬·납 중복 검출 1개교였다. 학교별 기준초과는 특수학교 2개교, 초등학교 66개교, 중학교 23개교, 고등학교 32개교로 나타났다.

경상남도 창원시의 D 고등학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D 중학교 운동장의 우레탄 트랙에서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해당 중학교 운동장은 중학생뿐만 아니라 고등학생도 함께 이용하는 시설이기에 사실상 2개교 학생들이 유해물질에 노출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학생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각 학급별로 담임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운동장 사용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운동장에는 트랙 사용을 금지하는 표지판을 설치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효과가 없었다. 학생들은 여전히 우레탄 트랙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D 고등학교 2학년 이OO 학생은 "담임선생님께서 조례시간에 중학교 운동장을 사용하지 말라고 말씀해주셨다. 처음에는 선생님 말씀대로 운동장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고등학교의 흙 운동장보다는 푹신푹신한 중학교 운동장이 더 좋고, 중학교 운동장이 유해하다는 게 피부로 와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계속 D 중학교 운동장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2년째 그 운동장에서 운동하고 있는데 몸이 아프거나 하는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다. 도대체 우레탄 트랙이 왜 위험한 건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우레탄 트랙에서 검출된 유해물질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이를 고스란히 학생의 잘못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점심시간이 되면 중·고등학교의 교사들마저도 우레탄 트랙을 이용한다. 또, 중학교에서는 아예 경고 표지판 자체를 없애버렸다. 이에 2학년 김OO 학생은 "경고 표지판을 치웠길래 이제는 안전한 줄 알고 운동장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 행정실과의 인터뷰에서 경고표지판을 없앤 이유를 물었으나 관계자는 "그런 사정이 있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2016년 봄에 우레탄 트랙의 유해성이 입증되었으나 2017년 1월 현재까지도 D 중학교 우레탄 트랙은 철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관계자는 2017년 1월 24일 인터뷰에서 "천연 우레탄 트랙으로 바꾸고자 교육청에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날 진행한 경상남도 교육청 시설 운영과와의 인터뷰에서 담당자는 "천연 우레탄 트랙도 설치할 수 없다. 기준치를 넘는 유해물질이 검출된 학교는 우레탄 트랙을 철거하고 흙(마사토)을 깔아야 한다. 이건 이미 2016년에 결정된 사안이다"라며 D중학교 관계자의 답변에 대해 의아해 했다.

이에 다시 D 중학교 행정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교육청 시설 운영과와의 인터뷰 내용을 언급하며 그 공문을 언제 보냈는지, 공문에 대해 교육청으로부터 어떤 답변을 받았는지, 천연우레탄도 금지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질문하자 대답하지 못했다. 동시에 "내일 다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려고 했다"며 얼버무렸다. 결론은 운동장 트랙을 흙으로 바꾸겠다는 사업계획서는 아직 교육청에 제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렇듯 학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교사들마저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학생들과 함께 유해물질이 검출된 운동장을 보란 듯이 사용하고, 경고 표지판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런 사정' 때문에 없앴고, 학교는 2017년이 된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D 중·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유해물질이 검출된 우레탄 트랙을 교체하지 않고 있는 학교에서는 이 사안을 하루빨리 해결하여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우레탄트랙 #유해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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