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대 수도권, 바른정당 벌써 '핵분열'

보수단일화와 개혁입법 처리 놓고 불협화음 번져나와

등록 2017.02.23 19:44수정 2017.02.2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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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김무성 의원이 20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바른정당이 갈 길을 잃은 모습이다.

'개혁 보수'를 내걸고 창당한 지 이제 약 한 달인 상황에서 내부 불협화음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TK) 등 영남권 지역과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 인사 간의 의견 대립이 잦다. 6%대의 낮은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 역시 정체성 혼란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표적인 갈등은 '보수후보 단일화' 문제다. 바른정당의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일부 영남권 의원들은 대선에서 야권을 상대로 싸우려면 보수가 무조건 하나로 힘을 뭉쳐야 한다고 본다. 바른정당이 분당하면서 '가짜 보수'라고 규정한 자유한국당(새누리당의 후신)도 대상에 포함된다.

한국당을 포함해 당적과 상관없는 '범보수 원샷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보수 진영의 대선주자 지지율을 다 합쳐도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안희정 충남도지사 지지율을 합친 50%대에 근접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한국당과 손을 잡는 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유승민 "보수 단일화하자" - 남경필 "새누리당으로 돌아가라"

유 의원은 21일 YTN <호준석의 뉴스 인>에 출연해 "(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단일화를 거쳐서 대선 승리를 했다"며 "보수 단일화는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이나 정몽준-노무현 단일화보다 오히려 (정체성이 비슷해) 명분이 더 있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의 한 영남권 의원은 "저쪽(민주당)은 경선에 50만, 100만 모였다 하는데, 우리끼리만 맥 빠진 경선하면 진짜 '질서 있게' 지는 것"이라며 "경선을 흥행시키려면 모을 수 있는 선수들은 다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반기를 들었다. 남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유 의원의 보수 후보 단일화 주장을 "정체성을 훼손하는 해당 행위"로 규정하며 "국정농단 세력과의 후보 단일화를 포기할 수 없는 유 의원이라면 차라리 새누리당으로 돌아가길 권한다"고 쓴 소리를 던졌다.

수도권 지역의 한 중진 의원 역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막기는커녕 비호하고 옹호했던 분들하고는 어떤 통합도 없다"며 "이게 우리의 기본 전제"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두드러진 박 대통령의 '자진 사퇴론'을 두고도 양쪽 간의 의견 차가 뚜렷하다.

바른정당의 의원들은 구 새누리당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던 세력이다. 탄핵이 인용돼야 탈당 명분이 선다. '탄핵 기각 시 의원직 총사퇴'를 당론으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일부 TK 지역 의원들은 최근 '탄핵심판 전 자진 사퇴론'에 군불을 떼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치권도 탄핵 이전에 정치적 해법이 있는지 적극 모색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은 하야하고 정치권은 사법적 조치 부담을 덜어주는 걸로 해야 국론이 분열되지 않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제안했다. 주 원내대표는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와 만나 '자진 사퇴론' 문제로 사전에 교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반면,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는 다음 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자진 하야가 해법일 수 없다"고 반대 의견을 내놓으며 주 원내대표와 충돌했다. 그는 2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탄핵 심판 전에 질서 있는 퇴진 요구를 거부하고, 이제 와서 사퇴를 검토한다는 것은 위법한 대통령을 넘어서 비겁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른정당의 개혁, TK에 가로막히다

계속되는 의견 마찰은 결국 뿌리가 다른 지역 기반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보수개혁을 표방했지만 TK와 영남권 의원들은 자기 지역의 '표심'을 의식해 강경 보수 여론을 아예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른정당이 야당이 추진 중인 선거권 연령 18세 하향,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언론장악방지법 처리 등 개혁 과제에서 발을 빼는 것도 강경 보수 지지층을 의식한 의원들의 반대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친박','구태정치' 청산을 약속한 수도권 의원들은 진보 성향의 유권자가 비교적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한국당과의 차별성을 보여주기를 원한다. 이참에 한국당과 완전히 결별해 보수 진영을 재편해야 한다는 소신도 강하다. 유 의원을 향한 남 지사의 비판에도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

남경필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TK 지역 여론 분위기가 많이 바뀐 모양"이라며 "(개혁적 보수를 내건) 유 의원 지역구에서 '저래가지고는 다음 총선 때는 (당선)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가면 '너는 당 대표, 나는 원내대표'하며 서로 '나눠먹기' 하는 걸로 비칠 것"이라며 "이러다가는 지방선거 치르면서 (당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남경필 #문재인 #안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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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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